맹인검객 황정민 심리묘사 탁월
상태바
맹인검객 황정민 심리묘사 탁월
  • 승인 2010.04.29 12: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보성진

황보성진

contributor@http://


영화 읽기-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한국적 무협 액션영화 개척

맹인검객 황정민 심리묘사 탁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감독 : 이준익
출연 : 차승원, 황정민, 백성현, 한지혜

형형색색의 꽃들이 즐비한 봄이 왔듯이 영화계도 비수기를 끝내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과 함께 성수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미 <타이탄>이 개봉되었고, 4월29일에 <아이언맨 2>가 개봉되면서 본격적인 블록버스터 영화전쟁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질세라 한국영화도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로 맞붙게 되는데, 그 첫 작품이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다.

박흥용 화백의 동명만화를 이준익 감독이 각색하여 연출한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임진왜란이 있었던 조선 선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이다. 이미 <왕의 남자>를 통해 1천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이준익 감독이 <라디오 스타>, <즐거운 인생>, <님은 먼 곳에> 등 음악 3부작 후속작으로 선택한 작품이라 개봉 전부터 많은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1592년 임진왜란으로 민초들의 삶은 피폐해져만 가던 선조 25년, 정여립, 황정학(황정민), 이몽학(차승원)은 평등 세상을 꿈꾸며 ‘대동계’를 만들어 관군을 대신해 왜구와 싸우지만 조정은 이들을 역모로 몰아 대동계를 해체시킨다. 대동계의 새로운 수장이 된 이몽학은 썩어빠진 세상을 뒤엎고 스스로 왕이 되려는 야망을 키우고 친구는 물론 오랜 연인인 백지(한지혜)마저 미련 없이 버린 채, 세도가 한신균 일가의 몰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반란의 칼을 뽑아든다. 한때 동지였던 이몽학에 의해 친구를 잃은 전설의 맹인검객 황정학은 그를 쫓기로 결심하고, 이몽학의 칼을 맞고 겨우 목숨을 건진 한신균의 서자 견자(백성현)와 함께 그를 추격한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동명 만화에서 비중이 적었던 실존 인물인 이몽학을 중심에 내세우고, 주인공이던 황정학과 견자를 그 상대로 하여 갈등 구조를 표현하고 있다. 한때 홍콩 무협영화를 따라하면서 와이어를 쓰는 것이 관습이 되어버린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와이어 없이도 한국적인 무협 액션영화 장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이몽학과 황정학의 칼싸움 장면은 영화의 백미이다. 특히 맹인검객의 역할을 맡은 황정민은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심리적 묘사를 훌륭히 소화해 내며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

그래서 혹시 이준익 감독의 전작들과 다르게 영화가 전반적으로 진지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진지해야 하는 부분에서 이준익 감독 특유의 위트로 관객들을 웃기면서 그만의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있었던 성공하지 못한 사건을 다루고, 원작 만화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의 뒷심이 점점 떨어지면서 과연 <왕의 남자>의 관객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여하튼 화려한 볼거리로 무장한 <아이언맨 2>와 당당히 맞서는 한국영화로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해진다. 그러면서 현재 구름에 가려진 달처럼 어두운 우리 사회가 하루 빨리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 환하게 빛나길 기원해 본다. <상영 중>

황보성진/ 영화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