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료 산업화 논리에 ‘멍드는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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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료 산업화 논리에 ‘멍드는 한의학’
  • 승인 2011.01.0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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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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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약․한약제제 고시안, 한의학 고사시키려는 것

정부의 의료 산업화 논리에 ‘멍드는 한의학’

생약․한약제제 고시안, 한의학 고사시키려는 것

한의협․한의학회, 한의학 발전 내부전략 수립해야

  

지난 10일 행정예고 된 ‘생약․한약제제 품목허가 신고에 관한 규정 제정고시(안)’은 정부의 지나친 산업화 논리에 입각해 제약회사 살찌우기와 한의학 고사 정책의 일환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다.

고시(안)은 현행의 식약청 고시인 ‘의약품의 품목허가, 신고, 심사규정’ 중 ‘생약제제 및 한약제제와 관련된 내용’과 ‘규격품대상한약 중 목록신고에 관한 규정’을 통합하여 생약․한약제제의 품목허가․신고․심사를 위한 단일 고시로 제정하는 안으로, 식약청은 “민원인의 편의 및 천연물을 이용한 의약품개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함을 목적으로 행정예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개정 고시안의 핵심은 일반의약품 허가레벨과 비슷한 수준으로 묶여 있던 생약․한약제제가 따로 독립되면서 일반의약품과 다른 기준을 적용, 신약 허가를 쉽고 간편하게 받을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개정 고시안의 개정 이유에도 ‘민원인의 편의 및 천연물 이용 의약품개발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얼핏 보면, 각종 규제를 완화시켜 한의계에 유리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상은 한의사의 ‘한의학적 진단’에 근거한 ‘투약 경험’에 기대어 만든 한약제제를 의사와 약사도 자유롭게 처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지적이다.

강연석 원광대 교수는 이 고시안에 대해 “현재 한약, 한약재, 한약제제, 생약, 생약제제, 천연물신약 등 관련 용어가 여러 법규에 산재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그 정의도 정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법규를 개정, 재정하는 것은 자칫 제도적인 혼란과 관련 직역간의 다툼만을 야기할 수 있다”며 식약청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의견서에는 ▲약사법에 없는 ‘생약제제’라는 규정을 추가하고, ‘생약제제’의 의미를 넓혀 ‘한약제제’의 범위를 침범했고, ▲추출 용매의 차이에 의한 성분변화에 대한 자료 미흡, ▲주사제(정맥 주사 포함)를 규정하며 관련 자료제출이 면제되며, 유사한 관련 치료제인 한의학의 약침에 대한 규정은 빠져 있음, ▲유효기간과 보관환경 등에 대한 자료부족, ▲천연물신약 ‘별표 1’의 자료제출 부분을 보면, ‘천연물신약’은 ‘신약’이 아닌 ‘한약제제’의 다른 이름에 불과함, ▲기존 한약서는 서양의학적 약물이용의 독성과 약리작용 자료제출의 면제가 될 수 없음을 밝히고, 그 근거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즉 ‘서양의학적 원리’에 입각해서 사용하는 것이 ‘생약제제’라고 한다면, 약리작용, 임상시험, 약동학, 약력학자료 등이 보강되어야 하고, 이를 전부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연물신약 연구개발에 관심을 갖고 공청회 등에 열심히 참관했다는 한 개원의는 “천연물신약은 국제적 통용 개념에서의 천연물신약이 아닌데도 국내에선 천연물신약으로 등록해 한의사의 처방권한이 없다. 국내의 천연물신약인 스티렌정, 조인스정 등은 해외에선 신약이 아니고 영양보충제(nutraceutical) 정도에 해당한다. 이를 국내에선 천연물신약, 심지어 전문의약품으로 등록해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함께 “천연물신약이 의사와 약사에 의해 투여되었을 때 문제는 효능과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약투여가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이었던 이유는 한의사들이 같은 증상과 질병이라도 한의학적 기준에 근거한 변증시치와 체질분석, 전통의서의 분석, 현대의학, 천연물 관련 과학적 연구 등을 토대로 투여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만성위염이면 ‘스티렌정’, 관절염이면 ‘조인스정’ 식의 투여는 정밀한 한의학적 진단평가가 빠진 것으로 효능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충분한 약리작용에 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국내 천연물신약의 효능을 높이며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한의사의 독점적 처방권이 보장되어야 하고, 더불어 생약제제와 한약제제는 다르지 않으므로 한약제제로 용어를 통일하고 한의사의 독점적 처방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의사들에게 천연물신약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의 의미는 기존 한약서와 한의사의 임상경험에서 출발했어도, ‘과학적’으로 조금만 설명이 되면 한의사들을 배제시키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전통의약 DB를 활용한 천연물신약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보완해야 하는 점으로는 ▲국내 생산 천연물 성분에 관한 총체적 분석(중국과 일본은 확보중이라고 함), ▲성분별 약리연구, 독성연구 지원, ▲한의학적 진단과 처방의 효능을 밝히는 연구지원(한의학 용어 정리, 진단 표준화, 효능평가 연구 등), ▲한의학적 진단과 투여 연구를 위한 임상연구요원 육성, ▲의약품 분류체계 정비, ▲한약․생약․천연물신약의 의미 재정비와 처방권에 관한 제도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 개원의는 “건기식, 천연물신약 개발, 이번 고시안 등을 쭉 살펴보면 정부의 정책이 지나치게 산업화의 논리에 치우쳐 의료의 본질적인 역할을 간과하고 있고, 한의학 발전에 대한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한의협과 한의학회는 한의학을 어떻게 변화․발전시킬 것인지 내부전략을 수립해 전체 한의사들에게 제안하고 공유해야 하는데,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를 놓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김경호 한의협 약무이사는 “한의협은 규정 제정고시(안) 행정예고에 대해 22일까지 각 시도지부, 대한한의학회(각 분과학회), 중앙 약무위원들의 의견을 조회했으며, 제출된 의견을 검토한 후 식약청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규정 제정고시(안)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2개 규정의 내용에서 달라진 게 없고, 생약제제와 한약제제에 있어 변경되거나 달라지는 내용은 없다”며, 다만 “향후 천연물의약품 등의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검토가 진행될 것으로 예측되며, 우리 협회는 이에 대하여 천연물의약품 등에 대한 한의사의 사용(처방)권을 확보하는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서 관련 이해 단체와의 협의와 식약청 주무부서와의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생약ㆍ한약제제의 품목허가·신고에 관한 규정 제정고시(안)에 대하여 의견이 있는 단체 또는 개인은 2010년 12월 30일까지 ▲예고사항에 대한 의견(찬·반 여부와 그 사유) ▲성명(단체인 경우 단체명과 그 대표자 성명), 주소 및 전화번호 ▲기타 참고사항 등을 기재한 의견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청장(주소 : 충북 청원군 강외면 연제리 643번지, 참조 : 한약정책과 전화 043-719-3357, 팩스 043-719-3350, 050-2640-5947)에게 제출하면 된다.

  이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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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2011-01-03 01:33:43
감사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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