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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한의학은 처음이지?
도서비평 | 1900 조선에 살다: 구한말 미국 선교사의 시골 체험기
2018년 01월 12일 () 09:38:24 정유옹 mjmedi@mjmedi.com

지난번 의약 유물 답사 차원에서 방문한 음성의 한독의약박물관에서 불쾌한 경험을 하였다. 한독의약박물관에서 자랑하는 조선 초에 발간된 의방유취, 고려 청자상감약함, 약연, 약절구 등의 손때 묻은 보물급 의약 관련 문화재들을 감명 깊게 관람하고 있었다. 문화재 관람을 마치려는 무렵 황당한 물건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바로 무당이 굿할 때 쓰던 방울과 부적을 전시해 둔 것이다. 한의사가 무당으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제이콥 로버트 무스 著

문무홍 외 譯 푸른 역사 刊

박물관을 소유한 한독약품이 양약을 주로 만드는 회사라서 한의학을 폄하하기 위해서 무당의 유물을 전시한 것인가? 아니면 실제 예전에 한의사들이 무당처럼 굿을 하고 방울을 흔들었을까?

과거에 한의사들은 진료를 어떻게 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찾아보다가, 100여 년 전 한의사의 진료 모습을 제법 자세하게 묘사한 책을 발견하였다. 바로 미국에서 온 선교사였던 제이콥 로버트 무스가 쓴 『1900, 조선에 살다』라는 책이다.

100여 년 전 한의사들은 어떻게 진료하였을까?

서양 선교사는 이렇게 표현하였다. “사람을 병들게 하는 한의사들”, “없는 편이 나은 한의사들”, “그의 지식이라면 오로지 수세대를 걸쳐 전승되어온 약초와 나무껍질로 만든 탕약의 효용에 관한 것뿐이다.”, “낡아빠진 침을 놓으면서도 환자를 죽이지 않는 것을 볼 때, 사람들은 한의사가 정말 대단한 해부학적 지식을 갖고 있다고 착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등 한의사를 까려고 작정하고 쓴 글 같았다. (본 책, 204쪽~206쪽 참조)

아픈 환자들을 직접 청진기나 검사기에 의존하지 않고, 그들이 처음 보는 소독도 안 된 침과 뜸을 가지고 진료하는 한의사의 치료는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투약도 화학 제제가 아닌 먼지 풀풀 날리는 약초를 쓰니 얼마나 미개해 보였을까? 지금은 잘 쓰지 않지만, 당시에 약으로 많이 쓰였던 지네, 개구리, 호랑이 뼈 등의 동물성 약재까지 봤다면 경악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한의사가 부적을 썼다든지 무당처럼 방울을 흔들어 굿을 했다는 표현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당시에 천연두나 수두에 걸리면 민간에서 아이의 옷과 신발에 질병의 이름을 쓰고 태웠다는 미신적인 풍습만 전할 뿐이다. 이것도 아이들의 균을 퍼지지 않게 하려는 행동으로 보인다.

저자는 조선 후기에 조선에 와서 민중들을 위해 많은 선교 활동을 하였다. 30여 년간 조선에서 생활하였기에 조선인에게 애정을 느꼈고, 그들의 의지와 능력에 대해 무시하지 않고 존중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조선의 문화와 제도에 있어서 서구와 비교하여 비하하는 것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사또가 주리를 틀어 자백을 받아 형벌을 내린다든지, 곤장으로 벌주는 것들을 저급하게 보았다. 그리고 관리들의 부정부패에 대하여 비판을 견지하였다. 문화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여서 조선 사람들의 의복, 집, 종교 등에 대해 서구의 관점에서 평가하였다. 불교나 민속 신앙에 대해 기독교적으로 우상숭배로 보았다.

조선의 의학 또한 그들의 관점에서 볼 때는 침놓고 불로 지지는 행위는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사는 진맥을 통해 정확하게 병의 원인을 파악하고 침을 소독하기 위해 불에 달구어 치료했을 것이고, 온열 효과를 내기 위하여 한반도에서 많이 자생하는 쑥을 이용하였을 것인데도 말이다. 그리고 냉장고가 없던 시절 약재를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 마당에 건조하였는데도 이방인의 눈에는 더럽게 보였을 것이다.

이런 행위들을 하는데도 조선 민중들이 한의사들을 존경하였고, 조금만 아파도 한의사들에게 몸을 맡긴다는 것에 놀랐을 것이다. 선교사의 글에서 조선의 아이들 몸에 뜸 자국이 많이 있었다니, 한의학은 1차 의료의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방인들의 인식은 다르지 않다. 양의사들은 한의사들을 비하하는 말로 ‘한무당’이란 표현을 쓴다. 한의학 학문에 대한 예의란 찾아보기 힘들다.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지 “절대 한약 먹지 말라!”, “침 치료받지 말라!”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새로운 집행부에 바란다. 양의사들이 원하지도 않는 데 의료일원화를 추진하다 따귀나 맞지 말고, 양의사들에게 한의학 교육을 하자! 양방의과대학에서 한의학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은 배우고 나오도록 만들어 보자. 서로의 학문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선행되는 것이 진정한 일원화를 이루는 시발점이다.

그리고 제발 한독의약박물관에서 방울과 부적 좀 치워주시라!

 

정유옹 / 사암한방의료봉사단, 한국전통의학史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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