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분과학회가 바로 서야 한의학이 산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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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분과학회가 바로 서야 한의학이 산다②
  • 승인 2004.01.0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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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학술대회 임상현실과 괴리
신선한 프로그램 개발로 회원 참여의지 높여야


□ 연재순서 □
1) 프롤로그 - 왜 분과학회인가?
2) 무엇이 문제인가?
3)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4) 인접단체는 어떻게 하나?
5) 분과학회가 발전하려면?


■■■ 무엇이 문제인가? ■■■

한의학회 산하 분과학회의 실상을 가장 정확히 알고자 하는 사람은 대한한의학회에서 매년 실시하는 분과학회별 평가결과를 알면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러면 한의학회의 평가기준은 뭔가? 평가기준은 △사업계획 및 예산집행(14점) △학회 운영 참여도(20점) △학술대회 및 세미나 개최 여부(32점) △회원관리(20점)△자체규정(14점) 등 5개 평가부문으로 나뉜다.

기초학회 저조 경향 뚜렷

이들 평가부문은 16개 항목으로 세분된다. 가령 학회 사업계획의 수립 여부, 예산편성의 유무, 대한한의학회 회비 납부 회원수, 회원을 위한 연수강좌 실행 여부 등 관리와 관련한 부분이 있는가 하면, 정기총회 개최 및 회원 참여정도, 학술대회 및 학술세미나 개최여부 및 회원참여도, 월례집담회 및 강좌 등의 개최 여부 및 회원참여도 등이 주요한 평가항목들이다.

각각의 평가항목을 가중치를 둬 점수를 산정한 결과 2002년도 분과학회별 점수는 70점 이상이 1개 학회, 60점 이상이 5개 학회, 50점 이상이 8개학회, 50점 이하가 11개 학회로 나타났다.

대체로 회원수가 많은 임상학회들이 상위평가를 받았으며, 회원수는 적지만 그래도 임상적 활용도가 높은 학회가 중간정도의 평가를 받고, 기초학회가 하위그룹을 이루는 분포를 보였다. 상위평가를 받은 임상학회 중에는 재력이 있는 학회와 전문의를 배출하는 학회가 다수 포진하고 있다.

이런 경향성은 ‘임상학회 활성화, 기초학회 저조’라는 일선 회원의 인식과도 일치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항목별로 점수화된 객관적인 평가기준이 하나의 경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16개 항목만으로는 분과학회의 활성화 여부를 평가하기에는 곤란한 점이 있다. 분과학회 활성화의 가장 중요한 척도인 학술지의 평가부문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분과학회를 운영하는 회장이나 총무들은 오히려 학술논문 생산능력을 가장 중요한 평가잣대로 삼는 경향을 보여 대한한의학회의 평가기준과는 다소 다른 정서를 보여준다. 물론 대한한의학회도 학술지 평가기준을 마련해놓고 있지만 분과학회 평가기준에 포함시키지는 않고 있다.

“행사 위한 행사”

기초학회는 학위 받은 사람 중심으로 움직이는 소규모 조직이어서 학술지나 학술대회에 질 좋은 논문을 발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모 기초학회는 작년에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면서 ‘권위 없음’을 절감해야 했다.

학술을 선도하는 행사라기보다 논문을 발표했다 하는 수준에 불과해 단지 행사를 위한 행사에 그쳤다는 자괴감이 들기 때문이다. 석박사 논문을 발표하는 수준으로는 국제적 권위를 갖기 어렵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학술지의 위상도 권위를 가질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한의관련 학술지 중 학술진흥재단 등재지로 인정받은 것은 전무하고 5개 분과학회지가 등재후보지로 인정받아 이중 기초학회지에는 병리·생리학회지와 본초학회지가 있을 뿐이다. 학술지의 권위가 없으면 자연적으로 논문의 권위가 떨어져 질 좋은 외부논문을 유치하기 어렵고 결국 학회와 학회지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임상학회라고 해서 기초학회보다 형편이 좋은 것도 아니다. 학회 창립자의 입김이 남아있는 몇몇 학회는 커진 규모에 비해 학술적 기여도 측면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다.

한의대에 교실이 있거나 전문의학회인 분과학회의 경우에도 규모에 비해 통일성이 떨어져 속앓이를 하고 있다.

대학과 학회 차원의 노력에 힘입어 발표논문과 학술지 게재논문의 공신력은 높아졌지만 연구방법론 자체가 한의학에 딱 들어맞지도 않고 임상현실과도 동떨어져 회원의 참여열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리더쉽 실종된 분과학회

분과학회의 문제는 비단 학문적 측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학회이기 때문에 학문생산능력이 학회의 활성화 여부를 좌우하지만 학회활동을 저해하는 요인은 학문 외적인 데에도 있다.

우선적으로 지적되는 문제가 리더쉽이다. 개별화된 한의사의 존재나 근대식 학문도입의 역사가 일천한 것, 연구방법론의 부재 등이 학회 활동의 최대걸림돌인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의 여건내에서나마 역량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유리하게 엮어내는 일은 회장 이하 집행부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현실은 엮어내기는커녕 학연, 지연에 얽매여 힘의 결집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심지어는 대학과 병원간, 대학과 대학간 우선권을 내세우는 일마저 발생, 역량을 갉아먹고 있다는 게 실무자들의 전언이다.

학술지도 학술진흥재단의 등재 혹은 등재후보지 선정기준에 맞추기보다 회원의 눈높이에 맞춰 읽히는 학술지를 고려해본다거나, 회원의 관심을 끌만한 연수강좌를 개최해볼 필요도 있다. 한의학계 최대의 분과학회조차 4년간 단 한 차례의 연수강좌도 실시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분과학회가 얼마나 안일한지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의료사고가 빈발해도 관련 논문이 발표되지 않고, 설령 있다 하더라도 일선회원은 해당 논문이 발표되었다는 사실도 몰라 학술활동의 성과를 인식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집행부가 회원에게 다가갈만한 참신한 기획을 하지 않는데 회원들의 참석율이 높아질 리 없고, 재정사정만 비례해서 악화될 뿐이다. 한 일선 회원의 의견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좋은 논문이 발표되면 저부터 듣겠습니다.”

분과학회에서 들을 것,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회원들은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고액강좌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언뜻 우리 사회의 사교육 현실을 보는 듯하다. 왜 한의학회 산하 분과학회는 제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일까? <계속>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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