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임상현장을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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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임상현장을 기록하다
  • 승인 2016.09.0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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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오

김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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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학신문 논설위원 겸 객원기자’ 김종오가 만난 方·藥의 고수-②주성완 다나을 한의원 원장


이 인터뷰의 목적은 세 가지다. 첫째, 인터뷰이가 환자를 진찰하고 한약 처방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다. 둘째, 처방도출에 핵심이 되는 사고의 과정을 살핀다. 셋째, 그가 생각하는 임상 한의학의 미래를 듣는다.

주성완 원장은 유명인사다. 책 한권에 方과 藥의 한의학사를 담은 ‘임상 한의사를 위한 기본 한약처방 강의’로 한의사들에게 잘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TV와 라디오, 시민 공개강좌 등에서도 그를 만날 수 있다. 실력을 인정받는 의사이자 왕성한 활동가이다. 오늘은 강남에 있는 다나을 한의원에서 그의 한약 임상과 비전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1. 의사의 觀, 의사학 觀, 그리고 藥

◇주성완 다나을 한의원 원장

책 ‘임상한의사를 위한 기본 한약처방 강의’에는 자유로운 저자의 성향이 잘 드러난다. part1은 역사부분인데, 한의학사 간단정리로 시작해서 한·중·일의 상한론, 동의보감, 일본의학사를 거쳐 기본 한의학 용어 설명까지 25페이지 만에 끝난다.

part2는 상한론·금궤요략을 통해 주요 약재와 기본類方들을 분석하고(+病位 조문 +후세방의로의 변화 예), 방약합편으로 후세 임상빈용방들의 핵심 선방기준을 기본 생리병리 개념과 연결한다. 溫病에 대한 정의와 衛氣營血변증의 요점이 잘 요약된 섭천사의 溫熱論, 체질의학의 시발이 된 東醫壽世保元, 어혈병리에 천착한 醫林改錯, 大氣下陷과 중풍·고혈압·소갈병에 대한 고뇌가 녹아있는 의학충증참서록이 나열된다.

이와 같은 과감한 파격은 그의 의학觀으로부터 나왔다. “아버지가 고대사 연구자세요. 저는 언제나 한의학이 끊임없이 발전해왔고 앞으로도 발전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공부합니다.” 많은 이들이 한의학을 비판할 때, 한의대 교육에는 醫學은 없고 醫史學만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대상과 사상적 맥락과 동떨어져 이루어진 과학적 성과는 없다. 주성완 원장은 임상의가 뚜렷한 역사관을 가지고 있을 때 藥과 方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넓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고방에서 후세방으로 갈수록 비슷한 역할을 하는 약이 늘어납니다. 황련의 역할을 하는 약들, 대황의 역할을 하는 약들…….” 현대과학의 성분분석이 없이도 이러한 발견과 발전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病機다. 병기는 병의 구조이자, 약의 역할 범위를 규정해주는 지표기 때문에 이 병기에 대한 인식이야말로 그의 ‘한의학 발전론’의 핵심으로 보인다.

“한의학은 벽을 넘을 수 있는데, 대세는 병기인 것 같습니다. 이것이 바로 수 천 년 후세방의 관점이고, 중의사들의 임상이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마황증’ 대신 ‘發表’라고 하면 계지, 형개, 방풍, 선태 등등의 많은 약들을 고려할 수 있게 되고 엄청난 확장성을 갖게 되지요. 어떤 조합이라도 의미가 있어요. 옛 사람들의 임상에는 그렇게 엄밀하거나, 대단한 비밀이 없었기 때문에 그 기록을 나이브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황련에 특정한 성분이 교감신경을 어떻게……’ 이런건 너무 복잡한 이야기고, ‘陰은 인체의 근본이고……’ 이런 건 추상적이 되죠. 그들은 심장이 뛰는 것을 心火라고 하고, 황련이 그것을 가라앉게 해 준다는 것을 말한 겁니다. 다 관찰로 알 수 있는 거죠. 옛 사람들이 처음부터 무엇을 火라고, 陰이라고, 氣라고 불렀나? 陰의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생지황을 쓰다가 숙지황으로 바꾸고, 다른 약들이 추가되는 과정을 따라가면 개연성이 드러납니다.” 그래서 그는 병기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한다. 병기는 중요하지만 원초적인 관찰어일 뿐, 엄청나게 해석될만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 한의학의 역사를 ‘病機’라는 도구를 가지고 보면 수 천 년 간 환자를 치료했던 모든 한·중·일의 의사들이, 그들이 남긴 기록들이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디딤돌로써 각각 의미를 갖게 된다.

원래 있던 처방들은 점점 필터링이 되어 더 효과가 좋은 것이 남고, 더 좋은 것이 생기면 교체되거나 추가되어 새 방들이 만들어 진다. 나도 작은 의미 차이에 연연치 않고 조금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새로운 옛 의서들을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한론도, 동의보감도, 사상의학도, 온병도, 서로 경계를 나누어 왕좌를 다툴 필요가 없는 게임이다. 그 역할이 있을 뿐. 이제 그의 책의 구조가 이해가 간다.

2. 한약으로 신경정신 질환 치료하기

주원장은 불안장애, 우울장애 등 신경정신과 환자를 전문적으로 보고 있다. 내가 가장 관심 있는 ‘진료 방식’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혈압과 맥박수의 활용이었다. “신경정신과 환자를 보는 정해진 툴 같은 건 한방이나 양방이나 없습니다. 여기 제가 쓰는 설문지가 다예요.” 그래서 임상을 시작할 때부터 “객관적인 데이터로 만들어 낼 수 있는 證”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혈압, 맥박수, 체온, 폐활량, 혈액검사, 소변검사, 뇌파검사 등을 시도 했었는데, 유용한 건 얼마 안 됩니다.”

체온은 수면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 중심체온이야 대부분의 사람이 큰 차이 없겠지만, 액와의 온도와 귀의 온도가 1~2도씩 차이가 나는 사람이라면 교정이 필요하다. 초기에는 액와, 귀, 이마, 발의 온도를 다 따로 재어가면서 진료를 했었다. 그는 대단한 에너지로 자신의 진단을 정확하게 만드는 노력을 계속했고 지금의 진료 체계를 세웠다.

문진 차트를 통해 기초 건강 상태와 우울·불안지수를 확인한 후에는 크게 네 가지로 변증을 한다.

①복진 - 주로 전중과 심하, 액와의 압통과 긴장도를 살핀다. ②맥진 - 강약과 지삭, 현맥의 유무를 살핀다. ③설진 - 설질로 조습을, 설태로 기분과 혈분을 구별한다. ④병위 - 흉과 복을 나눈다.

그의 책에는 빈용방의 대략적인 흐름-향소산·가미온담탕·천왕보심단·자음강화탕·승함탕·청심보혈탕·귀비탕·보중익기탕 정도-을 소개하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에 소개한 치험례들을 보면 훨씬 더 다양한 방들-도인승기탕·팔미지황원·계지가용골모려탕·태음인청심연자탕 등등-이 운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세대 전쟁, 장래희망 정치인

그의 역사관은 미래를 향하고 있다. “지금 우리 한의학계에는 세 개의 세대가 함께하고 있다고 봅니다.” 1세대는 ‘한의학은 서양의학과 다르다’고 말한다. 整體觀, 무형의 氣, 病因과 생명의 뿌리를 이야기 한다. 2세대는 ‘한의학도 서양의학과 같다’고 말한다. 같은 몸을 보았으므로 현대의학이 밝힌 인체의 생리병리와 내경·동의보감에 기록된 관찰은 근본적으로 다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생의학으로 내경을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10여년 사이에 새로 등장한 3세대는 그동안 진행된 한국·미국·중국·일본·대만의 한·중·일 전통의학 연구 결과(과학적 실험과 통계를 통해 밝혀진 것)들이 충분하므로 이것을 한의학의 본류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국내 인프라가 부족하고, 이것만으로는 임상이 불가능 합니다만 EBM을 할 만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는 1·2세대의 공부를 충실히 한 사람으로써 후배들을 3세대의 길로 이끌어 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꼭 임상 한의사로서는 아니다. “앞으로 5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조금씩 직접 임상을 하는 시간을 줄여가려고 합니다.” 단기간에 왕성한 활동을 해본 한의사로써, 그의 판단은 이렇다. “앞으로 한의학, 한의학계, 한의임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국민 이미지와 마케팅, 그리고 정책싸움입니다. 이것을 개선하는 것이 제가 공부 한줄 더하고, 환자 한 명 더 고치는 것보다 한의계에 더 도움이 될 겁니다.” 그는 더 많은 젊은 한의사들이 정치적인 포지션을 넓히기 위해 세상과 소통해야한다고 말한다.

4. 백호탕과 오령산, 권순종, 한의학콘서트

①정신질환에 白虎湯, 피부질환에 五苓散 놓치지 말자

책에 기록하지 않은 빈용방이라면 백호탕과 오령산이 있습니다. “신경과 환자들 백호탕증이 많습니다.” 초기 고스트레스군 환자들 같은 경우 양명열증(=온병의 氣分병)을 거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 때에는 갈증과 땀과 면적을 확인 후 백호탕(加생지황) 또는 소양인지황백호탕으로 치료가 잘됩니다. “단기간에 낫죠. 아직 진액소진이 되지 않은 상태니까요.” “저는 석고 매니아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석고증이거든요.”

오령산을 쓰는 병은 아토피나 건선 계열의 피부병입니다. 신경정신과 환자들도 아토피 동반한 경우가 많아요. 口渴 小便不利가 있고, 즉 水滯가 있으면서 피부가 붓기가 있는 양상이면 오령산을 씁니다. 나름대로 秘方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출간된 [안동주임상록]에도 피부질환에 天乙丸(인삼·택사·등심초·활석·저령·적복령·백복령·복신)잘 듣는다고 되어 있어서 놀랐습니다.

②권순종의 「醫門贅言」, 순환구조론.

약공부는 상한론부터 시작했는데, 권순종 선생님의 「의문췌언」을 가장 먼저 보았고, 가장 많이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후로 한때 순환구조론도 열심히 했었죠. 그때 김규선 원장님의 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영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③3세대 한의학으로! 한의학 콘서트!

한의사 대중이 한의학의 변화를 몸소 체험했으면 하고 인지도 있는 원장님들을 모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벌써 4회째를 했네요. 이번 4회에는 이향숙 교수님을 모시고 실제로 실험적이고 통계적인 한의학 지식의 존재에 대해 보여드리기도 했습니다. 집단으로 케이스를 모을 수 있는 로컬이 여기에 적극 동참해야 미래가 있습니다.

④炮부자, 生오수유, 動悸, 胸脇苦滿.

부자는 포부자를 쓰고, 오수유는 생오수유를 씁니다.

動悸는 복부를 손으로 촉진해서 확인합니다. 흉협고만은 촉진과 자각증이 모두 중요하지요. 자각증은 주로 숨 쉬는데 옆구리가 결린다거나 힘들다거나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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