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강론(57) - 택화혁(澤火革)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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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강론(57) - 택화혁(澤火革)②
  • 승인 2011.01.0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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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수

박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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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에는 해가 져서 날이 다되어도 믿음직스러워야 하며, 크게 형통하고 바르게 함에 이로워야 하는 것은 그래야만 후회가 없기 때문이라(革 已日乃孚 元亨利貞 悔亡).

 

연못 밑에 뜨거운 불이 있어서 언제 폭발하여 사방으로 분출할지 모르는 것입니다. 화산이 터져 용암이 분출하듯 그 뜨거움과 맹렬함이 세상을 깜작 놀라게 하는 것입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서, 택화혁(澤火革)괘를 판단하여 말하기로는(彖曰) ‘바꾼다는 것은 마치 물과 불이 서로 꺼지게 하는 것과 두 여자가 함께 기거함에 서로 뜻이 달라서 바꾸자고 말함과 비슷함이라(革 水火相息 二女同居 其志不相得 曰革).

하루가 다 지나도록 믿음직스러워야 하는 것은 바꿀 때는 믿음직스럽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已日乃孚 革而信之). 또한 밝은 글로써 다른 사람들을 만족스럽게 하며 크게 소통하되 바른 길로 해야 하는 것이 혁명의 마땅한 방법이라, 그래야만 후회가 없으리라(文明以說 大亨以正 革而當 其悔乃亡).

하늘과 땅의 모습이 바뀜에 사계절이 차례로 나타나는 것이고(天地革而四時成), 옛 역사에 은나라 탕왕(湯王)과 주나라 무왕(武王)이 혁명으로 나라를 다시 세움이 바로 하늘의 뜻에 따르고 사람들의 지지에 호응한 것이니 혁명의 시기야 말로 위대한 것이 아니겠는가(湯武革命 順乎天而應乎人 革之時 大矣哉)’라고 하였습니다.

혁명을 하려다가 실패하면 그야말로 가족은 물론이고 친족, 부하, 동료들도 죽거나 다치게 되어 처참한 보복을 당하지만, 하늘의 뜻에 응하여 사람들의 믿음을 바탕에 두고 진행한다면 구태에 빠진 인류문명의 난관을 극복하고,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게 되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두려우면서도 가슴 벅찬 일이 아니겠습니까? 역경(易經)이 봉건왕조시대 이후로 ‘점치는 책’으로 치부되어 소외된 이유 중에는 이러한 혁명(革命)정신이 크게 알려짐을 두려워한 집권층의 의도적 배제도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순순히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갈 것(坤卦 乃順承天 ; 後順得常)과 강한 것에는 부드럽게 순응하라(巽卦 柔皆順乎剛)’는 교훈을 주는가하면 이 택화혁(澤火革)괘에서 처럼 때로는 과감하게 바꾸는 것이 하늘의 뜻에 따르는 큰 시기의 행동이라고 알려줍니다.

택화혁(澤火革)괘의 모양을 보고 말하기로는(象曰) ‘연못 속에 불이 있는 모양이 바로 혁이라(澤中有火 革). 지도자가 이로써 새로운 역사를 밝힘이라(君子以 治歷明時)’고 하였습니다. 국가의 정권을 바꾸고 새로운 지배체계가 시작되는 때임을 밝히는 근거가 택화혁괘의 상징성에 있습니다.

택화혁(澤火革)괘의 첫 번째 양효(初九)에 대해서는 ‘누런 소의 가죽을 단단히 묶어 쓰라고 하였으니 아직 혁명을 할 때가 아님이라(鞏用黃牛之革 象曰 鞏用黃牛 不可以有爲也)’고 하였습니다. 아직 혁명(革命)을 할 때가 아니므로 슬쩍 비슷한 발음의 가죽(革)을 묶어 쓰라고 합니다.

물론 소가죽의 단단함을 보호 장비로 이용하라는 말도 될 것입니다만, 아무래도 혁명의 거사(擧事) 전에는 비밀스럽게 하라는 뜻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혁명을 논하던 문서가 염탐꾼에게라도 들키게 되면, ‘이것은 소가죽(黃牛之革)의 사용에 대한 것이요’라고 둘러댈 수도 있겠지요.<계속>

 박완수 / 경원대 한의대 병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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