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분과학회가 바로 서야 한의학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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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분과학회가 바로 서야 한의학이 산다
  • 승인 2003.12.3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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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정책생산, 이제는 분과학회 몫
한의협·한의학회 안주 벗어나야


□ 연재순서 □
1) 프롤로그 - 왜 분과학회인가?
2) 무엇이 문제인가?
3)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4) 인접단체는 어떻게 하나?
5) 분과학회가 발전하려면?


■■■ 프롤로그-왜 분과학회인가? ■■■

분과학회의 학문적, 조직적, 사회적 위상은 독특하고 복잡하다.
분과학회는 형식상 대한한의학회의 산하학회이며, 대한한의학회는 또 대한한의사협회의 산하단체다.

대한한의사협회 정관 제 7장에 따르면 ‘본회에 제6조 제2호의 사항을 관장하기 위하여 대한한의학회를 두고 그 산하에 분과별 학회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제6조 제2호는 한의협 사업항목중 ‘한의학 발전과 학술연구 및 회원 보수교육에 관한 사항’을 의미한다.

한의협 회칙 제6조 제2호를 달성하기 위해 구성된 대한한의학회는 설립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사업으로 △한의학의 이론 및 기술의 연구발전에 관한 사항△분과별학회의 인준 및 지도 육성에 관한 사항 △한의학 도서의 수집 및 학술지 발간에 관한 사항 △한의학의 국제교류 및 협조에 관한 사항 △각 분과별학회의 상호간의 연락, 조정과 친목에 관한 사항 △대한한의사협회에서 위임한 사항 △전공의 교육에 필요한 사항 △기타 본 학회 설립 목적의 달성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분과학회는 대한한의학회 설립목적과 동일하므로 사업 또한 같은 선상에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렇듯 학회의 회칙은 한의학 발전과 학술연구가 핵심사업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런 근거에 따라 대한한의학회와 분과학회는 집행부를 구성하여 사업목표를 정해 실행한 뒤 회원들로부터 평가를 받고 있다.

변화의 당위성 날로 증대

정관이나 회칙을 보면 학회 사업의 큰 틀을 이내 감지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한의학 발전’이고 ‘한의학 연구’인지는 구별하기 어렵다.

다만 집행주체들의 적극성 여하에 따라 범위가 넓어지기도 좁아지기도 하는 경향에 비추어 판단의 자료로 삼아볼 수는 있다.

그러나 학회를 둘러싼 객관적인 상황은 집행주체의 의지와 상관없이 학회를 더욱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의료인인 한의사는 각자가 진료에 매진하는 것으로 소임을 다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하는 말일 뿐 지고지선한 가치는 아니다. 늘 변화와 복잡성으로 가득 찬 현실에서는 현상유지가 곧 퇴보임을 시인하는 것밖에 안 된다.

머지 않은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의계 내외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을 반추해보면 변화의 스펙트럼은 넓었다.

오래 전부터 한의계의 화두처럼 굳어진 한의학의 객관화·체계화는 오늘날에도 최대의 과제로써 진단과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빈발하는 의료사고와 의료분쟁에 대처하는 필수요소로 그 가치를 더욱 인정받고 있다.

한의학의 학문적 체계를 세우는 일은 진료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일에 머물지 않는다. 학문의 체계화가 사회적 신뢰도와 한방의료기관의 이용률 증대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절대적이다.

학문의 발달은 정책능력의 향상으로도 이어진다. 대학교육체계의 짜임새 있는 발달은 물론이고 한의사국시, 한방의료보험의 개선, 나아가 한의계 전반의 행정에 근거를 제공해주면서 설득력을 높이게 된다.

대외적으로도 한의학은 도전을 헤쳐나가야 할 처지에 있어 학문발전의 필요성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상황이다. 자연과학이 발전한 서양국가들은 경쟁력을 가진 연구방법론과 연구를 뒷받침하는 합리적인 시스템, 그리고 막강한 자본력을 결합하여 한의학의 치료기전을 하나하나 규명해가고 있다.

대체의학은 때론 한의학을 위협하는 압력으로 변질된다. IMS는 침의 원리를 응용하면서도 한의학과 전혀 다른 치료법으로 주장하는가 하면, 양방의료기관에서 침을 하나의 치료수단쯤으로 치부해 너도나도 사용하는 실정이다.

유럽의학은 한의학을 독립된 의료로 보지 않고 자신들의 전통의학인 서양의학을 보완하는 의학으로 흡수하고 있다.

같은 동양의학권에서는 중국이 중국의료라는 이름으로 세계 주도권을 쥐고자 절치부심하는가 하면 일본은 동양의학을 부활시키려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가 동양의학을 둘러싸고 경쟁하고 대립하는 가운데 한의학시장질서는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과거 시장이 한의사와 무면허업자들간의 한판 싸움이었다면 이제는 한의사와 면허를 가진 의사와 양약사 간의 싸움으로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유학생에 한의사시험 응시가 허용되면 국내 한의학질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빠져들 것으로 우려된다.
경쟁 이면에 학문간 교류와 협력도 꾸준히 증대되고 있다.

한의사는 국내 유일의 동양의학 면허단체임에도 국제학술단체에서의 위상은 생각이상으로 저조해 최근 몇 년간 고군분투한 끝에 최근 들어 비로소 활기를 띄어 가는 정도다.

분과학회는 한의학 최후 보루

한의계는 이런 미완의 과제들을 수행할 책무를 지고 있다. 과제중에는 한의 각단체가 해야 할 일이 있고, 단체간 협조를 통해야 해야 할 일이 있다.

그러나 학술이나 학술적 뒷받침이 필요한 일들은 학회의 몫일 수밖에 없다. 이중 분과학회의 역량이 중요하다. 지난 50년간 한의협 중심의 활동을 통해 학회와 분과학회가 한의학 질곡을 헤쳐나갈 최후의 보루라는 사실을 자각했다.

이에 본지는 꾸준히, 혹은 간헐적으로 제기돼온 한의 분과학회에 내재한 전반적인 문제점과 개선의 가능성들을 점검해 봄으로써 한의학 발전의 주역으로 발돋움할 단초를 마련할 예정이다. <계속>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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