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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원 이름에 출산과 수유(産·授乳)의 뜻을 담았어요”
인터뷰 : 한경훈 산수유한의원 원장
2017년 09월 28일 () 07:17:38 전예진 기자 hustlejin@mjmedi.com

 

아내와 함께 경험한 ‘자연출산’…자연스럽게 출산과 수유에 대한 의료문화 관심 갖게 돼 
병원출산은 산업화된 사회의 요구에 맞게 발전해 온 반면, 한의학은 건강한 출산과 모유수유 보존·실천해 와 

[민족의학신문=전예진 기자] 자연출산을 접하면서 출산과 수유에 관심이 생겼다는 한경훈 원장(37·산수유한의원)은 국제인증수유전문가(IBCLC) 자격을 취득하고 현재는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운영진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의원 이름이 ‘산수유’라고 해서 우리가 흔히 아는 그 ‘산수유(山茱萸)’인줄로만 알았는데, 그 뒤로 산수유(産·授乳)의 뜻이 담겨 있었다. 임신·출산·수유가 갖고 있는 문화적 의미를 놓치지 않고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출산, 모유수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한경훈 안산 산수유한의원 원장.

개원과 결혼을 동시에 준비하던 10년 전, 조산원에서 출산한 여한의사 선배를 통해 자연출산에 대해 알게 됐다. 아내와 자연출산에 대해 더 알아보고 확신이 생겨서 2년 뒤 첫째를 조산원에서 낳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건강한 출산과 수유에 관심이 생겼다. 곧 국제인증수유전문가(IBCLC) 과정을 밟았고 시험에 응시해서 자격증도 취득했다. 시험을 한 주 앞두고는 둘째를 가정출산으로 맞이했는데, 그런 과정에서 출산과 수유에 대한 의료문화를 더 연구하고 잘 전달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총무재무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6년 전 IBCLC를 취득했다. 한의사로서는 3기이다. 앞서 공부한 1,2기 한의사 IBCLC 원장님들이 교육을 맡아줬는데, 강의, 진료, 연구, 학회 운영에 모두 열정적인 분들이었다. 수료할 때가 되자 앞으로도 이 학회에서 함께 하며 더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운이 좋게 운영진에 합류할 수 있었고 소소한 일을 돕다가 2년 전부터는 총무재무이사를 맡고 있다. 학회는 매해 IBCLC 과정을 개설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학회 운영진이 함께 <모유수유백과>라는 교재를 번역·출판하기도 했다. 학회가 점차 성장하면서 여러 강의를 진행하고 보건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임산부, 영유아 약물투여지침을 개발하였고 교육을 거쳐 보급했다. 이런 전 과정에서 여러 이사님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강의, 진료, 보건사업, 연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의원 이름이 ‘산수유’다. 특별한 뜻이 있나? 
친숙한 약재 이름인 산수유(山茱萸)의 음에 출산과 수유(産·授乳)의 뜻을 담았다. 6년 전, 지금 자리에 개원을 하면서 자연출산과 모유수유를 돕는 진료를 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 하지만 개원지가 평범한 동네한의원이다 보니 여성전문한의원을 전면에 드러내기에는 부담이 있었고,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 바람을 담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살짝 감추려는 의도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환자들은 그냥 동네한의원으로 생각하고 온다. 그러다 종종 출산이나 수유와 관련한 환자가 오면 한의원 이름에 담긴 뜻을 알려드리고 능력되는 한 더 열심히 살펴드린다.

▶남자 한의사가 여성질환에 대해 진료할 때 환자의 선입견은 없는지 궁금하다.
없었다. 더 정확하게는 그런 선입견과 부딪힐만한 진료가 아직은 없기 때문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예를 들어 환자가 산후 손목 통증으로 간단히 침 치료를 받기 위해 내원한 경우에 직접 수유를 하는지, 유축은 어떻게 하는지, 수유자세는 어떤지 물어보면서 수유와 연관될 가능성을 확인해본다. 처음엔 그런 걸 왜 묻나 의아한 표정일 때도 있지만, 국제인증수유상담가라고 알려드리고 몇 가지 관련된 상황을 짚어주고 조언을 해 드리면 금세 라포(rapport)가 형성되곤 한다. 수유상황을 직접 관찰하고 상담해주는 것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는 못하고 주로 사진이나 그림 자료를 이용해서 수유자세 등을 설명하기 때문에 거부감을 가질 만한 상황은 없었다. 경질초음파나 유방초음파, 직접적인 수유지도나 유방질환 진료에도 관심은 있지만 아직 시도해보지는 못했다. 오히려 나의 선입견이 더 문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한양대 대학원 문화인류학과에 진학해 진료와 공부를 병행하기도 했다. 
학업을 끝마치지 못하고 몇 년째 중단된 상태라 이 부분은 이야기하기 부끄럽다. 이 분야에서 열심히 학위과정 중이거나 이미 마친 한의사가 벌써 여럿 되시는 걸로 알고 있다. 출산과 수유는 임상의로서 관심 있는 분야이기도 하지만 생물학적 경험인 동시에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경험인 몸과 의료의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나기 때문에 의료인류학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영역이다. 출산 및 수유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연구를 통해 한의학의 특성과 현실을 살펴보고 잘 전달하는 것이 목표였다. 한의학을 대중에게 잘 설명하고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자연과학적 방법론에 기반한 실험연구 못지않게 인류가 축적해온 경험을 인문학적으로 이해하고 풀어내는 ‘이야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제인증수유상담가(IBCLC) 자격도 보유하고 있다. 국제인증수유상담가란 무엇인가? 
국제인증수유상담가(IBCLC·International Board Certified Lactation Consultant)는 북미유럽에서 시작해서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한국 등에서 활동이 활발한 국제인증자격이다. 각 국의 보건상황에 맞게 모유수유증진에 기여하게 된다. 개인 클리닉일 수도 있고, 정부나 공공기관, 국제보건기구 등을 통해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시험기관인 IBLCE가 요구하는 교육안이 반영된 90시간의 교육을 이수하고, 일정기간의 임상경력을 인정받으면 응시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주로 간호사, 소아과 및 산부인과 의사가 취득해오다가 2007년 ‘바른 모유수유를 위한 한의사모임’에서 2년 뒤 처음으로 자격을 취득을 하면서 2011년 학회가 설립됐다. 이후로 학회가 개설한 정규교육을 이수한 한의사 IBCLC가 꾸준히 배출되고 있다.

▶모유수유와 출산에 있어 한의학의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건강한 출산과 모유수유를 위해 몇 가지 조언을 한다면. 
산모를 환자로 대하고 의료진의 편의나 효율을 우선하는 병원출산의 특징은 의학의 발전 때문이라기보다는 의학이 산업화된 사회의 요구에 맞게 발전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조제유의 대중화와, 그 만큼 낮아진 모유수유율 역시 모유를 대신할 만큼 모유대체품이 충분히 발달해서가 아니라 충분한 수유기간을 보장해 줄 수 없는 사회의 변화 때문이다. 민속학 기록을 보면 서구 전통사회가 출산과 수유를 대하는 방식이 우리 전통사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산업화 이전의 인류는 자연스러운 출산과 모유수유를 위한 지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의학의 장점은 그 지혜를 오늘까지 가장 잘 보존하고 실천해 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발전시켜오고 있다는 데에 있다. 건강한 출산과 모유수유의 첫 출발은 산모가 출산과 수유의 주체로 바로 서는 것이다. 그래야 의료에 대한 선택과 판단을 바르게 할 수 있다. 

▶임상한의사로서 앞으로 소망하는 바가 있다면. 
임신, 출산과 수유에 대한 진료에 더 집중하고 싶다. 여성 진료를 특화한 한의원이 이미 많이 있다. 나는 그 중에서도 임신, 출산, 수유가 갖고 있는 문화적 의미를 놓치지 않고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그 과정을 경험하는 데 도움을 주는 진료를 하고 싶다. 한의학도 잘못 활용되면 여성의 주체성을 훼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는 임신, 출산, 수유와 관련한 심리적 문제에 대해서도 공부하고자 한다. 산후우울증 뿐만 아니라, 첫 아이 출산 경험의 트라우마로 둘째를 임신하기 두려워한다거나 성폭력 트라우마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한다. 작년부터 공부하고 있는 M&L심리치료를 통해 그 바탕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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