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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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승인 2008.02.2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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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심장한 제목에 걸맞는 독특한 스릴러

할리우드의 감독 중 기발한 아이디어와 뛰어난 연출력으로 세계적인 명감독으로 손꼽히는 형제 감독인 에단 코엔과 조엘 코엔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세월의 덧없음에 대한 이야기를 매우 느릿한 화면과 침묵 속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막 한 가운데서 사냥을 즐기던 모스(조쉬 브롤린)는 총격전이 벌어진 듯 출혈이 낭자한 사건 현장을 발견하지만 물 한 모금을 갈구하는 단 한명의 생존자를 외면한 채 떠나다가 자동차 뒷좌석에서 우연히 2백만 달러가 들어있는 가방을 발견한다. 횡재를 했지만 물을 달라는 요구를 거절한 게 내심 꺼림칙했던 모스는 새벽녘에 현장을 다시 방문하게 되고, 때마침 마주친 경찰에게 쫓긴다. 우여곡절 끝에 도망치지만 이내 살인마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에 의해 쫓김을 당하게 되고, 보안관인 벨(토미 리 존스)은 이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퓰리처 상 수상자인 코맥 맥카시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영화는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고 있지만 기존의 스릴러 영화와는 많은 차별성을 갖고 있다.
특히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알리기 위해 사용되던 사운드 효과가 이 영화에서는 거의 없지만 이상하게도 안톤 시거가 산소통으로 문을 부수며 모스를 찾아다니는 장면은 매우 긴박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거칠고 빠른 리듬의 편집 대신 텍사스 사막을 배경으로 전체적으로 느릿하고 건조한 장면들을 통해 또 다른 스릴러 장르의 맛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영화를 보다보면 이 영화의 제목이 뜻하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고, 보안관이 범인을 쫓지도 않고, 열린 결말로 끝나버리는 이상한 이야기 구조가 낯설어 영화에 집중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러한 영화는 감상 후에 곱씹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보안관 벨의 대사와 그의 아버지의 대사를 통해 이 영화가 하고 싶어하는 말이 무엇인지 대략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나버린 옛 시절에 대한 향수와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앞뒤 안 가리고 바쁘게 살아가는 현 시대 사람들을 점차 늙어가는 사람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것 중에 하나가 살인마의 헤어스타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발머리에 미묘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이는 안톤 시거의 역할을 너무나 잘 소화해 낸 하비에르 바르뎀의 연기이다. 일단 그의 넘쳐나는 포스와 카리스마에 보는 내내 웃음과 두려움이 함께 스쳐지나 갈 것이다.

유수의 영화제뿐만 아니라 200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남우조연상 등 4개의 주요부문을 휩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우리나라 개봉과 함께 동명 소설도 함께 출간된다. 오랜만에 영화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작품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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