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한의사 정창운의 ‘해외 한방 암 치료’ <1> 한의학, ‘고령화’ 일본 암 치료 분야에서 화려한 부활
상태바
특별기고-한의사 정창운의 ‘해외 한방 암 치료’ <1> 한의학, ‘고령화’ 일본 암 치료 분야에서 화려한 부활
  • 승인 2013.04.11 11: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창운

정창운

mjmedi@http://


한의학적 접근을 통해 암을 완치시킬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한방치료는 몇몇 암에서 연명효과 정도가 기대되는 수준인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시각을 돌려, ‘암’ 그 자체가 아닌 ‘암 환자’에 눈을 돌리면 한의학에는 수많은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수회에 걸쳐 일본 등 해외에서의 한방 암 치료현황과 학술적 기반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2006년, 일본에서는 ‘암 난민’이라는 용어가 크게 회자된 바 있다. 일본 의료정책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암환자의 절반은 의사가 최초로 설명하는 치료 방침에 대해 불만을 가지거나 납득가능한 치료방침을 택할 수 없었다. 일본 사회에서는 이러한 암 치료를 위해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는 환자들을 ‘암 난민’으로 정의하고, 당시 조사에서는 이런 환자들이 일본 전국에 70만명이나 존재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현존하는 모든 치료법으로도 효과가 없을 때, 더 이상 양방의학의 치료에 반응하지 않을 때, ‘이제는 해줄 것이 없다’는 의사의 말에 무언가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환자들 역시도 이러한 암 난민에 속한다고 한다.
그림 1.
또한 일본은 고령화 대국이기도 하여, 암 환자의 증가에 따라, 완화의학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암 ‘치료’를 할 수 없으니 하지 않는 것. 눈앞의 환자를 돌려보내는 것이 과연 의사로서 책임 있는 행위일까 되묻는 의사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도망가지 않는 의료, 책임지는 의료로서 설령 현재의 어떠한 치료법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환자라도 마지막까지 환자의 삶의 질과 존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령화로 병의원으로의 왕래가 힘든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과거에 사라진 줄만 알았던 왕진과 재택의료도 다시 활성화 되고 있으며, 노인들의 공동생활시설의 증가에 따른 독특한 진료형태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암 환자의 증가와, 기존 의료의 문제점들, 노령화로 인한 사회인식의 변화와 의료 환경의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결합하면서, 과거에 메이지 유신을 통해 한의사 제도를 없앤 일본 의료계에서 한의학이 암 치료 분야에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일본의 조간신문인 아사히신문에서 ‘동네 의사니까 말하고 싶다’라는 이름의 정기 의료칼럼을 연재해오고 있는 나가오 카즈히로라는 의사는 한약이야말로 이러한 완화의료, 재택의료에 최적이라는 이야기를 쓰고 있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여러 알의 알약을 매번 챙겨먹는 것보다는, 한 포로도 복합적인 작용을 하는 한약을 투약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초의 암 전문 연구기관이자 의료기관인 일본 간켄아리아케(癌硏有明) 병원에는 정식으로 한방서포트과가 개설되어 있으며, 이곳의 과장인 호시노 에츠오 내과 전문의는 서양의학적 표준 치료가 무효가 된 환자가 말기에 이르기 전, 치료의 ‘다음 한 수’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보완대체의료가 아닌, 정규 의료로서의 한방 암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이 병원의 한방 외래 환자 수는 매년 10% 이상 증가하여 2006년 1000여명에 이르던 환자는 2011년에는 2200명으로 5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그림 1 참조)
물론 이러한 방식으로의 접근에 대해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도 순수한 전통적 한의학의 지지자들이 있으며, 한때 일본의 한 병원에서는 모든 내과계 입원환자를 전통적인 한의학을 통해서만 치료한 적이 있을 정도로 한국보다 더욱 철저한 한방의료를 실천한 경험이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이러한 식으로 서양의학적 견지에서 한의학의 치료들을 이용하는 것이 한의학 고유의 정체성을 파괴하고 서양의학의 시녀가 되는 것이라는 주장은 젊은 시절 그러한 한방의료를 실천했던 의학계의 원로들에게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림 2.


한의사라면 한번쯤 일본에서의 소시호탕 사태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간경화 환자의 간암예방에 소시호탕이 효과적이라는 연구를 통해, 의료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소시호탕이 투약되는 계기가 됐는데, 한약에는 부작용이 없다는 식의 안이한 투약자세로 인해 간질성 폐렴의 위험을 간과했고, 여러 증례가 발생하게 됨에 따라 이는 큰 사회적 문제가 됐을 뿐만 아니라 90년대 일본 의료계에서 한의학의 입지에 대한 치명타가 된 사건이기도 하다.
이러한 내우외환에서 일본 내 한약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츠무라 제약은 새롭게 활로를 개척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서양의학적 견지에서 한의학에 접근하는 식으로 정책이 전환됐다고 한다. 수많은 증례와 치험례가 아니라, 의학계의 표준 검증방식인 무작위대조시험을 통해서 치료의 효과를 보이고, 전통한의학적인 기전이 아니라, 현대적 약리학 실험을 통해서 하나하나 약품의 기전을 입증하고, 진단과 치료 역시 사진과 변증이 아니라 현대적인 진단명과 진단법에 따른 투약효과를 보이려는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그림 2 참조)
또한 150여종에 이르는 한약 중에서도 기존의 서양의학적 치료에서는 한계가 있는 질환을 선정하여 그에 맞는 한약에 대한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한 전환이 약 10여년 전에 있었고, 그에 따른 결과가 현재 일본에서의 한의학 부흥이라는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은 한국 한의학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보인다.

 

※본 연재는 한방으로 극적으로 변하는 암치료(호시노 에츠오), 암연유명병원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한방에 의한 암치료의 기적(호시노 에츠오), 한방암치료의 에비던스(후쿠다 카즈노리), 암 한방(키타지마 마사키 외) 외 자료를 정리한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