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강론(59) - 화풍정(火風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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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강론(59) - 화풍정(火風鼎)
  • 승인 2011.01.2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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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수

박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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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은 크게 형통한 것이라(鼎 元亨).

솥은 크게 형통한 것이라(鼎 元亨).

 

 택화혁(澤火革)괘 다음에 나오는 괘는 화풍정(火風鼎)괘입니다. 물건을 바꾸는 것 중에 솥 안에서 곡식을 밥으로 바꾸는 솥단지만한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택화혁(澤火革)괘 다음에 화풍정(火風鼎)괘가 오는 것이라고(革物者 莫若鼎) 서괘전(序卦傳)에서 풀이하고 있습니다.

주역이 때로는 약간 순박한 느낌을 주곤 합니다. 혁명(革命)이라는 거창한 화두를 꺼내어 이야기하는 택화혁(澤火革)괘에서 슬그머니 솥에서 쌀이 밥으로 변하는 변화의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쉬운 것이 중요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솥괘(鼎卦)를 처음 설명하기로는(彖曰) ‘솥괘는 모양을 보고 말함이라. 나무로 불을 들여오니 밥이 익혀집니다. 옛날에 훌륭한 분들이 밥을 지어서 하늘에 제사지내고, 많이 지은 밥으로 훌륭한 사람들을 키워내었다고 합니다.

겸손하면서도 보고 들음이 총명하여 부드럽게 진행시키되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것이 강해지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하여 크게 형통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鼎 象也 以木巽火 亨也 聖人亨 以亨上帝 而大亨 以養聖賢 巽而耳目聰明 柔進而上行 得中應乎剛 是以元亨).’고 하였습니다.

또한 이 괘의 모양을 가만히 보고 말하기로는(象曰) ‘나무위로 불이 피어오르는 것이 솥과 비슷합니다. 어진이가 이와 같이 하여 자신의 위치를 바르게 하고 하늘이 부여해준 사명을 알차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木上有火 鼎 君子以 正位 凝命)’라고 하였습니다.

화풍정(火風鼎)괘의 첫 번째 음효(初六)에 대해서는 ‘솥이 엎어지면 솥 안의 더러운 것들이 모두 떨어져 나올 수 있는 이로움도 있으니 마치 본처 이외의 여자로부터 자식을 얻음과 비슷하게 허물이 없음이라(鼎 顚趾 利出否 得妾 以其子 无咎)’고 하였습니다.

무엇을 바꾸어보려 솥을 준비해놓았는데 초장부터 솥을 엎고 말았습니다. 뭔가 불길한 징조인 것 같기도 합니다만, ‘뭐 어떤가, 솥을 뒤집어서 안에 있는 찌꺼기들을 빼내었다고 생각하면 안될까?’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른바 ‘전화위복(轉禍爲福)’입니다. 남자가 본처를 두고 다른 여자를 집에 들이면 옛날에도 집안이 뒤집어지듯 분란이 일어나는 등 좋지 않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른바 ‘첩’을 들여서 복잡해진 집안사정이, 그 새로운 여자로 인해 자식을 얻게 되면 그나마 허물이 없게 된다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자식을 얻어 가정의 구성이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솥이 뒤집어지는 것이 결코 어그러지는 것이 아님이며 나쁜 것을 내보내니 귀한 것을 따라가기 위한 것이라(象曰 鼎顚趾 未悖也 利出否 以從貴也)고 덧붙여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박완수 / 경원대 한의대 병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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