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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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 동네
  • 승인 2007.11.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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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죄를 다룬 스릴러 영화

11월 초에 <식객>과 <색, 계>라는 얼핏 보면 제목이 비슷하여 혼돈을 일으킬 수 있는 영화 2편이 개봉되었다. 영화계의 전통적인 비수기인 11월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는 저력을 과시한 영화들로 침체기에 빠져있던 한국 영화계에 활력소를 제공해주기도 했다.
또한 날씨가 점점 겨울로 변화되고 있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올 11월은 이례적으로 <세븐데이즈>나 <쏘우 4>와 같은 스릴러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되면서 예년과는 다른 영화 개봉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시즌별 장르라는 것이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동네>라는 영화 역시 스릴러 영화이다. 사실 제목만 놓고 봤을 때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정겨운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제목에서부터 관객의 허를 찌르며 연쇄 살인범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우리 동네>는 기존 스릴러 영화들이 범인이 누구일까라는 결말을 향해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가거나 막판 반전이라는 고정 관념에 맞춰 진행되었던 것과는 다르게 범인이 누구인지를 먼저 밝히면서 시작한다.

평온한 동네에 동일한 방식의 연쇄 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피살자는 모두 여성이며 발견 당시 양 손이 노끈에 묶인 채 십자가 모양으로 매달려 있었다. 한편 추리소설가 지망생 경주(오만석)는 월세금을 독촉하던 집주인과 말다툼 끝에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연쇄살인범을 모방하여 시체를 처리한다. 사건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시민들은 모두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 역시 동일범의 소행으로 단정 짓는다. 하지만 오직 강력계 반장 재신(이선균)만이 마지막 사건은 모방범의 소행임을 직감한다. 그리고 자신의 살해수법을 모방하는 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연쇄살인범 효이(류덕환)는 그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우리 동네>는 ‘누가 그랬냐’라는 것보다는 ‘그가 왜 연쇄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나’라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어찌 보면 스릴러 영화를 통해 범인 맞추기를 즐기는 관객들에겐 좀 밋밋한 감이 없지 않지만 대신 범인들의 심리를 통해 그들의 범행 동기에 좀 더 다가가면서 또 다른 재미를 부여한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를 드나들게 되면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게 된 사건으로 집중하게 되고, 한 동네에 사는 주인공들끼리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서 이 영화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상황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감독은 이러한 범죄 동기에 주목하면서 주인공들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으나 좀 더 관계에 대한 치밀함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고, 잔혹한 장면들로 인해 많은 관객들이 즐기기에는 약간의 부담감이 있다. 그러나 이른바 ‘훈남’으로 불리는 배우 오만석, 류덕환 등의 연쇄살인범으로 연기 변신은 <우리 동네>에서 눈에 띄는 재미이기도 하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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