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 여한의사들 ‘경력단절’에 신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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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 여한의사들 ‘경력단절’에 신음한다
  • 승인 2018.03.08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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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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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취업조건-한의계 불황 등…실태자료조차 없는 현실

뒤늦게 수련의나 석사과정 밟기도…복직 위한 보수교육 제공돼야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매년 3월 8일은 UN이 공식적으로 지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선거권과 노동조합결성권을 요구하며 대대적인 시위를 벌인 것에서 기원했고, 이후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이 날을 기리며 여성의 지위 향상과 성차별문제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1908년으로부터 110주년을 맞은 2018년 현재, 여성 노동자인 여성 한의사들의 처우는 얼마나 좋아졌을까.

해가 지날수록 경영상황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하는 한의계에서 여한의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중에서도 여한의사들은 남성 한의사들이 겪지 못하는 또 다른 어려움이 존재했다. 바로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이다.

3년 전 아이를 임신한 이후 계속 휴직하고 있다는 A 한의사는 “여한의사들이 경력단절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출산과 육아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육아에 전념하고 싶어서 일을 쉬고 있다”며 “출산 후 일을 쉬다보니 일에 대한 감도 떨어지고 자신감도 잃어서 복직이 더욱 망설여진다”고 밝혔다. 또 “육아와 경영을 병행하고자 했던 여한의사의 한의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었는데 그 원장 역시 육아와의 병행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경영을 포기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여한의사들이 휴직을 한 이후 다시 복귀 자체에도 어려움이 따른다고 했다. A 한의사는 “복귀를 하더라도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아이들과의 시간을 가지고 싶지만 구인하는 곳은 많이 없었다”며 “출산 후에 복직하기로 되어있었는데 업장으로부터 변수가 생겨 틀어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출산 후 부원장으로 일하다 개원한 B 한의사 역시 “부원장으로 일하다가 쉬고 다시 부원장으로 가거나 개원을 하지 않으면 일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여한의사가 너무 젊으면 채용을 꺼려하고, 아이는 낳았지만 나이는 많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추나급여화 이야기가 나오면서 젊은 남자 한의사에 대한 선호가 높다”며 “추나 등의 시술을 하다보면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금방 몸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한의계 전체의 불황이 여한의사들의 복귀를 어렵게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A 한의사는 “예전에는 한의원에서도 부원장을 두고 경영을 해도 될 만큼 한방이 성행했었는데 지금은 혼자서 업장을 운영하기도 빠듯할 만큼 침체 돼 있다”며 “그래서 구직을 생각하던 사람도 개원 쪽으로 방향을 바꾸게 되고, 한의원은 점차 늘어나지만 구인할 여유는 더욱더 없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B 한의사도 이 점을 지적했다. 그녀는 “요즘은 부부한의원이어도 남자는 일하고 여자는 출산 후 쉬는 경우가 많다”며 “예전에는 둘이 해도 바쁜 수준이 유지가 됐다면 이제는 (환자 수가 줄어들어) 한명이 일을 하지 않아도 다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뒤늦게 경력이라도 쌓으려고 수련의로 들어가거나 석사학위를 이수하는 경우도 꽤 많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또 다른 문제는 여성한의사들의 경력단절 실태조차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는 점이다. 국가 공식 통계 중에서 면허의료인의 성별자료, 전문의 성별자료 이외에 여성 의료인에 대한 자료는 따로 존재하지 않다. 최정원 대한여한의사회 회장은 “정책 연구원에 여한의사들의 사회진출 현황과 문제점에 대한 실태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라면서 “그러나 재원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경력단절녀에 대한 문제는 여성 개인의 문제인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며 “이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남성들이 여성의 역할에 무지하다”며 “여성의 역량이 강화돼야 한의계가 발전한다”고 말했다.

여한의사들의 경력단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들이 함께 논의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 가운데 임신과 육아 기간 동안의 지원, 여한의사들의 복직을 위한 보수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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