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파더> &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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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파더> & <아들>
  • 승인 2007.09.0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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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영화에 나타나다

감독 : 황동혁(마이 파더) & 장진(아들)
출연 : 김영철·다니엘 헤니(마이 파더) & 차승원·류덕환(아들)

최근 날씨에 따라 변하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면서 인간이나 사회는 주변의 환경 등으로 인해 급변하게 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는 2007년 한국영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현상으로 이전과는 다른 내용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가족에 대한 개념의 변화는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이전의 영화에서는 모든 일들을 결정할 때마다 가족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적인 요소였다. 하지만 1990년대에 ‘신세대’가 등장하면서 가족보다는 개인이 더 중시되었고, 한국 영화에서 가족의 모습은 오피스텔 등에 독립해서 사는 젊은 층들로 국한되면서 가족의 존재는 희미해졌다.

또한 IMF로 인해 사회적으로 가족 해체가 이루어지면서 영화에서도 편부모나 조손가정 등으로 가족의 형태가 변화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은 병들어 죽는 아버지나 힘없는 아버지로 변하게 되었고, 그 자리를 어머니가 대신하게 되었다. 특히 2006년 한국영화는 ‘어머니의 시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모성애를 가진 어머니들의 이야기가 주류를 이룰 정도였다. 반면 2007년은 아버지에 관한 영화들이 주류를 이루면서 본격적으로 ‘아버지’의 영화들로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우아한 세계>, <눈부신 날에>, <날아라 허동구> 등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의 뒤를 이어 개봉한 <아들>과 <마이 파더·사진> 같이 아버지를 다룬 영화들은 예전의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이나 현재의 강한 어머니의 모습보다는 힘없고, 소외된 아버지를 표현하면서 이미 입지를 잃어버린 현 사회의 아버지상을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들>의 경우 무기수인 아버지 강식(차승원)이 하루 동안의 휴가를 받고 15년 만에 아들인 준석(류덕환)을 만나기 위해 집으로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반면 <마이 파더>는 미국으로 입양된 아들 제임스 파커(다니엘 헤니)가 아버지를 찾기 위해 미군으로 지원해서 한국에 온다. 결국 아버지 황남철(김영철)을 찾게 되지만 그는 살인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상황이다.

무기수와 사형수라는 아버지의 신분은 여러모로 자유롭지 못한 현 사회 가장들의 모습을 대변하면서 짧은 아들과의 만남은 애틋한 부정 대신 안타까움만을 전하고 있다. 또한 이 두 영화는 비슷한 결말로 이야기를 맺으며 관객들에게 잔잔한 충격을 준다. 하지만 독특한 이야기 구성과 연출력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전해주었던 장진 감독의 <아들>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너무나 단순화 된 이야기 속에서 제대로 녹여지지 않고 겉돌고 있으며 배우들의 연기 또한 제대로 된 앙상블을 느낄 수 없다.

실화를 배경으로 한 <마이 파더>는 다니엘 헤니의 연기변신과 김영철의 혼신의 연기가 눈에 뜨이지만 엔드 크레딧 올라갈 때 보여지는 TV 다큐멘터리와 너무나 흡사한 나머지 영화적 상상력이 거의 배제되면서 약간은 지루해졌다는 것이 흠이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두 영화 모두 아버지와 아들이 면회소를 통해 만날 수 밖에 없는 자유롭지 못한 만남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왜 눈물이 안 나오는지 모르겠다. 혹시 누군가의 말대로 두 영화 모두 절제의 미를 보여준 것인지, 아니면 너무나 지루하게 느껴진 것은 아닐까?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우리 가족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보면서 그동안 여름의 무더위에 지친 마음을 가족의 사랑으로 채워나가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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