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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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 교실
  • 승인 2007.07.1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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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속에 찾아 온 메디컬 호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위력이 엄청나게 강하다는 것을 입증시켜준 5~6월이었다. 몇 년째 계속 되풀이되던 ‘한국 영화 위기설’이 드디어 가시화 되면서 한 때 한국영화 점유율이 70~80%까지 가던 것과 달리 올해 상반기는 47.3%로 200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여하튼 이러한 분위기는 7월과 8월에도 계속 이어지면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의 경쟁을 피한 웬만한 한국영화들이 8월 중순 이후와 9월에 개봉 일자를 잡고 있어 한국영화를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다. 그러나 이런 틈새 속에서도 그나마 한국영화의 숨통을 트여주고 있는 것은 항상 매년 이즈음에 찾아오는 ‘한국형 공포 영화’들이다.

이미 <검은 집>을 선두로 공포영화가 시작되었고, 지금 소개할 <해부학 교실>을 비롯하여 <므이>, <기담>, <리턴>, <두사람이다> 등등의 공포영화들이 뒤를 잇고 있다. 또한 올해 공포영화의 특이점은 병원을 무대로 하는 메디컬 호러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었다는 것인데 아마 우리에게 병원이라는 공간은 언제나 두려운 곳이고, 올해 초반에 히트했던 드라마들이 병원을 배경으로 했던 것과도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을 것 같다.

의대 본과 1학년으로 같은 해부학 실습의 팀원인 선화(한지민), 중석(온주완), 기범(오태경), 은주(소이), 경민(문원주), 지영(채윤서)은 긴장감 넘치는 해부학 실습 첫 날 그들을 위해 준비된 카데바(해부용 시체)를 기다린다. 그러나 팀원들은 젊고 아름다운 카데바를 접한 후 알 수 없는 환청과 환영에 시달리게 되고, 연이은 사고와 팀원의 죽음으로 해부학교실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죽음의 비밀 한 가운데 자신들이 해부한 카데바의 여인이 있음을 알게 되고 살아남기 위해 그녀의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해부학 교실>은 일반인들에게 호기심과 공포심을 모두 줄 수 있는 해부학 실습실을 주된 배경으로 ‘카데바’라는 전문 용어를 익히며 서서히 공포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특히 <링>의 사다코 같은 관절 귀신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타의 한국형 공포영화와 차별성을 두면서 신선한 소재로 영화를 전개시키고 있다는 점이 높이 살 수 있는 부분이다. <플란더스의 개>에서 봉준호 감독과 공동 시나리오 작업을 했던 손태웅 감독의 데뷔작인 <해부학 교실>은 해부학 실습실의 세트와 해부용 시체 모형을 제작하는데 많은 제작비를 들이며 꽤 디테일한 미장센이 돋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 역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반전’에 대한 강박관념이다. 자연스러운 반전을 기대하는 관객들과는 다르게 억지로 만든 듯한 반전은 오히려 극의 몰입에 방해를 주기 나름인데 <해부학 교실> 역시 반전을 강조하다가 결국 전체적인 이야기를 놓치며 공포스럽지 않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또한 너무나 전형적인 캐릭터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복잡한 이야기, 젊은 배우들의 농익지 않은 연기들이 잘 정리되지 않으면서 관객들의 집중도를 흐리고 있다. 과연 올 여름 공포영화의 최종 승자는 어떤 영화가 될 것인지 궁금하다. <상영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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