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읽기- <파괴된 사나이>
상태바
영화 읽기- <파괴된 사나이>
  • 승인 2010.07.01 09: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보성진

황보성진

contributor@http://


김명민, ‘연기의 본좌’ 재확인
김명민, ‘연기의 본좌’ 재확인
극중 캐릭터 뇌리에 또렷이 각인시켜

<파괴된 사나이>
감독 : 우민호
출연 : 김명민, 엄기준, 박주미

2010년 6월, 대한민국은 월드컵 열기로 매우 행복했다. 태극전사들의 활약은 국민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행복한 6월의 이면에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인간들로 인해 분노가 들끓었다. <파괴된 사나이>는 그런 인간들 때문에 한 가정과 그 구성원이 서서히 파괴되어 가는 모습을 주된 모티브로 삼고 있다.

물론 <그 놈 목소리>와 <세븐 데이즈> 같이 어린이 유괴사건을 다룬 영화들이 많아 이 영화가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지만 ‘김명민’이라는 배우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쯤 채워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김명민의 파괴되어 가는 연기를 보는 것도 흥미롭다. 또한 뮤지컬로 입지를 굳힌 엄기준이 첫 영화 출연작에서 한 악역 연기 또한 기대 이상으로 영화 개봉 전부터 많은 이슈를 낳고 있다.

신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가진 목사 주영수(김명민)에게 5살 된 딸 혜린이가 유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주 목사는 딸이 무사히 돌아오기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지만 결국 딸은 돌아오지 않는다. 8년 후, 신에 대한 믿음도 가족도 모두 잃은 그에게 죽은 줄만 알았던 딸이 살아있다는 전화 한 통이 걸려오고, 주영수는 딸을 찾기 위해 범인 최병철(엄기준)을 쫓기 시작한다.

역시 배우 김명민은 ‘연기의 본좌’라는 칭호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목사님에서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인간으로 서서히 파괴되어 가는 모습을 매우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특히 범인을 찾기 위해 PC방에서 3일 밤을 새운 모습은 실제인 듯 착각할 정도다. 실제로 김명민은 이 장면을 위해 3일 밤을 새웠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김명민이라는 배우보다는 주영수라는 캐릭터가 더 생각날 정도로 매 작품마다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그의 연기에 놀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파괴된 사나이>는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는 못한다. 이전의 유괴 관련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그리 특별한 장치들은 보이지 않고, 독특한 취미를 가진 범인의 이야기도 너무 극단적으로 치달으며 전반적으로 잘 짜여진 매무새를 갖추지는 못해 결말로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진다. 그로 인해 신을 믿는 목사님에서 신을 믿지 못하는 인간이 되어버리는 파격적인 캐릭터로서의 아버지와 범인의 갈등을 좀 더 심도 있게 표현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일 수도 있는 이 사회의 불안감이 하루 빨리 사라져 어린이들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마음 놓고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상영 중>

황보성진/ 영화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