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한약, 論하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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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한약, 論하다(8)
  • 승인 2010.06.2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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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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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과 체질, 장내 세균총과 상관성 ‘밀접’
한약과 체질, 장내 세균총과 상관성 ‘밀접’
보편성 특수성 병행… 한의학 적용 토대 구축돼

발효한약, 論하다(8)

최근 한약의 새로운 접근 방법으로(첨단 아이콘으로) 발효한약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람들은 발효하면 먼저 떠올리는 것은 우리 식탁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슬로우푸드의 대명사인 김치, 된장, 청국장, 고추장이다. 이 식품들이 우리 밥상을 책임지고 있을 때 우리사회에서 생활습관병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인스탄트 식품에 밀려 발효식품이 우리 밥상에서 멀어지면서 서양인들의 질환으로만 생각되던 대장암, 유방암이 우리 사회에서도 증가 추세에 있다. 그래서 요즘 많은 사람이 발효가 건강에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약의 발효가 전통적으로 사용됐던 예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한약 발효에 대한 관심은 한약의 연구결과로 시작된 새로운 개념의 한약인 셈이다. 현대과학을 토대로 한약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면서 한약의 약효가 어떻게 발현되는가를 규명하기 시작했다. 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필자는 한약의 약효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1990년대 초반에 한약 발효를 제안하고 연구를 시작했다.

필자가 한약에 발효를 도입했던 목적은 2가지다. 첫째는 한약의 약효는 소화관에 서식하는 장내 세균총의 의존성을 해결하기 위함이고, 둘째는 약효가 늦게 나타나는 한약을 신속하게 약효를 발현시키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는 중에 발효녹용, 발효인삼, 발효홍삼 등을 세계에서 맨 처음 개발하여 특허도 출원했고 지금은 제품도 나와있다.

“한약은 소화관에 서식하고 있는 장내 세균총의 도움 없이는 약효성분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연구의 바탕에는 “한약의 약효는 왜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왜 한약은 체질과 관련이 있을까? 양방약과 같이 체질(한방에서 말하는 체질)을 뛰어 넘을 수 있는 한약의 개발은 가능할까?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초를 마련하고 싶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자연과학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였다. 어떤 식물을 한약으로 사용했을까? 한약의 유효성분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에 대답하면서 한약의 발효가 더 중요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약은 소화관에 서식하고 있는 장내 세균총의 도움 없이는 약효성분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것이 사람의 체질에 따라 약효의 차이가 있는 것과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연구를 계속 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한약 하면 생각하는 것이 복용하고 난 후에 약효가 늦게 나타난다, 사람에 따라 약효가 차이가 난다 등 한약에 대한 생각이다.

이런 일은 왜 일어날까? 한약은 원래 약효성분을 자신이 지니고 있으면 자신에게 독이 되기 때문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약(효능) 성분을 수식하고 있다. 그러다가 곤충이 공격하는 등의 필요성이 생기면 수식된 성분을 제거하여 사용하게 된다. 그러므로 한약의 원 성분은 시험관에서 약효를 평가하면 약효가 없는 경우가 많다. 한약을 복용하면, 우리 소화관에서 미생물의 도움을 받아 한약 성분에 수식된 부분을 제거받는 것이다.

이런 수식을 제거해 주는 소화관 서식 세균총들은 사람의 유전자를 반영하여 서식하고 있어 사람마다 현저하게 차이를 보인다. 사람마다 한약의 약효성분의 수식을 제거하는 능력이 다르다. 그러므로 한약과 체질(유전적 특성)은 장내 세균총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러므로 한약의 약효를 높이고 체질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고 그것이 발효기법이다. 이 발효기법은 한약 성분에 수식된 부분을 제거해 약효성분을 만들어 주면서 독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이 맞추어져야만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종합해 보면 적어도 3가지를 고려해서 한약을 발효하면 좋을 것 같다. 첫째는 한약의 어떤 성분들이 어떻게 약효를 나타내는지를 밝혀야 한다. 인삼에 대표적인 약효성분은 인삼 사포닌이다. 이 성분은 인삼에 들어있는 원함유 성분 그 자체로 흡수되는 성분은 거의 없다. 그러므로 사람에게 투여하면 소화관 서식 장내 세균총이 컴파운드 K, 진세노사이드 Rh1 등으로 만들어 주면 흡수되고, 이 성분들이 항암 작용, 항염증 작용 등의 약효를 나타낸다. 대황도 센노사이드 A 등의 성분들이 소화관에서 장내 세균총의 도움을 받아 대사되어 레인안스론이 되어 사하작용 등을 나타낸다.

“발효기법은 한약 성분에 수식된 부분을 제거해 약효성분을 만들고 독성을 줄이는 방법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인삼을 발효시켜 컴파운드 K를, 대황은 레인안스론을 만들어 투여하면 각각 항염증 효과, 사하 효과를 나타낼까? 답은 그렇지 않다. 인삼은 발효시키면 우수한 항염증 효과를 잘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대황은 그렇지 않다. 사하작용은커녕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대황을 복용하면 그 성분인 세노사이드 성분이 사하 작용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대장까지 도달해 그곳에서 약효성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발효시켜서 미리 전환된 대황 성분인 레인안스론 성분을 복용하면 위와 소장에서 흡수되어 부작용만 초래하고 사하효과는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둘째는 황기나 치자 등을 보약, 기억력 향상, 고지혈증 등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할 때는 발효를 시켜서 사용하면 부작용도 없고 높은 약효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항바이러스 효과를 기대하여 사용하는 경우에는 발효를 시키지 않고 사용하여야 한다. 물론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치료가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한약을 발효할 때는 가장 중요한 것이 사용하는 미생물이다. 많은 사람이 홍국과 같은 진핵생물 미생물을 사용한다. 배양하기 쉬운 미생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민해야 한다. 발효한약을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에 한약과 함께 발효시킬 때 사용한 미생물이 동시에 투여되므로 사람의 건강에 유익한 미생물을 사용하여야 한다. 요즘에 효모가 건강식품으로도 사용되지만, 소화관이 좋지 않은 사람은 효모를 먹으면 오히려 소화관에 이상발효가 진행되어 오히려 건강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식단을 책임지고 있는 슬로푸드에 사용하는 김치, 된장, 청국장의 발효에 관여하는 미생물들은 진핵생물인 홍국균, 효모와는 달리 원핵생물인 유산균, 또는 이와 유사한 세균류이다. 아직까지 홍국균 등을 발효에 허용하고 있는 나라는 없는 듯하다.

더 많은 기초연구를 통해 김치는 누구나 만들어 먹고 건강에 유익한 점을 공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집집마다 특색을 살리며 더 좋은 김치를 만들어 한국의 이미지 식품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발효한약도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보편적인 기술로 발전시키면서 한편으로는 개인의 역량에 따라 더 우수한 기술을 개발해 한의학에 적용할 수 있는 토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발효한약은 21세기 첨단의료기술과 함께 첨단 한약기술로 발전시켜 한의학의 발전에 토대가 되었으면 한다.

김동현/ 경희대학교 약대 미생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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