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침구 대체의학 아니다(2)- 체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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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침구 대체의학 아니다(2)- 체질침
  • 승인 2010.08.2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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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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臟腑穴 자극… 생명활동 조절 치료법
臟腑穴 자극… 생명활동 조절 치료법
시리즈/ 침구 대체의학 아니다(2)- 체질침

당신은 생명을 본 적이 있는가? 생명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8체질의학은 생명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부터 출발하였다. 8체질의학의 세계는 우리의 눈으로 직접 볼 수 없고 느낄 수도 없는 생명의 원리가 작동하는 세계이다. 생명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듯이 경락과 경혈 또한 보이지 않는다. 생명과 연관되어 있는 이 세계의 중요한 부분들은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게 숨겨져 있다.

체질침은 사람의 팔과 다리에 있는 60개의 중요 혈, 즉 장부혈(臟腑穴)에 자극을 주어서 생명활동을 조절하는 치료법으로, 8체질론에 뿌리를 둔 8체질의학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이다. 8체질의학의 체계는 체질생리, 체질병리, 체질감별, 체질치료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체질치료는 세부적으로 체질침과 체질영양법, 체질섭생법으로 구성된다.

체질침(Constitution-Acupuncture)의 체계는 창시자인 권도원 박사에 의해 1962년 9월에 첫 논문인 <The Constitutional Acupuncture>가 성립하였고, 1965년 10월에 도쿄에서 열린 국제침구학회에서 <A Study of Constitution-Acupuncture>를 공식적으로 발표함으로써, 생리에서 병리, 감별과 치료에 이르는 일관된 8체질의학의 체계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체질침은 8체질의학의 치료도구 중에서 가장 신속한 효력을 나타내는 치료법이다.

전통 한의학적 방법론을 따르는 증치의학에서는 변증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체질의학에서는 변증에 앞서서 체질 감별이란 절차가 필수적이다. 환자의 체질을 감별하는 것은 그 사람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문을 여는 것과 같아서, 체질을 정확하게 감별하지 못한다면 체질치료는 시작조차도 할 수 없다. 이렇게 ‘체질을 감별하는 일’은 체질론 전반에 대한 체계적이고 정확한 지식과 아울러 고도의 판단력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기술이다. 만약 부정확한 감별로 치료를 시작한다면 해당 질병을 치료하지 못하는 차원을 넘어서 환자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게 되거나 심지어는 없는 병을 새로 만들어 줄 수도 있다.

국수 이창호 같은 바둑의 고수가, 겉으로 보기에는 지극히 단순해 보이는 동작으로 놓은 돌 하나와, 동네 복덕방에서 내기 바둑을 두는 필부의 한 수를 단지 그 동작의 유사성에 따라 동일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는 기본적인 교육만 마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의 손끝에서 반상에 내려앉는 돌 하나에는 그가 거쳐온 지난날의 모든 경험이 그대로 응집되어 있다. 이런 ‘행위의 가치’에 대한 차이를 우리는 분명히 인식하고 있고, 이것을 ‘전문성’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인 것이다.

그런데 엄연히 전문가의 영역에 속한 의료행위를 단지 간편하고 수월하게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일반인이 마음대로 접근해도 된다고 판단하는 재판관이 있다. 일반인이 법률용어를 좀 익혔다고 해서, 판사 대신 법정에 앉아서 판결을 내릴 수 있다고 믿는 재판관은 아마 없을 것이다. 국가 건강보험제도는 의료체계를 비교적 단순하고 획일적인 구조로 구축하였고, 고도의 수련과정과 정밀을 요하는 치료법은 오히려 보험제도의 틀 속에서는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국가의 체계를 지탱하는 최고의 법률 전문가라면 국민건강을 위해 어떠한 인식과 판단을 가져야 하는지 홀로 반성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문제의식을 반드시 지녀야만 할 것이다.

이강재/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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