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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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
  • 승인 2007.10.1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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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한 궁녀들의 삶

요즘 TV 드라마를 보면 금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사극이 방송될 정도로 역사를 다룬 드라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21세기 최첨단의 시대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계속해서 옛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왕을 중심으로 하는 사극이 매번 반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은 ‘구중궁궐(九重宮闕)’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내가 알지 못하는 또 무엇인가가 있을 것 같다는 호기심들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인기는 ‘팩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키면서 역사를 왜곡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된 문제점을 돌출시켜내고 있다.

<궁녀> 역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이지만 이러한 사건이 실제 있었거나 궁녀들이 영화처럼 살았다는 것도 아닌 ‘팩션 사극’으로 <대장금>을 통해 엿봤던 궁녀들의 이야기를 좀 더 색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또한 <궁녀>는 <왕의 남자>의 조감독이었던 김미정 감독이 데뷔하는 작품이며, 제작자와 감독, 배우 모두 여성으로 영화계에 불고 있는 ‘우먼파워’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로 인해 궁녀들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같은 여성들의 시각으로 제대로 묘사하고 있으며, 여성 특유의 세밀한 연출력을 보여주고 있다.

숨막힐 듯 엄격한 궁궐 안. 왕 외에는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는 그곳에서 후궁 희빈(윤세아)을 보좌하는 궁녀 월령(서영희)이 서까래에 목을 매 자살한 채 발견된다. 검험(檢驗)을 하던 천령(박진희)은 월령이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 기록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고, 감찰상궁(김성령)은 자살로 은폐할 것을 명령한다. 하지만 천령은 자살로 위장된 치정 살인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어 독단적으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현재 <왕과 나>라는 드라마에서 내시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궁녀>는 기존 사극이 왕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것과 다르게 궁녀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문득 신상옥 감독님의 <이조 여인 잔혹사>가 생각났다. 궁녀가 아이를 갖게 되고, 다른 궁녀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는 눈물겨운 이야기를 그린 작품인데 <궁녀>는 그 작품과 시작점은 비슷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면서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부여하고 있다. 그래서 궁녀의 세계를 그린 여타의 작품과는 다른 컨셉으로 여성들만의 세계를 표현하며, 여성 감독의 작품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강도가 센 고문 장면들도 등장하면서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초반에 너무 많은 힘을 넣은 탓에 후반부로 갈수록 스릴러 장르의 공식을 포기한 채 급작스럽게 호러 영화로 장르를 바꿔버리면서 관객들의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그로 인해 소재의 신선함이라는 영화의 시도는 좋았지만 그 힘을 끝까지 가져가는 데에는 부족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녀>는 최근 불고 있는 사극의 열풍을 영화답게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표현하고 있다는 부분은 높이 살만하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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