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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원 칼럼] 몸맘하나 멘탈클리닉(Mommamhana Mental Clinic) <7> 인지적 사고(思)가 두려움(恐)을 이긴다(勝)
2016년 09월 23일 () 09:20:02 강형원 mjmedi@mjmedi.com


청대 의학자인 위지수(魏之琇)(1722~ 1772년)의 저서 『속명의류안(續名醫類案)』(1886년 간행)에는 노불원(盧不遠)이 심군어(沈君魚)의 공사병(恐死病)을 치료한 기록이 있다.

   
강 형 원
원광대산본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노불원은 명대의 의생 노복(盧復)의 자(字)로 의학에 정통하고 불교학에도 능통하여 불교심리학에도 영향을 준 인물로, ‘참선으로 두려움을 없앤다’는 참선소공(參禪消恐)을 임상에 활용한 의자(醫者)이다.

어느 날 심군어가 병색이 깊어 그에게 찾아왔다. 심군어는 날마다 죽을까봐 겁이 나서 전전긍긍하였고 점치고 사주보는 곳은 안 가본 곳이 없고, 유명하다는 의사들에게도 찾아다녔다. 노불원은 심군어를 만난 첫 날 처방을 구상하여 탕약을 쓰면서 입이 닳도록 이야기하여 심군어의 마음을 놓이게 하였다.

그런데 심(沈)은 다음날 새벽부터 찾아와 점쟁이가 열흘 안에 죽는다고 했다며 금방이라도 어떻게 될 것처럼 불안해하고 초조해하였다. 노불원은 심(沈)의 집에 머물면서 안심을 시키고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또한 청산의 문곡선사(聞谷禪師)를 찾아가 참선(參禪)을 지도받도록 하였다. 그 후 심은 연습을 함으로써 마음이 비로소 되어 편안해졌다.

위 사례는 오행상극의 이론을 심리치료에 이용한 한의학의 정지상승(情志相勝) 방법 중 토극수(土克水)의 ‘사승공(思勝恐)’을 이용하여 병을 치료한 본보기이다. “두려우면 기가 아래로 내려가게 되니 기는 아래로 내려가 신수로 흩어져 돌아가고(恐則氣下 氣下而散歸腎水), 생각이 많으면 기가 맺히니 기가 모여 비토로 들어오게 된다(思則氣結, 氣聚而定屬脾土)”고 하였다. 공(恐)으로 인해 기가 아래로 내려가 흩어져 있는 것을 사(思)로 기를 모으고 들어오게 하여 기(氣)의 정상적 운행으로 감정의 균형을 잡게 한 것이다.

이는 오늘날 공황장애의 주요 심리치료인 인지치료(cognitive therapy) 이론과 유사하다. 사람들의 감정이나 행동은 상황이나 자극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해석하는 방식 즉, 내재된 믿음에 따라 영향을 주는 ‘자동적 사고’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안, 공포를 느끼게 하는 자극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인식하는 인지체계 즉, 중간단계의 자동적 사고를 일으키는 역기능적 사고를 교정하는 연습을 함으로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사(思)는 희노사우비공경(喜怒思憂悲恐驚)의 칠정(七情)과 심의지사려지(心意志思慮智)의 사유과정에 모두 포함되어있다. 이렇게 사(思)가 감정(emotion)과 사고(thought)의 개념을 포괄하고 있고, 오행 중 중앙 토(土)에 배속하여 다른 감정들 사이에서의 인지과정으로서 동시적 연결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한의학의 독특한 인식이다.

불안증 혹은 공포증이 왔을 때 그 대상을 확인하고 불안, 공포의 대상이 될 만한 것이 아님을 인식시켜줌으로써 유발하는 자극에서 당황하지도 않고, 회피하지도 않게 인지과정을 바로 잡아주는 것을 사(思)로 인식하였다. 이런 의미에서 사승공(思勝恐)은 한의학 인지치료법으로서 불안증, 공포증, 공황장애 환자들에게 유용한 치유법이다.

불안(anxiety)과 공포(fear)는 대상 유무에 따라 구분된다. 불안은 현실적인 위험 없이도 빈번히 느껴지는 것이고, 공포는 뚜렷한 외부적 자극이나 대상이 있다.

공황(panic)은 극심한 불안 상태로, 불안과 공포심이 몹시 심하고 다양한 신체 증상과 초조가 동반되어 곧 죽을 것 같은 공황발작(panic attack)과, ‘또 발작이 일어나면 어떡하나’ 하는 예기불안(anticipa-tory anxiety)에 휩싸여 일상을 불안, 긴장상태에 놓이게 한다. 공황발작과 예기불안은 공황장애의 2대 핵심증상이라고 하고 그 외에 조금만 몸에 이상이 있어서도 어디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하는 건강염려증으로 신체증상이 동반되는 질환이다.

공포증(phobia)은 두려움의 대상이 외부에 있지만, 공황장애(panic disorder)의 경우는 두려움의 대상이 내부의 신체 증상인 경우가 많다. 신체 증상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 신체 감각에 이상반응을 느끼게 하고 또 그러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혀있게 된다.

심군어(沈君魚)가 앓은 공사병(恐死病)은 죽을까봐 두려워하는 생각의 병으로 오늘날 공황장애와 유사하다. 이를 치료한 노불원(盧不遠)의 치료과정은 오지상승요법에서 사승공(思勝恐) 원리로 세 가지 임상적용이 가능하다.

첫 번째, 지언고론(至言高論)적 지지이다. ‘지언고론(至言高論)’의 사전적 의미는 ‘지극히 논리적이고 높은 식견’을 의미한다. 입이 닳도록 알아듣게끔 이야기한 노불원의 첫 번째 단계가 여기에 해당된다.

두 번째, 인지적 접근이다. 의사가 집에 머무르며 담기를 튼튼하게 하고(壯其膽) 또 점괘의 허무한 말에 의미를 두지 않게 하고, 아울러 사실분석에 근거하여 두려움이 생기는 이상심리를 분석하여 안심하도록 한 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이는 오늘날 인지치료 이론에서 자극에 대한 잘못된 해석을 교정하는 것과 같다. 인지과정에서의 오류를 분석하고 그것에 대해 실질적인 정보를 주어 인지적 오작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불안, 공포, 공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과 교육적 접근이다. 이 또한 사실적 설교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동행적 지지자로서 ‘병을 앓고 있는 인간’에 대한 인지적 접근이 우선시 되어야한다.

마지막으로 일상적 수행이다. 노불원의 ‘참선소공(參禪消恐)’의 현대 실천적 치료 명상이 마음챙김 명상이다. 지금에 가장 잘 머무르게 하고 신체감각에 머물게 하는 방법은 호흡에 집중하는 호흡명상에서 시작된다.

호흡을 계속 따라가다 보면 불안 주머니는 온데간데없고 지금 이 순간을 신체감각으로 혹은 이미지로 혹은 형태로 느낄 수가 있게 된다.

지언고론적 지지와 인지적 오작동을 교정하고 마음챙김 명상을 수행하는 가운데 불안과 공포는 도려낼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느끼고 봐줘야할 대상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 이러한 치료과정을 경험한 사람들의 피드백은 한결같다.

“나 자신을 알게 되었어요”, “내가 뭘 원하는지 알게 되었어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되었어요”, “부부관계가 좋아졌어요”,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주변에서 그러는데, 얼굴이 밝아졌대요”...

‘두려움’이라는 공포 속에서 생각만 조금 바꿔도 그 동안 보이지 않던 ‘지금’이 발견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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