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디스터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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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디스터비아
  • 승인 2007.11.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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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가 가미된 청춘 영화

사람들은 누구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훔쳐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길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엄연한 타인의 사생활을 침범하는 일이기 때문에 범죄 행위에 해당되어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그런 욕구를 영상 미디어를 통해 해소하고자 하는 경향이 많아지면서 <몰래 카메라>라는 프로그램을 필두로 하여 <스캔들> 같이 남의 사생활을 엿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프로그램들이 선풍을 이루고 있을 정도다. 거기에는 왠지 모를 중독성까지 내포하고 있어 많은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지게 하기도 했지만 ‘관음증’에 대한 호기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어찌 보면 영화 역시 ‘관음증’의 대표 매체라고 할 수 있다. 컴컴한 공간에서 오로지 볼 수 있는 것은 스크린뿐으로 관객들은 그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배우들의 모습을 마치 훔쳐보는 듯한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는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소재 역시 ‘관음증’으로 인간들의 끊임없는 욕망을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급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문제아로 변한 케일(샤이아 라보프)은 결국 수업 중 교사를 폭행하게 되고, 법원은 그에게 90일간의 가택 연금을 결정한다. 발목엔 감시 장치가 부착되어 집 울타리 밖으로는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엄마(캐리 앤 모스)에게 비디오 게임과 케이블 TV마저 빼앗긴 케일은 고성능 망원경으로 이웃들을 엿보기 시작한다. 이 때 옆집에 이사 온 애슐리(사라 로머)에게 호감을 느껴 관찰하는데 우연히 또 다른 집에서 벌어지는 살인의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영화제목인 ‘디스터비아(Disturbia)’는 대략 ‘서로를 방해하는 사회’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신조어라고 한다. 이는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남을 엿보면서 그들의 사생활을 관찰하거나 방해한다는 의미로 어딜 가든 누군가에게 감시를 받고 살아가고 있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풍자한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여하튼 영화에서도 주인공은 망원경으로 몰래 사람들의 사생활을 훔쳐보면서 지루함을 달랜다는 설정을 보여주는데 이는 어딜 가든 CCTV와 같은 카메라 등에 의해 항상 감시를 받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디스터비아>는 8월말에 개봉을 한 탓에 거의 공포 스릴러로 알려지게 됐지만 실상 이 영화는 스릴러가 가미 된 청춘영화라고 하는 것이 더 옳을 정도로 마지막 20분 정도 외에는 옆집 소녀와의 사랑을 키워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트랜스포머>로 스타덤에 올랐던 샤이아 라보프의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으며, 한국인 배우 아론 유가 그의 친구로 출연해 이목을 집중시킨다. 또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이창>을 리메이크한 작품이지만 최첨단의 장비를 통해 옆집을 관찰하고, 사건을 파헤쳐 나간다는 내용은 변화 된 사회와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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