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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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주노
  • 승인 2008.05.3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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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리틀맘의 당당한 선택

우연히 20년 전에 나온 한국영화를 보다가 택시기사가 손님에게 “요즘 애들은 누가 있어도 서로 껴안고 쪽쪽 거린다. 예의가 없다”라는 대사를 하는 것을 봤는데 얼마 전 똑같은 말을 지하철 화장실에서도 들었다. 이는 20년이라는 세월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을 바라보는 기성세대들의 눈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다. 필자 역시 20년 전에는 젊은이였다가 지금은 기성세대가 된 입장에서 똑같은 소리를 하고 다니기 때문에 더할 말이 없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시대가 흐르면 그 사회의 문화도 같이 변하는 것을….

최근 들어 예전에는 거의 없었거나 수면 아래에 묻혀있던 사건들이 흔하게 나타나면서 우리 사회의 가치관 등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중 ‘리틀맘’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10대 부모들의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물론 아주 옛날에는 가능했을지 모르는 일이지만 최근에는 학생의 신분이기에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성 개방 풍조에 의해 10대들도 성적인 문제에서 예외일 수는 없는 것이다. 특히 몇 년 전에 개봉했던 영화인 〈제니, 주노〉의 영향으로 우리 사회에 조금씩 10대 부모들의 이야기가 방송에 소개되면서 많은 사회적 이슈를 낳기도 했었는데 〈주노〉 역시 할리우드판 리틀맘의 이야기이다.

독특한 소녀 주노(엘렌 페이지)는 호기심에 친한 친구인 블리커(마이클 세라)와 성관계를 맺게 된다. 그 후, 주노는 아기를 가지게 되고 낙태를 하려고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뱃속의 아기에게 손톱까지 있다는 말을 듣고 주노는 낙태를 포기하고 단짝 친구 레아(올리비아 썰비)의 조언에 따라 입양시키기로 마음을 먹고 벼룩신문에서 아이를 소중히 키워줄 불임부부를 찾기 시작한다.

10대 부모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제목 또한 똑같아 우리 영화 〈제니 주노〉의 표절이 아니냐라는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결국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판결이 났고, ‘주노’라는 이름은 출산의 여신 이름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여하튼 〈주노〉는 최근 사회적인 문제인 10대의 임신을 깔끔하게 보여주면서 이들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표현하고 있다. 물론 가부장적이며 혈연중심의 전통이 아직 남아있는 우리 사회의 시각에서는 약간 안 맞는 부분이 있지만 리틀맘 주노의 선택은 미국식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명쾌하다. 또한 아이를 가졌다는 것에 절대 좌절하지 않는 주노나 그녀를 따뜻한 시선으로 돌봐주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모습은 사회문제에서 범죄로까지 치닫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할리우드 박스 오피스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시선이 주목되었던 〈주노〉는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고, 2008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는 각본상을 수상하면서 명성을 드높였다. 귀여운 주노의 연기를 한 엘렌 페이지를 보는 재미도 있는 〈주노〉는 10대들의 임신 같은 문제를 무조건 피하거나 금하는 우리 사회에게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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