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읽기 | 방가? 방가!
상태바
영화 읽기 | 방가? 방가!
  • 승인 2011.02.28 09: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보성진

황보성진

contributor@http://


낙방의 달인, 취업 위해 부탄인으로 변신

출연 : 김인권, 신현빈, 김정태, 칸
1980년대만 해도 운동권 대학생이 노동운동을 위해 일부러 공장 등에 ‘위장 취업’을 해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었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대다수 취업 연령에 있는 한국 사람들 조차 3D 업종은 기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로인해 그 빈자리를 외국에서 온 노동자들이 대신하면서 그들의 수는 점차 증가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작 3D 업종도 상관하지 않고 취업을 하려고 하는 한국 사람들의 일자리가 부족한 경우도 발생하지 않을까라는 역발상으로 한국 사람이 외국인 흉내를 내며 공장에 취업하는 또 다른 형태의 ‘위장 취업’을 다룬 영화인 <방가? 방가!>가 만들어질 정도이다.

동남아 사람을 닮은 외모인 방태식(김인권)은 매번 취업에 실패한다. 그는 노래방을 하는 친구 용철(김정태)네 집에 얹혀살다가 용철의 권유로 부탄 사람 방가로 변신하여 가구 공장에 취업하게 되면서 백수 생활을 탈출하게 된다. 가구 공장에는 베트남, 방글라데시, 네팔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었고, 방가는 그들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얼마 전,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1박 2일> 외국인 근로자편에 출연하여 많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의 눈물을 안겨주었던 방글라데시 사람인 칸이 알리 반장으로 출연하여 더욱 반가운 <방가? 방가!>는 소외된 사람들의 생활을 매우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며 국가, 민족, 언어의 다름을 떠나 한국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로 바라봐야 한다는 시선의 변화를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을 수 있지만 필자가 교육을 통해 만났던 외국인 노동자들은 예상 외로 학력 수준도 높았고, 우리보다 더 자신의 삶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단지 자신의 나라보다 돈을 더 벌 수 있는 나라인 한국에 와 있을 뿐이었다. 물론 불법 체류자로 신분이 불안정한 사람들이 많았고, 일하는 환경이나 생활환경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자신들이 번 돈으로 가족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들이었다.

 ‘사장님 나빠요’를 외치던 스리랑카의 블랑카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방가? 방가!>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선입견 등을 없애고, 오히려 한국 업주들의 치부까지 드러내는 약간 과감한 시도까지 하면서 결코 우울하거나 그들을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은 채 즐겁고 행복하게 그려내고 있다. <해운대>를 통해 코믹 연기 종결자로 인정받았던 김인권이 진짜 부탄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귀여운 연기를 펼치는 <방가? 방가!>는 그냥 웃고 넘어가는 그런 영화가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하는 영화가 될 것이다.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