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진실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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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진실의 추락
  • 승인 2024.04.12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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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추락의 해부
감독 : 쥐스틴 트리에출연 : 산드라 휠러, 스완 아르라우드, 밀로 마차도 그라너
감독 : 쥐스틴 트리에
출연 : 산드라 휠러, 스완 아르라우드, 밀로 마차도 그라너

최근 드라마를 보면 범죄사건 등을 다루며 검사 또는 변호사, 형사 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 역시 유독 이러한 장르를 좋아하는 가족 덕에 자주 접하고 있는데 시청자들은 왜 이런 작품에 열광을 하는 것일까? 아마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과정을 즐기거나 사건 해결을 통해 스스로 사이다 같은 카타르시스의 꽉 찬 해피 엔딩을 느낄 수 있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갑작스러운 남편의 추락사로 한순간에 아내인 유명 작가 산드라(산드라 휠러)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그런데 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는 시각장애가 있는 아들 다니엘(밀로 마차도 그라너)과 안내견 뿐으로 여러 정황상 남편의 추락이 단순한 사고인지 아니면 우발적 자살 혹은 의도된 살인인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산드라는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재판을 통해 그동안 말 할 수 없었던 부부간의 문제를 비롯한 여러 사실들이 밝혀지게 되고, 이로인해 다니엘은 혼란스러워진다.

제76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자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수상작인 <추락의 해부>는 자칫 제목만으로 추락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며 범인이 누구인지 찾는 영화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여타의 작품들과 달리 사건을 통해 이 가족의 숨겨졌던 이야기가 모두에게 노출되면서 정서적인 추락을 하게 된다는 이중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그로인해 법정 드라마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되 피 튀기는 설전을 통한 극적인 전개가 아닌 증거로 제출 된 녹음 파일 속에 담겨진 부부의 대화를 통해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하게 되었는지 원인을 파악하는 정도로 매우 담담하게 그려내며 마치 관객들이 배심원이 된 것 같은 느낌으로 영화를 지켜보게 한다. 결국 영화는 열린 결말로 종결 되면서 관객들에 따라 호불호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추락의 해부>는 관객 스스로 영화의 결말을 맺도록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사실 2시간 32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이 약간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법정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이라면 영화에 대한 몰입도가 높은 편이라 그렇게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여주인공인 산드라 휠러는 작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비롯 그랑프리상을 수상한 작품에도 출연하며 유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론 되었지만 중복 수상 불가라는 규정 때문에 받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연기파 배우로서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다니엘의 반려견 스눕으로 출연한 메시는 영화 속 결정적인 장면에서 혼신의 연기를 보여주며 작년 칸 영화제 팜도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추락의 해부>는 우리에게 익숙한 장르이지만 가족 간의 문제를 보이지 않는 이미지와 그를 대신하는 청각적인 요소로 색다르게 풀어내며 관객들에게 낯설지만 오랜만에 영화를 보고 나서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묵직한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그리고 영화 오프닝을 관통하는 Bacao Rhythm & Steel Band <PIMP>를 꼭 다시 들어보길 추천한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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