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호 칼럼] 진실 규명과 사죄가 있어야 용서와 화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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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칼럼] 진실 규명과 사죄가 있어야 용서와 화해할 수 있다.
  • 승인 2017.04.0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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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한창호

mjmedi@http://


 

동국대 한의대 교수

세월호 세대
나에게는 20살, 21살 아들이 있다. 2014년 4월 당시 이 아이들은 고1과 고2 학생이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내 아이 같은 이유이기도 하다. 두 아이들의 고등학교 시절은 세월호 1,000일과 함께 살아온 셈이다.

지난겨울 팽목항에 다녀왔다. 미안해서 가지 않을 수 없었다. 1월17일 목포에 들렀다. 이때 목포신항도 지나갔었다. 목포대교를 건너 고하도 용머리해안을 지나면 허사도 목포신항만이 있다. 영암 금호방조제 근처에 숙소가 있어 그 곳을 지나갔다. 

지난 1월18일 11시 육로로 목포신항에서 명랑해전이 있었던 전라우수영 울돌목을 지나 1시에 팽목항에 도착했었다. 목포신항에서 팽목항까지는 60Km 떨어져있다. 한 시간 반이면 도착할 거리이다.

팽목항에 다다르니 온통 노란색 리본이었다.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붉은색 등대를 향해 걸어가는 등대로에는 ‘기억의 벽’이 있다. 전국26개 지역 어린이들과 어린들이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며 타일 4,565장 하나하나에 그림을 그려 붙여놓았다. 

단원고 학생들이 있는 팽목항 분향소에 들렀다. 그리고 잊지 않겠다고 가슴에 담았던 아이들을 보았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미안하고 가슴 아팠다. 사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미수습자 가족들이 머무는 컨테이너 박스였다. 억울한 진실히 빼곡하게 적혀있는 사실기록 타임라인도 보았다.  

방명록에 아이들은 “안녕 친구들아” “너무 늦게 온 것 같아 미안합니다.” “누나, 형들 좋은 곳으로 가세요.”라고 썼다. “모두들 가족 품으로 돌아올 때까지 진실이 밝혀지는 그 날까지 기도하겠습니다.”라고도 썼다.

촛불 시민혁명
지난겨울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었다. 미안해서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번은 고3 학생과 재수생인 아들과 함께 있기도 하였고, 다른 한번은 회의를 마치고 동료교수들과 함께 가기도 하였다. 더러는 과제 연구원들과 가기도 하였다. 추웠다. 불편했다. 그러나 마음이 따뜻해지고, 모두가 나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함께 있다는 안도와 바꾸어야 한다는 결의, 그리고 해 낼 수 있다는 힘이 생겨났다. 그렇게 지난겨울 차가운 세상을 촛불로 녹이면서 지냈다.

지난 겨울.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살아가겠다’는 마음과 ‘세월호 희생자와 못다핀 어린 생명들의 영혼을 기억하겠다’는 생각이 촛불을 들게 했다. 이제 세월호 진실규명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부역자들의 처벌이 있어야 비로소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이 있다. 우리는 믿고 조용히 지켜볼 것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새롭게 쓸 것이다. 한 치의 타협도 없이.

대통령은 파면되고 세월호는 떠올랐다.
2014년 4월15일 단원고 2학년 324명을 포함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제주도를 향해 인천항을 출발했다. 그러나 다음날 세월호는 제주에 도착하지 못했다. 4월16일 세월호는 진도앞바다인 조도면 병풍도 해역에서 침몰했다. 실종자 수습은 11월11일로 종료되었다. 9명의 미수습자를 바다 속에 남겨두고. 
세월호 인양을 위한 첫 작업은 2015년 8월16일에 시작되었었다. 오래 걸렸다. 지난 3월10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대통령 파면이 결정되었다. 파면되고 13일째인 3월22일 세월호는 다시 물 밖으로 나왔다. 세월호가 인양되던 날 맹골수도 근처 사고지점 바다는 파고가 1m도 되지 않을 만큼 고요했다. 세월호 선미가 보이기 시작한 후 들어올리기 시작하면서 하늘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그러나 다행히도 바다는 고요했다. 

노란리본 그리고 모두의 바램
22일 오후6시경반경 강원도 원주시 단구동에서는 하늘에 그 노란 리본모양의 구름이 떴다. 이름 하여 ‘세월호 리본 구름’이 하늘에 떠올랐다. 단구동의 인구는 4만5천명이 넘는 강원도 내에서는 가장 인구가 많은 동네이다. 어쩌면 이러한 작은 기적 하나하나가 지금을 있게 했고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거의 모든 국민들이 세월호 인양을 바라는 이유는 하나였다. 추운 바다 속에서 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잠들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하나 더 라면 진실을 밝혀달라는 마음. 이제 세월호가 인양되어 육상에 거치되고 있다. 이제는 미수습자 수습과 진실을 인양할 차례이다. 이제 겨우 세월호가 인양되었다. 그러나 침몰원인의 진상규명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9명이 있다. 세월호는 박근혜정부의 시작과 끝이다. 세월호 진실규명이 곧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작이다. 전 대통령의 파면이 새로운 시작이듯. 

구속되고 마지막 항해가 시작되었다.
지난 31일 새벽 3시3분 법원은 파면당한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결정했고 4시 반에 나와 의왕으로 출발했다. 전날인 30일 10시 반에 영장심사를 위하여 법원에 출석한지 18시간만이다. 지금은 서울구치소 미결수 503번으로 22호실에 수감되어 있다. 끝까지 진심어린 사과는 없었다.  그리고 11시에는 진도앞바다에서 인양된 세월호가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 마린호에 실린채 사고해역을 떠나 목포신항으로 마지막 항해를 시작했다.

우리는 그저 진실을 알고자 한다.
지난 달 31일 세월호가 목포 신항에 도착했다. 세월호가 침몰한지 1,080일만이다. 원래는 제주에 도착했어야할 배가 가지 못했다. 17살 승현이를 잃은 이 호진씨는 아직도 유골함을 방에 두고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 아들의 죽음을 가슴에 묻고 나면 그날의 진실 역시 함께 묻힐 것 같아 그리하고 있다. 영문도 모르고 진실도 모른 채 보내야하는 아비의 억울하고 원통함이 한이 되어 아들을 가슴에 묻지도 못하고 있다. 그는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을 알고자한다. 이를 위해 십자가를 짊어지고 삼천리 길을 걸었고, 안산 단원고와 진도 팽목항 그리고 광화문을 오가며 도보순례와 삼보일배 대장정을 한 바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세월호 참사는 우리나라 모두에게 커다란 트라우마이다. 아무것도 알지 몰라서 미안하고, 아무것도 못해서 죄스럽고, 진실을 가리고 있는자들을 보고 분노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 대부분은 지난 1,000여일 동안 슬픔이 가슴에 사무쳤다. 그런데 박근혜와 최순실 등은 노란색만 보면 화를 내고 신경질적이 되었다고 한다.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데 말이다. 그들과 부역자들은 진실이 밝혀지지 않도록 막아서고, 오만하게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물론 아직도 거짓과 위선으로 버티면서 참회하지 않고 있다. 하늘의 벌을 받을 것이다. 역사의 준엄한 벌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그들 모두를 정의롭고 공정한 우리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실정법으로 처벌하여야 한다. 

용서와 화해
파면당한 전직 대통령이 검찰의 구속수사를 받고 있다. 국민들은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용서하고 싶다. 하지만 모든 국민들은 우리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 하고, 세상이 정의롭기를 바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는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다. 돈을 준 재벌과 뇌물을 받은 전직 대통령, 그리고 국정 논란 공모자들 중 누구의 죄가 더 무거울까? 이건 상식이다. 또한 그녀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도 받고 있다.

반성하지 않은 자에게 관용은 있을 수 없다. 사과하지 않는 자에게 사면을 말해서는 안된다. 어떠한 정치적 세력도 법과 양심 앞에 예외일수 없다. 세월호 가족들이 용서하지 않는 한 사면은 말조차 꺼내서는 안된다. 그들은 아직도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고, 박 전대통령은 아직도 단 한마디도 진실을 밝히지도 않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지도 않았다. 단죄가 필요한 이유이다. 
파면당한 전직 대통령은 검찰의 피의자 신문과 구속영장 청구, 법원의 구속영장발부와 구속 수감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반성이 없다. 법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해야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는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진실 규명과 진심어린 사죄가 있어야 용서와 화해가 가능한 것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
박근혜-최순실 국정 사유화 및 농단이 자행되었다. 우리 시민들의 힘으로 헌법재판소의 8:0 파면 결정을 이끌어 내었다. 지난 수개월간 추운 거리를 메운 촛불의 힘이었다. 의회 정치는 흔들리고 권력과 시민들의 힘에 눈치만 보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5월9일이면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다. 오직 국민의 힘을 믿고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세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시민의 힘을 받고 시민의 뜻을 따라 곧장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다시는 이 땅에 불의한 사람이 권력을 휘두르지 않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아니, 참여하고 감시하여 국가 권력이 정의롭게 집행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와 우리 자녀들의 미래에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불의와 단절하고, 부당한 권력행사를 단죄함으로 해서 공정하고 정의를 세상을 세우는 일에 앞장서야 하겠다.

위로와 기원
요즘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연민하는 조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하는 말이 있다. 연민(compassion)이란 이타적 관점에서 고통을 느끼는 타인에게 자발적으로 도움을 주고자 하는 동기이다. 우리 모두는 잘 공감하는 사람들의 세상, 서로 서로 많이 연민하는 공동체를 건설해야 한다. 그런 세상이 곧 살맛나는 세상 아니겠는가?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이영숙 학생, 고창석 양승진 선생님, 권재근, 권혁규”
미수습자 가족들이 원하는 세 가지는 “유실 없는 인양”, “온전한 인양”, 그리고 “작업자들의 안전”이었다. 304명이 희생자들과 유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건강을 기원한다. 그리고 미수습자 9인의 가족들에게도 더 상처받지 말고 마음의 평화를 가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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