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한의학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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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한의학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 승인 2016.09.0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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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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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과 동아시아 의학사


일반 대중들이 한의학에 대해 가장 큰 오해를 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현재의 한의사들이 400여 년 전 『동의보감』만을 바탕으로 치료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의학은 발전이 안 되고 구석기 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오해하고 있다.

신동원 著
들녁 刊

이는 한의학에 대한 역사적 지식이 부족하기에 발생하는 것으로, 신동원의 ‘동의보감과 동아시아 의학사’를 참조하여 한국 의학의 역사에 대해 몇 글자 적어보도록 한다.

한국 한의학의 역사는 삼국 시대 이전으로 올라간다. 단군 신화에서 곰과 호랑이가 쑥과 마늘만 먹었는데 약속을 지킨 곰만이 사람이 되어 우리의 조상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여기서 쑥과 마늘 모두 한약재로 쓰이는 것으로 한의학의 역사는 인간이 한반도에 존재하는 순간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기록 속의 한의학 서적은 고구려의 『고구려노사방』, 백제의 『백제신집방』, 신라의 『신라법사방』 등이 존재했었다. 일본의 『의심방』과 중국의 『외대비요』등의 의서에서 삼국 시대의 의서가 인용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의 의술이 외국까지 전파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제중입효방』, 『비예백요방』, 『어의촬요방』, 『향약구급방』 등의 의서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또한, 고려시대 침구학은 발달하여 『침경』은 중국 송나라에 보내져서 『영추』로 교정되어 출간되기도 하였다.

고려 말기, 중국의 잦은 전쟁과 정권 교체로 인하여 조선에서 약재의 수급은 매우 불안하였다. 따라서 중국의 약재보다는 한국의 약재를 이용하자는 학풍이 생기는 데 이것이 바로 ‘향약(鄕藥) 의학’ 이다. 향약 의학의 열풍으로 당시에는 중국의 당약과 의론보다는 토종 약재와 한국인에게 맞는 의론으로 치료하는 것을 추구하였다. 이러한 영향으로 고려시대에는『향약구급방』이 조선시대에는 『향약간이방』, 『향약제생집성방』, 『향약집성방』 등의 책들이 출간되었다.

조선시대에는 새로운 권력이 들어서면서 기존의 의료체계 보다 발전된 형태를 만들려고 하였다. 기존의 동아시아 의학을 집대성하여 365권의 『의방유취』를 완성하였다. 『의방유취』는 백과사전식 서적으로 당시까지 전래해온 모든 의학을 총망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의방유취』로 인하여 조선에서는 의학에 관한 지식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였고, 그만큼 발전된 의료체계를 구현할 수 있었다.

의학 지식의 축적으로 전문적인 의서도 등장하여 임상에 도움을 주었다. 응급의학과 관련된『구급방』, 『신찬구급간이방』, 『언해구급방』 등이 있었고, 산부인과에 유용한 『태산요록』, 『언해태산집요』등과 같은 책들이 출판되었다. 또한 피부질환에 전문적인 『창진집』, 『언해두창집요』등이 있었고, 전염병 치료를 위하여 『벽온방』, 『간이벽온방』, 『분문온역이해방』등의 도서가 출간되었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은 왜군들에 의해 초토화 되고 백성들은 기근과 질병으로 고생하였다. 이를 타개하기 위하여 『의방유취』보다 편리한 종합 의서 편찬을 서두르는데 허준의 『동의보감』이 바로 결과물이다. 『의방유취』가 슈퍼컴퓨터라면 『동의보감』은 스마트 폰이라 비유될 정도로 한 보자기에 들어갈 수 있는 25권의 종합의서는 운반도 편리하고 일목요연하여 찾아보기도 편하였다. 이는 우리 의학 발전에 있어서 새로운 이정표가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후 의학계에서는 『동의보감』을 바탕으로 하여 보다 전문적이고 창조적인 의학 이론들이 많이 등장하였다. 침구학에 있어서는 새로운 침구법이 창안되어 허임의 『침구경험방』, 사암도인의 『사암도인침구요결』등의 책들이 출간되었고, 본초학에서 있어서는 『본초정화』, 『산림경제』, 『임원경제지』등이 출간되어 향약본초의 전통을 이어갔다. 『동의보감』을 간략하게 하려는 노력으로 『제중신편』이나 황도연의 『의방활투』와 같은 의서도 출간되었다.

조선 후기에는 한국의 체질의학 전통을 체계적으로 구현한 사상체질의학이 창시되었다. 이제마는 『동의보감』「상한편」을 근간으로 하여 사상체질에 따라 병증을 구분하고 본초를 나누어 방제를 하였다. 기존의 처방에서 약재를 줄이면서도 효과는 높여서, 당시 의학계에서는 획기적인 혁명이었다.

한의학의 발전과정을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역사는 발전한다. 한의학도 마찬가지이다. 한의학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든지 동의보감만 의존한다고 하는 것은 기본적인 의학사적 상식이 부족한 말이다. 자신이 모른다고 폄하하지 말고 모르면 모른다고 인정하자! <값 3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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