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미쓰 홍당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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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미쓰 홍당무
  • 승인 2009.03.06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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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씨의 사랑 쟁취 분투기

외투의 겹이 점점 얇아지면서 봄이 오고 있음을 느끼다가 오랜만에 떠난 여행 속에서 만난 유채꽃에서 봄이 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달력을 보니 벌써 3월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달이기도 한 3월은 학생이든 아니든 모든 사람들에게 새롭게 시작하거나 출발하는 시기로 느껴지면서 왠지 가슴 한 켠을 설레게 해주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아련히 첫사랑에 대한 기억으로 여심(女心)을 흔들리게 하는 여자의 계절이 봄으로, 이럴 때 여자들을 위한 영화 한 편을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바로 작년 <영화는 영화다>와 함께 저예산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미쓰 홍당무>는 여자 감독과 여자 배우들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진, 한마디로 여자들만의 영화로 남자 1명을 서로 쟁취하기 위한 버라이어티 영화라 할 수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얼굴 빨개지는 안면홍조증에 걸린 양미숙(공효진)은 비호감에 툭하면 삽질을 일삼는 고등학교 러시아어 교사이다. 그러나 러시아어가 인기 없단 이유로 양미숙은 중학교 영어 선생으로 발령 나고, 자신이 짝사랑하는 서선생(이종혁)과 예쁜 러시아어 교사 이유리(황우슬혜) 사이에도 미묘한 기운이 감지된다. 미숙은 자신이 영어교사로 발령 난 것도, 서선생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도 모두 이유리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급기야 질투와 원망에 사로잡힌 채 서선생과 이유리 사이를 떨어뜨리기 위해 서선생의 딸이자 싸가지 없는 전교 왕따 서종희(서우)와 모종의 비밀스런 동맹을 맺게 된다.

개봉 당시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으며 각종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과 신인여우상, 신인감독상 등을 고루 수상했던 <미쓰 홍당무>는 10억의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이자, 박찬욱 감독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여 더 큰 이슈를 낳은 영화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쓰 홍당무>는 안면홍조증에 걸린 여주인공을 은유하는 제목으로 관객들에게 새롭게 다가오려고 했으나 산만한 이야기 구성으로 관객들을 더욱 혼란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혹자는 저예산 영화를 보면서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영화는 제작비의 규모를 떠나 가장 중요한 것이 매끄러운 이야기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독특한 캐릭터만 있을 뿐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이야기에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그로 인해 폭넓은 영화관객들을 흡수하는 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저예산 영화로 1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수익을 창출한 <미쓰 홍당무>는 어떠한 관점으로 영화를 보느냐에 따라 매우 독특하거나 매우 어이없는 영화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랑 앞에 내숭 떨지 않는 여자들의 다양한 모습을 표현하며 이전 작품과는 달리 망가진 연기를 하는 여배우들과 카메오 출연한 봉준호, 박찬욱 감독을 찾는 재미를 놓치지 말자.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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