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탁의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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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탁의 천사
  • 승인 2007.02.0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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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아버지의 아들 수호 작전

최근에는 영화 한 편이 흥행하려면 우선 작품성이 좋아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홍보를 거창하게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내야 한다. 그래서 주로 인터넷과 방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치열한 홍보전을 벌이고 있는데 그 와중에는 지하철역도 만만치 않은 홍보 전쟁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지하철 객차에 영화 포스터가 붙는 경우도 있고, 커다란 원통형 광고판에 영화 포스터들이 계속 돌아가면서 관객들의 눈길을 끄는 경우도 있다.

물론 영화가 개봉되기 전이나 상영이 되고 있는 시점이라면 이런 광고가 그나마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종영이 된지 상당히 오래 되었거나 완전 흥행 실패로 인해 있는 듯 없는 듯한 영화의 포스터들이 계속 그 자리에 남아있다면 그것보다 더 을씨년스러운 것은 없을 정도로 쓰레기가 되어 버린다. 그러한 영화중에 하나가 바로 <원탁의 천사>로 가끔 가는 지하철역에 아직도 걸려 있는 포스터를 보면 안쓰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원탁(이민우)의 아버지 영규(임하룡)는 교도소 복역 중에 감방 동기인 장석조(김상중)의 강압에 못 이겨 발야구를 하다가 뇌진탕으로 세상을 뜨게 된다. 그리고 천사(안길강)를 만나게 되고 아들에게 며칠만이라도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게 된다. 천사는 영규를 원탁의 친구(하동균)로 환생시키게 되고, 그를 기다리는 동안 자신도 석조의 몸을 빌어 인간으로 환생한다.

언제 개봉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지나갔던 <원탁의 천사>는 가수 ‘신화’의 멤버인 이민우의 영화 데뷔작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연기력이 검증 안 된 아이돌 스타를 데리고 만든 상업 영화라는 선입견을 심어주면서 결과적으로 관객들에게 철저하게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고 본 영화가 의외로 괜찮을 때가 많듯이 <원탁의 천사>는 전체적인 작품성이나 완성도를 떠나서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만큼은 가슴에 쫙 와 닿으면서 단순한 재미만을 주려고 한 영화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번에도 언급했듯이 한국 영화에서 놓치고 있는 아버지의 빈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비록 코믹하게 그려졌을지언정 나중에는 큰 감동으로 표현되면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게 된다. 물론 아버지가 아들의 친구가 되는 상황을 그리다보니 친구들이 CD를 구우라고 하니까 연탄불에 CD를 굽는 장면이 나오는 등 약간 썰렁한 유머가 나오기도 하지만 카세트를 활용한 에피소드는 디지털 세대에게 아날로그 세대가 줄 수 있는 웃음과 함께 따뜻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적절한 캐스팅과 영화 홍보가 되었다면 참담한 흥행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만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원탁의 천사>가 안타까울 나름이다. 그래도 이제는 지하철역에서 철 지난 포스터를 만나도 매우 반가울 것 같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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