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의 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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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의 힘 2
  • 승인 2010.12.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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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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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정 칼럼

온고지신의 힘 2


히스토리채널의 “인류가 사라진다면”이라는 다큐에 보면 인류가 사라지고 나서 자연이 어떻게 인류문명의 흔적을 복구해내는가 하는 것들이 나온다. 그런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기초과학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즉 수학 물리학도 화학도 천문학도 사라지고 학계에는 오로지 실생활에 필요하고 응용되는 계산학 의학 공학과 같은 응용학문만 남은 상태가 되며, 공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 더 이상 순수학문에 대한 지식은 전혀 남지 않고 전달도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당연히 기초학문에 사용되었던 개념도 존재하지 않는다.


압력, 토크, 전하, 스핀 같은 개념의 과학적인 뜻을 전혀 이해할 수 없으며, 오래된 문서로서만 조각조각 흩어져 있는 상태를 가정해보자. 그런 식으로 상당한 세월이 흐른 뒤에..


신경전달이 화학적전달인가 전기적 전달인가 하는 고시대의 논쟁을 의학계에서 이해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신경계 이상이 올 때 어떤 약물과 어떤 치법을 쓰는지는 의학이라는 학문에 여전히 남아있다면 그 의학은 과학이라 할 수 있을까?


후학이 ‘혈압’과 ‘수압’이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 ‘압력’이라는 물리적 개념이 전무한 상태에서 혈압과 수압에서 ‘압’이 같은 의미라는 것을 파악해 낼 수 있을까? 하나는 전적으로 의학용어이며 다른 하나는 공학용어 파트에 있다.


그 증상에 그 치법을 쓰면 되긴 하는데, 어느 정도 통계적 재현성은 있지만 왜 그런지 알 길이 없다. 그 의학은 과학 속에서 발전했던 마지막 의학의 형태를 뛰어넘는 발전을 할 수 있을까? 비단 의학뿐만 아니라 토목도 기계공학도 역시 그 결과물의 도출과정을 찾아내기도 더 이상 발전하기도 힘들 것이다.


감기 강의를 하면서 수강하시는 분들께 꼭 하는 질문이 있다. “상한론의 太陽病의 太陽과 足太陽膀胱經 할 때의 태양이 같은 太陽이겠습니까? 다른 太陽이겠습니까?”


그리고 다시 묻는다. “노란병아리에서 ‘노란’이라는 말과 노란개나리에서 ‘노란’이라는 말이 같은 말이겠습니까, 다른 말이겠습니까? 물론 노란병아리와 노란개나리는 다른 것입니다. 하나는 동물이고 하나는 식물이니까요. 태양경과 태양병은 다릅니다. 하나는 경락이고 하나는 병이니까요. 이건 태양병이 태양경의 병이냐?를 묻는 것은 더더군다나 아닙니다. 태양경 이라고 할 때의 太陽이라는 개념과 태양병이라고 할 때의 太陽이라는 개념이 같은 것인지 아닌지를 묻는 것입니다”


陰陽五行 삼음삼양은 의학용어가 아닌 지리 건축 기상 등에 두루 쓰였던 과학용어였다. 작금의 메이저과학이 사라지면 현대의학이라 일컬어지는 의학의 결과물을 증명할 방법이 요원할 것이다. 그런 시대에 의학을 하는 사람들은 혈압의 의미를 알기위해 압력의 의미를 찾아내는 물리학부터 시작해서 화학 전자기학을 겸해야만 의술이 아닌 의학을 복구해 낼 수 있을 것이다.
한의학의 온고이지신의 힘은 한의학이라는 응용학문의 기초

학문이었던 것의 복구와 해석에 가장 먼저 해답이 있지 않을까. 한의학을 통계적인 검증으로만 그칠게 아니라면 우리에게 필요한건 한의학과 현대의학의 매칭이 아닌 서양과학과 동양과학의 매칭에 우선순위가 있지 않을까.


장혜정 / 춘천 봄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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