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세계여행 다이어리] #5. 한방병원을 찾아온 미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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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세계여행 다이어리] #5. 한방병원을 찾아온 미국인들
  • 승인 2024.04.26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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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미

송찬미

mjmedi@mjmedi.com


원광대학교 한의학국제협력교육센터(WKCICE, Center for International Cooperation & Education, 센터장 강연석)에서 통역 업무를 하며 주로 맡은 일은 학교를 찾아온 외국 손님들에게 학교를 소개하고, 영어로 병원 투어를 진행하는 일이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특별한 손님은 미주선학대학원 대학교에서 한의학을 공부하고 있는 미국인 학생들이었다.

미주선학대학원 대학은 원광대학교와 2016년부터 교류 활동을 해 온 자매대학으로 매년 한의과대학에서 연수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3년부터는 한의과대학 연수를 정규 교과 시간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교수와 학생을 비롯한 총 16명이 익산에 머물며 경혈학, 본초학, 진단학 등의 실습을 체험하고 익산, 전주한방병원과 장흥통합의료병원을 견학했다.

그림1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연수를 시작한 미주선학대학원대학 학생들

 

그림2 원광대학교 한의대 김재효 교수님의 경혈학 수업에서 경혈초음파(아큐비즈) 실습을 하는 모습

 

한의학을 공부하는 미국인들에게 익산 한방병원과 전주 한방병원을 소개하며 신선한 질문들을 받고, 새로운 시각을 공유할 수 있었다. 가장 질문이 많았던 곳은 약재실이었다. 정부 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한약재를 인증해 주고, 깨끗하게 밀봉되어 나온 약재만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듣고 매우 놀라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약재마다 보관법이 어떻게 다른지, 이 넓은 약재실을 관리하는 인력에 대한 법령도 존재하는지, 사용하는 약 종류의 개수가 총 몇 개인지를 비롯하여 유통기한, 가격, 구입처 등 현실적인 질문이 주를 이루었다. 이에, 약재실을 보고 바로 탕전실 투어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반적인 병원의 치료 흐름과 약이 제조되어 나가는 과정을 알 수 있도록 동선을 진행했다.

그림3 원광대 익산한방병원 투어 중

 

그림4 약재보관실에서 활발한 질문을 이어가는 모습

 

이후 원광대 전주한방병원 비계내과 백동기교수님의 치료를 참관했다. 쑥뜸을 활용한 화침(fire needling) 시술에 학생들이 흥분했다. 그리고 학생들 중 복부팽만과 만성적인 소화불량 증상이 있는 사람이 환자로 자원하여 직접 치료를 받아보았는데, 시술 과정을 사진으로 남기고 서로 활발히 토론하는 것을 보며 불과 몇 달 전 동기들과 함께했던 병원 실습을 떠올렸다.

재미있는 해프닝도 있었다. 부항 시술을 참관하는데 자동 사혈건에 학생들이 큰 관심을 보이더니, 미국에서는 이런 걸 본 적이 없다며 살 수 있냐는 요청이 빗발쳤다. 결국 병원 측과 협의하여 여러 명이 함께 자동 사혈건을 공동구매하기로 했다.

그림5 원광대 전주한방병원 백동기 교수님 진료 참관

 

그림6 치료실 투어

 

그림7 원광대 전주한방병원 투어를 마친 미주선학대학원대학 학생들

 

견학을 온 학생들은 신분만 학생이지 나이와 성별이 매우 다양했다. 자녀를 다 키우고 공부를 시작한 전업주부가 있는가 하면, 다른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한의학 공부를 병행하고 있는 사람, 왕년에 큰 규모의 보험사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어 침술을 커버할 수 있는 보험에 관한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특히, 미국은 침구학 과정을 끝내면 침술만 수행할 수 있고, 본초학 과정을 끝내면 본초 사용 권한만 주어지는 등 술기별로 자격이 세분화되어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마저도 주마다 다 다른 방식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같은 학교 학생들이지만 현재 하고 있는 공부가 다 다르고, 임상에서 가지는 직능의 범위가 모두 달랐다.

그림8 전주 비빔밥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저녁시간

 

미국 학생들도 한국의 한의학 교육에 대해 다양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 한의학 교육기간이 6년으로 길다는 점에 다들 놀랐고, 면허를 취득한 후 침, 뜸, 약은 물론 추나, 물리치료, 전침 치료 등 한의 치료에 있어서는 제한이 없다는 점에 더 크게 놀랐다. 병원 투어를 마치며 당연하게 생각했던 한의사의 직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물론 현대 한의학에서 더 나은 치료를 위해 확장되어야 직능의 영역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한의사에게 침, 뜸과 같은 물리적인 치료와 함께 처방권이 주어졌다는 것은 한의 치료가 전인적 관점에 기초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임상에 나가서 이러한 본질을 잊지 않고 한의학적 관점 위에 바로 선 치료를 하는 한의사로 성장하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diary’s tip – 외국인에게 경혈을 설명해야 한다면?

경혈 기호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한두 개의 경혈을 소개하는 것이라면 경혈명을 그대로 써도 괜찮겠지만, 진료 참관 등을 하면서 여러 혈자리를 설명해야 할 때에는 영어와 숫자로 된 경혈 기호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미국선학대학원대학 학생들도 그렇고, FLETC의 프랑스 학생들도 모두 경혈 기호로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통역 전 설명할 혈자리들의 경혈 기호를 미리 체크하고 가면 원활한 의사소통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송찬미 /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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