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깃발 &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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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깃발 &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
  • 승인 2007.06.0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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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동구권의 사회주의 체제 붕괴는 전 세계를 탈(脫)이데올로기의 시대로 변모시켰지만 현재 미국의 패권주의는 또 다른 적들을 생산하면서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를 포함한 전 세계는 누구를 위해 전쟁을 하는 것일까? 호국의 달인 6월을 맞이하며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영화의 장르 중에 전쟁영화(War Film)는 스펙터클한 장면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디어 헌터>나 <플래툰> 같이 베트남 전쟁의 상흔을 담은 영화들을 통해 반전(反戰)을 얘기하는 영화들도 있다. 노장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 역시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전쟁보다는 인간을 중심에 놓고 제작된 영화다. 이 영화들은 각각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지만 실제로 존재했던 이오지마 섬에서 연합군과 일본군의 전투를 그린 것으로 같은 사건을 담고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영화다.

<아버지의 깃발>은 이오지마 섬을 탈환했다는 의미로 성조기를 산 위에 꽂는 순간을 기록한 사진 한 장으로 인해 엉겁결에 영웅 대접을 받게 되는 미군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제 이 사진은 퓰리처상을 받았고, 사진을 찍은 기자 역시 유명인이 되었지만 본래의 의미와는 다르게 찍혀진 사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전쟁자금을 모으기 위해 사진에 찍힌 이들을 영웅으로 활용하게 되고, 순식간에 영웅이 되어버린 병사들은 양심의 가책을 받게 된다. 결국 부질없는 영웅놀이는 곧 끝나게 되고, 그들의 삶은 되돌릴 수 없는 고통에 빠져들게 된다.

‘전쟁과 영웅’이라는 기존 전쟁영화의 관습을 일순간에 무너뜨리고, 그것을 역으로 이용하는 미국 정부를 조롱하는 듯한 영화의 내용은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마치 현재 이라크를 향해 대테러 전쟁을 하고 있는 부시 정부를 풍자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승리자인 미국인의 시각으로 그린 영화인 <아버지의 깃발>과 함께 제작된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는 패전병인 일본 군인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전쟁을 그린 영화로 항상 승리하는 전쟁만 보았던 관객들에게 패하는 입장에서의 전쟁 영화라는 또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영화는 적대국인 국가의 참전병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의 대사처럼 ‘어머니의 마음은 어느 나라나 똑같다’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누구를 위하여 젊은 목숨들을 희생해야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비록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는 반일 정서로 인해 국내 개봉이 되지 않은 작품이지만 영화의 내용은 일본군을 떠나서 같은 인간으로 느낄 수 있는 전쟁에 대한 심정을 솔직하게 그리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수작이다. 대신 <아버지의 깃발>과 함께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가 DVD 합본 세트로 특별 기획되어 출시되는데 이 기회에 같은 사건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 본 영화를 통해 이 세상의 수많은 전쟁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면서 전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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