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 ‘불통’ 독특하게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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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불통’ 독특하게 묘사
  • 승인 2010.07.0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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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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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읽기- <공기인형>
현대인 ‘불통’ 독특하게 묘사
감정 잃은 인간… 감정 지닌 인형

<공기인형>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 배두나, 아라타, 오다기리 조, 이타오 이츠지

일상의 스트레스를 제대로 해소할 수 있는 통로를 찾지 못해 방황했던 기억이 있는데 얼마 전 과감히 나이를 잊고 취미생활에 나섰다. 결국 연령의 차이가 엄청 나지만 젊은 그들과 함께 평소 좋아하던 것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오랜만에 또 다른 행복감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이것이 소통의 즐거움이 아닌가 싶다.

사람의 감정을 갖게 된 공기인형 노조미(배두나)는 바깥세상이 궁금해 주인 몰래 외출을 시작하고, 사람들의 모습을 따라 하며 말과 행동을 배우기 시작한다. 노조미는 우연히 찾게 된 비디오가게에서 점원 준이치(아라타)를 보고 한눈에 반하고,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문구를 보고 찾아온 사람으로 착각한 준이치로 인해 비디오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그날부터 노조미는 주인이 퇴근하고 돌아올 시간이 되면 집으로 돌아가 다시 인형이 되고, 아침이 되어 주인이 출근하면 평범한 여자처럼 화장도 하고, 자신을 꾸미며 준이치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간다.

우리나라 배우인 배두나가 출연한 영화로 개봉 전부터 많은 이슈가 되었던 <공기인형>은 바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사람이 아닌 공기인형과 사랑을 나누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남자, 은둔형 외톨이 등 자신 외에는 그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공기인형의 눈으로 보여주면서 현대사회에 급증하고 있는 최첨단 정보통신의 위력 이면에 놓여있는 외로운 군상들을 매우 독특하게 표현하고 있다.

물론 개봉 전부터 배두나의 노출로 인해 많은 이야기를 낳기도 했지만 성적인 욕구를 해소하는 인형이라는 캐릭터이기에 노출 수위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대신 메이드(하녀) 복장을 하고 거리를 나다니는 배두나의 모습이 진짜 인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귀엽다.

하지만 현대인들의 소통 단절에 대해 전하고자 하는 감독의 의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는 전반적으로 너무 잔잔하게 전개되면서 약간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감정이 없는 인간들과 달리 감정을 갖게 된 인형이 인간세계로 들어오고자 하는 이야기를 통해 감독이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하나씩 찾아보면서 감상한다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작품으로 배두나는 일본의 3개 영화제에서 모두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덥고 습해 짜증나는 여름이지만 옆에 있는 누군가와 마음을 터놓고 소통할 수 있다면 무더위 정도는 쉽게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소통의 즐거움을 모두가 느끼는 한 주가 되길 바란다.

황보성진/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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