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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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0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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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행복이란…?

‘행복’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꽤나 친숙한 단어이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한참 동안 머뭇거릴 것 같다. 과연 ‘행복’이란 무엇일까?
아마 이 단어의 정의는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한국 사람, 미국 사람들보다 훨씬 더 행복하다는 조사 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람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 독자적인 연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는 몇 안 되는 감독 중에 한 사람인 허진호 감독 역시 <행복>이란 영화를 통해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행복’에 대한 정의를 표현하고 있다.

서울에서 클럽을 운영하는 영수(황정민)는 가게가 망하고, 애인 수연(공효진)과도 헤어지고, 간경변까지 앓게 되자 시골 요양원 ‘희망의 집’으로 내려간다. 8년째 ‘희망의 집’에서 살며 스텝으로 일하고 있는 은희(임수정)는 중증 폐질환 환자지만 밝고 낙천적이다.
얼마 후, 영수는 은희에게 의지하게 되고 둘은 서서히 행복한 연애를 시작한다. 그리고 요양원을 나와 함께 살기 시작하지만 은희의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은 영수는 시골 생활과 둘만의 생활에 점점 지루해지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은희도 부담스러워진다. 그 때 서울에서 수연이 영수를 찾아온다.

<행복>은 전형적인 멜로드라마로 관객들에게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과 함께 눈가를 적시는 슬픔을 선사한다. 마치 더운 열기가 가시고 찬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덥혀주기라도 하듯 영화는 담담하면서도 격정적으로 두 사람의 감정선을 따라간다. 여기에 황정민과 임수정이라는 연기 꽤나 하는 배우들의 호흡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동안(童顔)으로 제 나이 또래의 연기를 못했던 임수정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자신만의 연출 스타일로 감정을 절제하는 미학을 보여주었던 허진호 감독은 <행복>에서는 감정을 애써 감추려 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면서 좀 더 현실적인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전작 <봄날은 간다>에서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질문을 던졌지만 <행복>에서는 마치 그에 답이라도 하듯 ‘사랑은 변한다’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이 영화의 제목을 ‘행복’으로 한 것은 결과보다는 과정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듯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 ‘행복’은 너무 먼 곳에 있지 않고, 매 순간마다 우리 곁에 있다. 다만 우리가 너무 큰 것만을 생각하다 그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하기 때문이다. 차분한 가을에 <행복>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행복’의 존재를 느끼길 기원해 본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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