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일상이 빚어낸 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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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일상이 빚어낸 파국
  • 승인 2003.03.1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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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기-레퀴엠


일그러진 일상이 빚어낸 파국

선택권 없이 태어나는 데는 지구의 모든 종과 똑같지만, 인간은 유일하게 인생의 마지막을 선택할 수 있다. 또 하나 자의식을 가진 인간이 다른 종과 행태학적 차이를 보이는 것은 중독에 빠진다는 것.

현대사회는 탈이데올로기 시대를 맞아, 개인의 인생을 휘어잡을 만큼 강력한 가치관이나 종교는 부재하고, 먹고 사는 걱정도 이젠 일부의 문제로만 보여진다.

대신 자본주의 사회구조를 타고 스멀스멀 파고드는 중독성 약물이 확산되고, 이 문제가 일부 상위의 향락적 소비계층 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허리 격인 중간계층에까지 침투되고 있다는 사실은 위험수위를 넘어 빨간불을 켜고 있다.

이 영화는 광적으로 무엇인가에 집착하는 네명의 마약 중독자가 파국에 이르는 과정을 쫓아간다. 다이어트약으로 포장된 마약에 중독된 어머니와, 역시 헤로인에 빠진 아들, 마약딜러에 동참하는 친구, 이를 사기 위해 매춘을 하는 여성 등의 주인공은 사회와 가족, 꿈과 이상적인 미래와는 괴리된 채 일그러지기만 하는 일상을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 자막이 올라갈 즈음에는 마약근절을 외치는 경고성 문구보다 중독의 위험성과 폐해를 간접경험하게 될 것이다.

TV 다이어트 강의 프로를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인 사라는 그 쇼의 출연섭외를 받는다. 젊은 시절에 잘 어울렸던 아름다운 빨간 드레스를 입고 쇼에 출연하리라는 상상에 즐거워하지만 그 옷을 입기에 사라는 이미 너무 살이 쪄버렸다. 사라는 마약성 다이어트약을 복용하기 시작한다. 사라의 아들 해리는 매리온과 사랑과 마약을 나누면서, 친구 타이론과는 마약딜러로 한탕 저질러 멋지게 사는 것이 꿈.

사라는 다이어트에 대한 집착이 늘어날수록 약을 과용하게 되고, 한편 해리와 타이론의 한탕 계획은 어그러지기 시작하고, 매리온에게는 마약을 미끼로 유혹의 손길이 뻗쳐온다.

광적으로 약물에 집착하는 주인공들이 마약 투입 후 겪게 되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인위적으로 과장되거나 리드미컬한 음향과 함께 반복적으로 편집한 부분이나, 빠른 화면의 전환이 감각적으로 묘사됐다.

오진아 기자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주연 엘렌 버스틴, 제레드 레토, 말론 웨이언스, 제니퍼 코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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