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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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집
  • 승인 2007.06.22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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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패스와의 두려운 만남

무더위와 장마가 교차하는 6월 하순은 영화계에선 성수기가 시작되는 시기이다. 대학생들이 여름 방학에 들어가면서 극장가가 붐비는 시기로 특히 올해 같이 한국 영화들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밀려 힘 한 번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어떤 영화든 성수기로 돌입하는 이 시기에 뭔가 한 방 터뜨려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작품이 바로 <검은 집>이다. 또한 본격적인 여름방학의 시즌을 알리는 계절 장르라고 할 수 있는 스릴러 공포물인 <검은 집>은 황정민이라는 걸출한 배우가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이슈가 되고 있는 작품이다.

한 보험 가입자의 전화를 받고 찾아간 집에서 보험회사 사정담당직원 전준오(황정민)는 그 남자의 어린 아들이 목 매달린 채 숨진 현장을 목격한다. 그 집의 주인인 박충배(강신일)와 신이화(유선)는 5년 전 재혼한 부부이자 죽은 시체로 발견된 7살 아이의 부모이다. 준오는 아이가 아버지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생각과 이화를 박충배로부터 구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지만 점점 더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와 끔찍한 공포의 중심으로 휘말려 들어가기 시작한다.

일본 미스터리 호러 소설의 대가인 기시 유스케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검은 집>은 싸이코패스(psychopath)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전방에 배치하고, 서서히 관객들에게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해 풀어나갈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게 된다. 싸이코패스는 거짓이나 악행에 대해 별다른 죄의식을 갖지 않는 사람들을 일컬으며 보통 연쇄살인범들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영철이 싸이코패스라고 하는데 여하튼 <검은 집>은 소설의 내용을 충실히 다루며 올 여름 첫 번째 한국 공포 영화의 출발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원작을 각색한 작품이 가진 영화들이 대다수 딜레마에 빠지듯이 <검은 집> 역시 원작이 가진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캐릭터들의 내면 심리 묘사가 디테일하지 못해 싸이코패스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떨어지고 있으며, 잔혹한 장면과 사운드로 관객 놀래키기 등 한국 공포 영화의 고질병들이 사용되면서 탄탄한 구성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미 원작을 통해 범인이 누구인지는 다 알 수 있고, 감독이 원작을 충실히 따랐다는 것을 보면 이 영화에서는 ‘범인이 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 사람이었다’는 반전(反轉)보다는 ‘이 사람이 범인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려주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검은 집>은 계속 반전만을 강조하다보니 스릴러 공포 영화가 갖추어야 하는 팽팽한 긴장감을 많이 놓치고 있다. 과연 <검은 집>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틈에서 한국 영화의 숨통을 트여주고, 올 여름 한국 공포 영화의 흥행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관객들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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