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강론(55) - 수풍정(水風井)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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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강론(55) - 수풍정(水風井) 3
  • 승인 2010.12.1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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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수

박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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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풍정괘의 세 번째 양효(九三)에 대해서는 “우물물이 깨끗한데도 먹지 않아 내 마음이 슬퍼짐이라, 그러나 이 깨끗한 우물물은 퍼담아서 나중에라도 쓸 수 있는 것이므로 기다렸다가 지도자의 정신이 밝아지듯 정치가 맑아지면 모두 함께 깨끗한 우물물의 복됨을 받으리라(九三 井渫不食 爲我心惻 可用汲 王明 受其福 象曰 井渫不食 行惻也 求王明 受福也)”고 하였습니다.

 

세상 사람들 혹은 나라의 지도자들이 훌륭한 인재를 못 알아보면 슬퍼지게 됩니다. 그러나 이때일수록 좌절하지 말고, 그 깨끗함을 계속 보존하여 언젠가는 사람들이 총명함과 진실함을 알아보게 되어 이용하게 되면 모두가 행복하게 될 것이라는 것 같습니다. 흙속에 묻힌 보석도 언젠가는 빛나게 밝혀질 때가 있을 것입니다.

네 번째 음효(六四)에 대해서는 “우물을 정비하니 그것은 크게 허물될 것이 아니다(六四 井 无咎 象曰 井无咎 修井也)”라고 하였습니다. 우물도 오래되다보면 우물내벽이 중간중간 허물어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잠시 우물사용을 중지하게 하고 보수해야, 다시 깨끗한 물을 계속해서 얻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잠시 우물물을 먹지 못한다고 하여 원망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수풍정괘의 다섯 번째 양효(九五)에 대해서는 “우물이 맑고 차서 시원한 샘물을 먹음과 같으니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바르게 해나감이라(九五 井冽寒泉食 象曰 寒泉之食 中正也)”라고 하였습니다. 정(井)괘를 두고 정전법(井田法)의 근거가 되기도 하였다하고, 옛날 하(夏)나라 우(禹)임금이 치수(治水)의 지혜를 얻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도대체 어디에서 그런 지혜를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보이는 곳이 이 부분입니다.

우물의 벽이 오래돼 부스러져서 흙이 바닥으로 떨어지면, 잠시 우물물이 진흙탕처럼 흐려집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흐려진 우물물을 보고 ‘못 쓰겠다’하여 다른 곳에 또 우물을 파려합니다. 그러나 수풍정(水風井)괘에서는 과감히 우물을 고쳐 쓸 것을 주장합니다.

즉, 다른 곳에 새로운 우물을 팔 것이 아니고(不改井), 지금의 우물을 잠시 사용을 중단시키고 고치면(井 修井) 다시 맑고 시원한 우물물이 나와서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受其福). 그것이 바로 지혜롭고 밝은 지도자가 할일인 것입니다(王明).

홍수로 물난리를 겪어 고통에 빠진 국민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닥에 고여있는 흙탕물을 빼내고, 허물어진 벽들을 수리하여 다시 새로운 물과 공기가 나오도록, 그렇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치수(治水)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일 것입니다. 홍수로 망가진 반지하 집들을 다시 쓸 수 있도록 고쳐주는 것이 다른 곳에 새로운 집을 지어주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인 것입니다.

수풍정괘의 맨 위 마지막 음효(上六)에 대해서는 “우물을 거두어서 장막을 치지 않음에 믿음을 두게 되니 매우 좋게 되어 큰 성공을 거두리라(上六 井收勿幕 有孚 元吉 象曰 元吉在上 大成也)”고 하였습니다. 깨끗하고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된 우물을 혼자만 먹으려고 덮어놓는다든지, 자기가 마실 물은 퍼서 담아 놓은 뒤 우물사용권을 다른 곳에 팔아버린다든지 하는 것은 지도자가 할 일이 아닙니다. 행복을 주는 좋은 것을 모두 함께 공유할 수 있을 때 커다란 성공이 뒤따를 것이란 교훈을 우리에게 주고 있습니다.

박완수/ 경원대 한의대 병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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