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읽기- <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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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하녀>
  • 승인 2010.05.1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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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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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윤여정 연기 감상 극대화
‘임상수 표’ 하녀

전도연‧ 윤여정 연기 감상 극대화

<하녀>
감독 : 임상수
출연 : 전도연, 이정재, 윤여정, 서우

영화와 연극은 ‘리메이크’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 예를 들어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라는 희곡이 몇백 년이 지난 현재도 계속 상연되고 있지만 영화는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 특히 원작에 대한 아우라가 많을 경우 리메이크 영화는 관객들의 따가운 비판의 시선을 받기에 제작자나 감독 모두 원작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신중한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

김기영 감독의 1960년 작 <하녀>는 지금도 관객과 소통할 수 있을 만큼 꽤나 매력적인 작품 중 하나다. 파격적이고, 독특한 영상이 돋보인다. 임상수 감독이 2010년 하녀를 리메이크했다.

이혼 후 식당일을 하면서도 해맑게 살아가던 은이(전도연)는 유아교육과를 다닌 이력으로 상류층 대저택의 하녀로 들어간다. 주인집 남자 훈(이정재), 쌍둥이를 임신한 안주인 해라(서우), 자신을 엄마처럼 따르는 여섯 살 난 나미, 그리고 집안일을 총괄하는 나이든 하녀 병식(윤여정)과의 생활은 낯설지만 즐겁다. 어느 날, 주인 집 가족의 별장여행에 동행하게 된 은이는 자신의 방에 찾아온 훈의 은밀한 유혹에 이끌려 육체적인 관계를 맺고 본능적인 행복을 느끼게 된다.

<하녀>는 리메이크를 한다는 것 자체가 큰 관심거리였다. 원래 김수현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지만 갑자기 절필하게 되어서 임상수 감독이 다시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는 소식부터 초미의 관심사였던 하녀 역은 누가 캐스팅이 되는가 등등 모든 부분이 뉴스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관심 속에 제작된 2010년 작 <하녀>는 1960년작 <하녀>와는 비슷해 보이지만 별개 작품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당할 만큼 설정 자체만 차용하면서 김기영 감독이 아닌 임상수 감독만의 영화로 재탄생했다.

그로 인해 원작에서는 젊은 하녀가 주인 남자를 유혹하고, 주인 남자는 그 죄책감에 빠져 갈등하지만 이번에는 주인 남자가 나이 든 하녀를 유혹하면서 어떠한 죄책감도 갖지 않는 등 원작과 많은 차이점을 보인다.

또한 그 당시 사회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리며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시켰던 원작과 달리 이번 영화는 어마어마한 대저택에 살며 하녀를 두 명이나 두고 있는 상류층의 모습 등 비현실적인 상황들이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방해하고 있다. 오히려 늙은 하녀가 ‘아더메치(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껍고, 치사한)’라고 외치는 장면이 통쾌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리메이크 작이라는 말을 뺐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이며, 반전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놀라운 원작의 엔딩이 이번에는 이해하기 힘든 엔딩으로 끝나는 등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물론 전도연, 윤여정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영화를 보는 재미가 극대화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가 빠진 듯한 느낌이 영화 보는 내내 드는 건 기대감이 너무 컸기 때문일까. 2010년 깐느영화제 경쟁부문 출품작. <상영 중>

황보성진/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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