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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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
  • 승인 2011.02.1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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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영

홍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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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학적으로 완벽해지려는 인간 욕망에 대한 반론

마이클 샌델 지음.
강명신 옮김. 동녘 刊

한국에서 유명세를 누리는 하버드의 마이클 샌델이 지은 책이다. 원제 The case against perfection. 그는 의학이 질병치료를 넘어 인간의 이기적 욕구을 충족시키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며, 프로메테우스적 욕망을 시종일관 비판한다.

<정의>에서처럼 현란하지는 않지만, 수긍할 만한 비유들을 동원하는 내용은 대부분 무난하다. 왜 이런 것은 말하지 않을까 의구심을 가지는 순간, 바로 다음 페이지에서 그 말을 꺼내니 말이다. 그러나 샌델이 끝내 말하지 않는 것도 있다. 구차한 변명처럼 들리는 주장도 있다. 여기에서는 이에 대해서 말해보겠다.

궁금한 것은 그가 소위 ‘종자개량’에 반대하는 이유이다. 샌델의 말은 길지만 결국 따라가다 보면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라는 대답이다. 철학자로서 해답을 종교에서 찾았으므로, 그간 마주쳤던 반론 역시 적지 않았을 것이다. 반론에 대한 그의 대응 대목에서 침을 삼켰으나 김빠지는 대답이 돌아왔다. “칸트나 누구누구도 신을 빌어 말했다”니. 각광받는 하버드 지성의 대답치곤 궁색하다.

샌델은 존재 자체에 전적으로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일종의 종교적 시각을 옹호한다. 가끔씩 들춰보며 얼굴 붉히는 과거에 대해서, “네가 다 책임질 필요 없다”는 말은 얼마나 큰 위안인가? 그러나 이러한 사고방식이 인간관계를 유익하게 해줄까? 혹 교묘한 논리는 아닐까?

‘종자개량’이 개인의 차원을 떠나 사회적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인간의 모든 특성이 상품가치로 탈바꿈하면서 사회적 경쟁에 악용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지배자가 되기 위한 이전투구에서는 종자개량에 투자할 자금력이 있는 자가 승리한다. 샌델은 종자개량에 드는 비용 문제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지만, 애완용 고양이 복제비용이 5만 달러였음을 상기한다면 이것이 음서제의 새로운 도구가 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을까?

그가 예로 든 스포츠맨이나 음악가의 경우 관람자의 문제로 축소되어 있고, 자녀에 대한 유전자 디자인 역시 부모자식 간의 개인적 문제로만 다루어졌다. 종자개량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에 대해서는 고민의 비중이 크지 않다는 말이다.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주장, 정복과 통제의 충동을 누르고 삶을 선물로 인식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일견 일리 있어 보인다.

그러나 신이 존재할 자리를 마련하기 위함이 그 목적이라고 대놓고 밝히는 사람을 진정한 철학자로 인정해도 좋을까? 학창시절 외던 「맹자」 의 양혜왕 편을 다시 펼치고 싶게 한다. (값 11,000원)

홍세영/ 한국전통의학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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