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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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8
  • 승인 2007.09.2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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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공간에서의 공포 체험

어릴 적 <전설의 고향>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하지 마라’라는 금기사항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대다수의 주인공들이 꼭 금기사항을 어기고, 그로 인해 화를 입는다.
아마 이것은 호기심 가득한 인간들의 잘못된 욕구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결국 그 화를 어떻게든지 이겨낸 사람들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있다. 이러한 금기를 또 다른 말로 ‘터부(taboo)’라고도 하는데 이는 동서양 모든 사람들에게 위험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경고의 사인이기도 하다.

어린 딸을 잃은 공포소설 작가 마이크 엔슬린(존 쿠삭)은 ‘사후세계’라는 소재에 사로잡혀 있다. 그는 초현실적인 공포를 소설로 쓰는 베스트셀러 작가지만, 눈에 보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믿지 않는 회의론자이다. 어느 날 그에게 날아온 낯선 엽서에는 “Don’t enter 1408!”이라고 씌어져 있다. 새로운 작품을 구상 중이던 마이크는 미스터리로 가득한 뉴욕의 돌핀 호텔을 찾는다. 호텔 지배인인 제럴드 올린(사무엘 L. 잭슨)은 95년간 1408호에 묵은 투숙객들이 1시간을 못 넘기고 죽은 일들을 알려주며 들어가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하지만 마이크는 기어코 그 방에 들어간다.

공포소설의 대가인 스티븐 킹의 단편 소설을 영화화한 <1408>은 방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공포스러운 상황들을 초현실적인 시공간의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스티븐 킹의 소설 중엔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꽤 있는데 대다수 고립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룬다. 또한 그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폭설’ 같은 자연적인 상황을 이용하면서 외부와의 접촉을 단절시키고, 그 안에 남은 주인공들은 믿을 수 없는 초현실적인 사건들을 겪게 되면서 관객들의 긴장감을 유도한다.

하지만 <1408>은 공간이동도 없고, 나오는 사람도 거의 없는데다 공포영화라고 하면 기대할 수 있는 소리 지를 부분이 마땅치 않을 정도로 무서움의 강도가 다른 영화와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그래서 보는 이들을 약간 지루하게 느끼게 할 수도 있지만 거의 원맨쇼를 하는 존 쿠삭의 연기만으로도 그 울분은 가라앉힐 수 있다. 할리우드의 선 굵은 배우 중에 한 명인 존 쿠삭은 <1408>에서 초현실적인 공포에 휩싸이는 주인공 마이크의 역할을 매우 훌륭하게 표현하면서 관객들의 허한 마음을 달래준다. 역시나 하지 말라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어른들의 말을 곱씹으며 선선한 가을밤에 오컬트 공포영화 한 편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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