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는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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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괴로워
  • 승인 2007.06.29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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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정말 괴로울까?

대학생들에게 최근 유행하고 있는 UCC 만들기 과제를 내주었다. 물론 영화에 대한 교양수업이고,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들도 아니었지만 디지털 세대들답게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 와서 ‘역시~’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나에 대한 소개’를 주제로 해서 만든 작품 중에 대다수의 여학생들이 ‘다이어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여름이라는 계절 때문에 더더욱 그렇겠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외모지상주의 풍토를 엿볼 수 있어서 왠지 씁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우리는 매일 대중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영상을 통해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느끼게 되고, 성형과 다이어트라는 문화에 서서히 마취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모습을 꽤 흥미롭게 풍자했던 영화 <미녀는 괴로워>가 작년 12월에 개봉해서 올해 초까지 전국관객 660만을 동원한 것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사실 이 영화는 꽤 오래 전부터 준비되던 작품이었지만 그 때 우리 사회는 성형이라는 것을 그리 곱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 영화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과연 흥행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갖기도 했었다.

그러나 세월은 흘러 이제는 연예인들조차 자신이 성형했다는 것을 당당하게 공개하면서 활동하고 있고, 방송을 틀기만 하면 S라인을 위한 다이어트 하는 방법부터 시작해 일반인들의 살빼기 현장을 보여주는 것이 나오기 때문에 <미녀는 괴로워>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거부감보다는 오히려 솔깃한 정보를 제공하기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극중 뚱뚱한 강한나가 전신성형을 해서 제니로 변하게 되었다는 것은 이후 각 성형외과 의사들의 검증과 해외 연예인들의 사례와 함께 정말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되어 버렸다. 물론 영화에서 하고자 하는 얘기는 단지 성형과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것보다는 그것을 풍자하는 것이었겠지만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것에는 약간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이렇듯 시대의 흐름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기획력이 돋보였던 <미녀는 괴로워>는 영화적으로도 매우 잘 만든 로맨틱 코미디 영화이다.
또한 여배우가 주인공이 되는 원톱 영화 중에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거의 드문 상황에서 김아중이라는 신인급 배우를 과감하게 캐스팅하는 모험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김아중의 뛰어난 연기와 ‘마리아’로 올해 초 대중가요계를 뒤흔들 정도의 가창력이 겸비되면서 관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 대종상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의 영광까지 거머쥐게 되었으니 <미녀는 괴로워>는 바로 김아중이라는 배우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비록 일본의 만화 <미녀는 괴로워>를 각색한 것이지만 <오! 브라더스>를 통해 사람 냄새나는 코미디 영화를 만들었던 김용화 감독의 연출력이 이번에도 여실히 돋보인다.
최근 <사모님>이라는 개그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김미려가 <미녀는 괴로워>처럼 전신성형을 해서 변모하는 모습을 담은 방송 프로그램이 나온다고 하니 이 영화가 준 영향력이 꽤나 높았다는 것을 입증시키고 있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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