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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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 승인 2007.06.1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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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향수

최근 길을 가다보면 화창하게 핀 빨간 장미꽃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그래서 일찍 시작된 여름 날씨로 인해 조금씩 짜증이 생기다가도 장미꽃들을 보면 어느 새 마음이 진정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특히 필자의 집 마당에 피어있는 장미꽃들은 시각과 함께 후각적인 향취를 더하며 그 옆을 지나갈 때마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래서 이 장미꽃 향을 오랫동안 남기려면 어떻게 해야하나라는 궁금증으로 나름대로 노력을 했지만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바로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이하 <향수>)의 주인공 역시 좋은 향을 어떻게 보존할 수 있나라는 궁금증을 갖게 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18세기 프랑스, 악취나는 생선 시장에서 태어나자마자 고아가 된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벤 위쇼)는 뛰어난 후각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성인이 된 그르누이는 일을 하기 위해 파리로 왔다가 한 여자의 매혹적인 향기에 끌리게 되고, 그 향기를 소유하고 싶은 강렬한 욕망에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그러다가 한물간 조향사 주세페 발디니(더스틴 호프만)를 만나 향수 제조 방법을 배워나가기 시작하고, 여인의 향기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더욱 간절해져 마침내 ‘향수의 낙원’이라고 불리는 그라스에서 본격적으로 향수를 만드는 기술을 배우게 된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베스트셀러 동명 소설을 각색하여 만든 <향수>는 독특한 캐릭터 설정과 사건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향수>라는 제목만으로 매우 우아하고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주인공인 그르누이의 탄생을 시작으로 해서 보여주는 화면은 더러움으로 가득하여 마치 관객들에게 악취가 느껴질 정도이다. 더욱이 여인의 향기를 모으기 위해 살인을 밥 먹듯 저지르는 냄새를 잘 맡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아무 냄새가 나지 않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 영화의 제목은 꽤나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더럽고 추악한 꼽추로 그려진 원작의 주인공이 영화에서는 다르게 묘사된 것을 제외하고 원작을 충실하게 따른 <향수>는 결말 부분에서 가히 상상할 수 없는 또 한 번의 충격을 준다. 좋은 향기는 사람들을 잠시나마 낙원에 있는 듯한 착각을 가져오게 한다는 말처럼 그가 만든 향수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행동하는 모습이 꽤나 기괴하게 표현되어 있지만 과연 이 세상에서 저토록 향기로운 향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최고의 향수는 아름다운 여인의 향기를 모아서 만든 거였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사람들은 자신을 좀 더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비싼 향수를 뿌리지만 정작 자신의 향기가 곱지 못하다면 그것은 아무 소용없는 일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향수를 싫어하지만 <향수> 영화를 보고 난 후 나만의 향기는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기게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1,500만권이 팔려나갔다는 원작소설을 읽고 싶은 생각을 들게 하는 작품이다. 한정판매이지만 DVD와 OST, 원작소설을 패키지로 구입할 수 있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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