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 무에서 유를 창조한 ‘치맥<치킨+맥주> 콤비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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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 무에서 유를 창조한 ‘치맥<치킨+맥주> 콤비네이션’
  • 승인 2013.04.2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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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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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호
부산 공감한의원 원장
 부산광역시한의사회  홍보정책기획이사
대구에서 치맥 페스티벌이 열린다고 한다. 치맥 페스티벌은 조합만으로도 획기적이다. 너무 흔해서 아무도 특별하고 새로운 아이템이라고 생각지 않던 치킨과 맥주가 합해지니 새로운 페스티벌이 탄생했다. 물론 이번 행사가 엄청난 인기를 끌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이 축제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콤비네이션(Combination)이다. 우리나라는 유독 무언가를 묶는 것을 좋아해서 짜장면과 짬뽕이 대표적이고 치킨과 맥주, 탕수육과 군만두 등 ‘A에는 B’ 이런 식으로 묶여 있는 것이 많다. 이런 조합을 통해 각각은 1+1이 3이 되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 공연계에서도 YB와 리쌍이 함께 공연을 하면서 각자 공연할 때 보다 공연수입이 더 나아졌다고 하니 현재와 같이 정체된 한의계에도 이런 조합이 절실하다. 지금 상태에서의 3만~4만 한의사 시대는 생각하기 싫을 정도다.

한의학은 보물창고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 보물들을 치맥 페스티벌처럼 엮어야 한다. 치킨 업계는 전 국민이 알다시피 대한민국에서 단일 음식으로는 가장 호황인 사업이고 맥주의 인기 또한 치킨에 뒤지지 않는다. 게다가 치킨 업계와 맥주 업계는 자금력이 튼튼하다. 치맥 페스티벌의 주최자는 그냥 이 두 가지를 조합하여 축제의 장소만 제공한 셈이다. 하지만 이 축제의 장소에 참여하기 위해서 많은 업체들은 서로 축제의 후원업체가 되고자 할 것이고 광고수입 또한 어마어마할 것이다.

너무 흔한 아이템 2가지에다가 각 지역마다 흔해진 축제라는 키워드를 결합했더니 기존에 없던 멋진 축제가 탄생했다. 그리고 각 치킨 업체들마다 서로 후원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오로지 콤비네이션의 힘이다. 같은 아이스크림이라도 산 정상위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은 ‘위치’라는 차별성을 조합시키면서 비싼 값으로 팔리고 같은 우동이라도 ‘200년 일본 장인의 우동면발’이라는 스토리가 조합되면 평범한 맛이 대박 맛집이 되듯이 한의계는 콤비네이션을 통해 ‘Magic’을 만들어야 앞으로 3만, 4만 한의사 시대에도 고사를 면할 수 있다.

한의학계에서는 성장과 비만이 대표적인 콤비네이션 성공 사례이다. 80년대만 해도 한의원에서 비만 치료와 성장 치료가 보편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한의원이나 가지고 있는 ‘한약’이라는 무기를 대중의 관심사인 ‘다이어트’ ‘성장’과 결합시키면서 지금은 보편적인 치료가 되었다. 즉 성공적인 콤비네이션 사례가 되려면 지금 전국의 어느 한의원에서도 바로 클리닉을 운영할 수 있으며 대중의 관심사, 트렌드와 매치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일부 특화 아이템이 보편적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전국의 모든 한의사가 치료 방법이나 결과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면서 일반 국민도 보편적 치료로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비슷한 치료비용으로 양방의 치료효과와 비주얼(Visual)적인 면에서 강력한 비교 우위에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의학적으로 뚜렷한 치료 결과를 보이지 못하면서 단지 조금 새롭거나 혹은 양방에 비해 덜 위험하다는 이유로 고가의 치료비를 받는 아이템의 경우는 반드시 쇠퇴하게 되어 있다. 현재 한의계에는 제2의 비만과 같은 아이템이 절실한 상태다. 치킨과 맥주처럼 전 국민이 사랑하면서 잠재된 시장이 큰 아이템을…

성공적인 조합이 되려면 첫째, 전통 한의학적 ‘도구’를 사용하여 어느 한의원에서나 쉽게 접목할 수 있어야 하고 둘째, 법적으로 양방과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적으며 셋째, 국민 누구나 일생에 한 번씩은 고민하는 질환군 정도의 조건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성공적 아이템을 만든 후에 한의계는 지속적이고 유기적이며 장기적인 플랜으로 홍보를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각 지부별로 다른 홍보 사업을 해서는 5%밖에 안 되는 의료시장 점유율에서 전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내기 어렵다. 대략 3년 정도의 시간 동안 아이템을 선정하고 학문적 근거 마련을 위한 학술적 작업과 전 국민적 관심사를 유도하기 위한 설문지 제작, 유쾌하면서도 머리에 쏙 들어오는 재미난 홍보방안 연구, 3년 이상 동안의 지속적인 홍보가 같이 이루어진다면 제2의 비만 혹은 한의계의 치맥 페스티벌이 발견될지도 모른다.

한의계에서도 그동안 각 프랜차이즈 한의원이나 네트워크 한의원 별로 특화에 대한 노력과 새로운 시도를 다양하게 하였지만 일부 한의원들을 통해 ‘이 질환은 한의원에 가야하는구나’라는 공감대를 끌어내기 어려웠다.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보물이 무엇인지 가려내고 그것을 잘 조합해내는 싱크 탱크(Think Tank)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협회와 학회, 지역의 각 지부들이 일심동체로 유기적인 노력을 통해 수 년 이상 꾸준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렇게 개발된 핫(Hot)한 아이템 하나가 그것이 필요한 ‘시대적 요구’와 만나면 한의학 제2의 부흥기를 만들 것이다. 한의계는 인프라가 든든한 양방과 다른 길을 가야 한다. 어느 병원에 가서도 비슷한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양방과 달리 한의학은 특별해야 살아남는다. 3만~4만 한의사 시대를 같이 살아갈 모든 선후배님들! 멋진 콤비네이션을 통해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아닌 새로운 시장의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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