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사용될 수 있는 한약은?
상태바
[기고]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사용될 수 있는 한약은?
  • 승인 2024.04.12 05: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찬영

권찬영

mjmedi@mjmedi.com


함께읽는 동의신정(25)
권찬영동의대한방병원​​​​​​​한방신경정신과 조교수
권찬영
동의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조교수

물질사용장애(substance use disorder)란 유해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술이나 담배와 같은 물질을 조절하지 못하고 사용하는 상태다. 그리고 이 물질이 알코올인 경우를 알코올 사용장애(alcohol use disorder)라고 한다.

한국은 특히 이 알코올 사용장애 문제가 빈번한 국가이다. 최근 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동아시아 국가에서 알코올 사용장애의 유병률을 조사했는데, 전체 집단에서 알코올 사용장애의 1년 유병률은 8.88%, 평생 유병률은 13.41%인 것에 비해, 국가별 하위그룹에서 한국은 1년 유병률이 9.78%, 평생 유병률이 16.73%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Front Public Health. 2023). 꼭 연구를 보지 않더라도, 누구나 흔히 주위에 문제라고 할 만큼 음주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혼술 문화를 대중화하고, 인터넷 방송이 음주를 부추기는 시대에서, 알코올 사용 문제가 흔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로 보이기도 한다.

물질사용장애의 치료 목표는 문제가 되는 약물 사용을 줄이거나 중단시킴으로써, 건강을 개선하고 정상적인 사회적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개 물질사용장애는 생물학적 요인 뿐 아니라, 심리적 요인, 사회경제적인 요인 등이 관련된 복합적인 질환으로, 통합적 관리를 위해 명상, 침치료, 식이요법 등과 같은 보완통합의학적 관리가 관심을 받고 있다 (Front Psychiatry. 2021). 실제 임상에서도 환자의 음주 갈망을 줄여주는 항갈망제가 중요한 역할을 하긴 하지만, 이 외에도 환자의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치료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며, 심리적 요인, 나아가 가족상담 등 통합적인 관리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리고 통합적 관리는 한의학의 강점이기도 하다.

-----------------------------------------------------------------------------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34권 4호지에 발표된 문헌고찰인 <알코올 사용장애의 한약치료 연구동향>을 통해, 알코올 사용장애에 대한 한약치료의 국내외 연구 동향을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박소현, 조준희, 김보경, 임정화. 알코올 사용장애의 한약치료 연구동향.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2023;34(4):385-401.

 

국내외 데이터베이스 11개에서의 검색을 통해, 알코올 사용장애, 알코올 의존, 알코올 남용으로 진단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약치료를 사용한 8편의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과 나머지 1편의 교차설계(crossover)로 시행된 비무작위화 대조군 임상시험이 포함되었다. 임상적으로 주로 관심이 되는 것은, 어떤 한약을 알코올 사용장애의 어떤 증상 개선을 위해, 얼마나 사용하는지일 것이다.

분석 결과, 다양한 한약과 한약재들이 사용되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된 한약재는 갈근(葛根), 관엽금사도(貫葉金絲桃)(세인트존스워트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자오가(刺五加)였다. 특히 개별 한약으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된 것은 서간해울교낭(舒肝解郁胶囊)이었는데, 이 중성약은 관엽금사도와 자오가로 구성된 한약이다.

포함된 연구들에서 한약치료는 짧게는 일주일부터 길게는 6개월까지 다양하게 사용되었지만, 4-6주에 해당하는 것이 절반 이상(55.6%)이었다. 그리고 포함된 연구 9편 중 7편에서, 사용된 한약이 알코올 사용장애로 인한 음주량, 이상행동 및 심리증상 개선에 효과적이라고 보고하고 있었다.

-----------------------------------------------------------------------------

 

보통 중독(中毒)이라고 하면 2가지 뜻이 있다. Intoxication과 addiction이 모두 중독으로 번역되기 때문이다. 전자가 알코올과 같은 물질이 체내에서 작용하여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한다면, 후자는 알코올과 같은 물질의 해로운 결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사용하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갈근이나 울금, 헛개나무 등, 많은 한약재들이 알코올 중독에 관심을 받고 있다. 이 때, 관심을 받는 중독은 intoxication에 해당한다. 한편, addiction에 해당하는 중독 역시, 관련 연구가 꽤 시행되어 있다. 이번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에서 살펴본 임상연구 결과 뿐 아니라, 기존 연구에 따르면 인삼, 현호색, 단삼, 천금등 같은 약재가 유망한 약재로 연구되고 있다 (Int Rev Neurobiol. 2017). 또한 중요한 한의치료 중 하나인 침치료 역시 중독 질환에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많으며, (아쉬운 일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보다도 미국과 같은 서구 국가들에서 약물 중독에 대한 침치료의 연구를 활발히 시행하고, 널리 사용하고 있다 (Med Acupunct. 2023).

알코올 사용장애는 매우 중요한 정신장애로서, 한국에서 5년마다 실시하는 정신건강실태조사에서도 한국인의 알코올 사용장애 유병률을 조사하여 보고하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정신건강 문제에 한의치료가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고, 외국에서는 이미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에 비해 한국에서 알코올 사용장애 치료를 위한 한의치료의 활용은 저조한 편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한의 인력을 통해 물질사용장애와 같은 중요한 정신장애의 부담을 낮추는 것을 개선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기도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