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있는 출연배우 8명 중 4명이 한의사…엑스트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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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있는 출연배우 8명 중 4명이 한의사…엑스트라도”
  • 승인 2015.08.0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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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애자 기자

박애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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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영화 찍는 한의사’ 송영일 동의대 부속 한방병원 진료교수

[민족의학신문=박애자 기자] 침을 들고 있어야 할 한의사가 영화 찍을 장소와 배우를 섭외하느라 동분서주한다. 근무하는 병원에서는 신기해하면서도 적극 협조해준다.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우리 곁에 있는 한의사의 이야기다. 송영일 동의대학교 부속 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2과 진료교수의 이야기다. 송영일 교수가 각본, 연출, 편집을 담당한 단편영화 ‘봄날의 라이브’가 8월 13일 개막하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공식 상영된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1160여 편의 출품 공모작 중 101편의 영화를 선정해 상영하는데, 송영일 교수의 작품도 선정된 것이다. 이와 관련, 송영일 교수를 만나 영화를 만든 계기와 의미 등을 들어봤다.

단편영화 ‘봄날의 라이브’ 혼자 각본·연출·편집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15~16일 공식 상영
“1년에 한 편씩 단편영화 촬영, 장편영화에도 도전”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상영하는 ‘봄날의 라이브’를 소개해달라.

◇한의사 영화감독 송영일 교수.
‘봄날의 라이브’는 노총각과 스님이 수강생의 전부인 오래된 기타학원에 새로운 수강생 미진이 방문하면서 기타학원이 변화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2014년 상반기에 열린 부산 영화의 전당 단편영화 워크숍에서 완성됐다. 이 영화로 2014년 11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 공모전에서 시민미디어상을 수상했으며 8월 13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제1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한국음악영화의 오늘’이라는 프로그램 단편부분에 상영될 예정이다.

▶이 영화를 기획한 특별한 이유는.
영화를 기획하면서 연출자가 한의사라는 사실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직업적인 자의식을 가지고 만들다보니 무엇보다 영화가 누군가에게 위안을 줄 수 있었으면 했다. 다양한 종류의 영화가 수많은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한의사가 만든 영화는 누군가를 위로하는 영화이기를 바랐다. 영화의 큰 줄거리는 노인의 이야기이다. 실제 진료실에서 항상 마주대하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출연하는 배우도 다 한의사인가.
‘봄날의 라이브’에 대사를 하는 배우는 8명이다. 그 중 4명이 한의사이다. 한의사들이 모여 만든 밴드인 하니밴드의 리더인 권순혁 원장과 김휘수, 이상진, 김지욱 원장들이 ‘노 개런티’로 출연해줬다. 또한, 유지환, 김정섭, 허희수 한의사가 엑스트라 역할을 해줬다. 영화에 대한 열의와 열정을 보여준 동료 한의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배우와 장소 섭외는 어떻게 했나.
영화 기본 시나리오 상 많은 배우가 필요했지만 예산 상의 문제로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요 배역 두사람만 연기자로 캐스팅하고, 나머지는 주변 사람으로 캐스팅했다. 이를 위해 한의사들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카페를 통해 배우 모집 공고를 올렸는데, 생각보다 많은 한의사들이 관심을 보여줬다. 그 결과, 좋은 연기력을 가진 한의사 배우를 캐스팅 할 수 있었다. 장소 섭외의 경우 동의대학교 부속 한방병원과 평소 다녔던 기타학원 등에 협조 요청을 했는데, 흔쾌히 받아줬다. 하지만 영화 촬영을 거부하는 곳도 있어 애를 먹기도 했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중요했던 음악의 경우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권순혁 원장의 반주와 스태프들의 노래로 만들어졌다. 당초, 주제가를 부르기로 했던 가수가 계획을 무산시키면서, ‘벚꽃엔딩’의 작곡자인 장범준 씨에게 노래 사용을 요청했다. 장범준 씨의 허락으로 전 스태프가 참여하는 주제가가 탄생했다.

◇‘봄날의 라이브’는 수강생이라고는 노총각과 스님 뿐인 기타학원에 새로운 수강생이 방문하면서 기타학원이 변화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사진은 영화 중 한 장면.

▶영화를 만들면서 어려운 점은.
모든 최종결정은 연출자의 몫이다. 매 장면을 촬영할 때마다 좋은 장면을 찍기 위해 ‘OK’ 사인을 내려야 할지 ‘NG’ 사인을 내려야 할지 결정하는 게 가장 힘들고 어려웠다. 그만큼 연출자의 스트레스가 크지만 영화는 연출자 혼자 만드는 게 아니고 배우와 스태프가 힘을 합쳐 만드는 예술작품이다 보니 연출, 스태프, 배우의 삼박자가 잘 맞아야 최고의 장면을 찍을 수 있다. 일례로 엔딩 촬영시 스테디 캠 고장과 촬영 스케줄 문제로 인한 배우의 자리 이탈로 촬영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스태프와 배우들이 휠체어 촬영이라는 묘책을 내놓으면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영화 완성 후 주변 분들에게 영화를 보여준 적 있나. 반응은 어땠나.
영화 완성 후 가족들과 먼저 시사회를 가졌다. 쓸데없이 영화 만든다고 타박하던 가족들이 의외로 긍정적으로 평가해줘서 힘이 많이 됐다. 그렇다고 앞으로도 계속 영화 작업하라고는 안 하더라(웃음). 다른 지인들에게는 영화작업을 했다는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공식 상영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관심이 부담스러웠지만 지금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봐줬으면 한다. 특히 아직 영화를 못 보신 어머니께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보여드릴 계획이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고 하면 극구 말리셨던 어머니께서 무슨 평을 하실지 궁금하다.

▶한의사가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좀 생소하게 느껴진다. 영화를 만들게 된 특별한 이유는.
영화라는 매체에 관심을 갖고 애정을 가지고 있던 건 고등학교 시절부터였다.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은 많이 하고 있었지만 결국 연극영화과를 가거나 하진 못했다. 그렇지만 한의과대학 시절이나, 한의사가 되고 나서도 영화는 언제나 생활의 일부였다. 영화를 만들게 된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프랑스 영화감독인 프랑수아 트뤼포가 말한 영화를 사랑하는 세 가지 방식(▲영화를 두 번 보는 것 ▲영화에 관해 글을 쓰는 것 ▲영화를 만드는 것) 중 하나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음악영화 장르가 생소하다.
음악영화라는게 음악의 중요도가 높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굳이 구분하자면 음악영화는 음악과 관련한 삶을 담는 영화와 음악 자체로부터 출발하는 영화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봄날의 라이브’는 애초에 음악영화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통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완성시켜 놓고 보니 음악영화의 장르에 부합되더라. ‘봄날의 라이브’는 음악과 관련한 삶을 다루기도 하고, 음악 자체로부터 출발한 영화라고도 볼 수 있다.

▶‘봄날의 라이브’ 외에 또 제작했거나 제작 중인 영화는.
대전대학교 한의대 재학 시절에 한의학과신문을 만드는 편집국에서 편집국장을 맡은 적이 있다. 그때 처음으로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편집국 국원들과 함께 영화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동영상을 만들어 본 것 같다. 그 경험이 재미있었던지 후배들이 그 이후 편집국에서 ‘송씨네’라는 타이틀로 몇 편 더 영화를 제작했던 일이 있다. 그때는 주로 학교문제나 학교생활문제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루었다.
2013년부터 부산에서 제작되는 단편영화에 배우로서 혹은 촬영감독으로서 참여하다가 2014년에 8분 10초짜리 ‘졸음의 영화’라는 제목의 단편영화를 연출했다. 현재는 새로운 단편영화 시나리오를 제작 중이다. 이번엔 컴퓨터 그래픽을 전문으로 하는 친구와 힘을 합쳐 SF 단편영화를 만들려고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2014년 9월 ‘봄날의 라이브’를 완성하고 제 영화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싶어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 연출전공에 지원했는데, 합격했다. 앞으로 2년 동안 마음껏 영화를 공부할 수 있다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1년에 한 편 정도씩 단편영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볼 생각이다. 궁극적으로는 장편영화에도 도전할 것이다.

▶독자들에게 한 마디.
우선 8월 15, 16일에 상영되는 ‘봄날의 라이브’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관람해줬으면 한다. 또한 이번 단편영화가 작은 계기가 돼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많은 한의사들도 자신감을 가지고 영화 제작을 시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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