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분과학회가 바로 서야 한의학이 산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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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분과학회가 바로 서야 한의학이 산다(3)
  • 승인 2004.01.1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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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개선 없이 학회 발전 없다
학문, 조직 뒷받침하는 인접단체 배워야
분과학회의 기초 다지는 대학의 역할 커


■ 연재순서 ■
1) 프롤로그 - 왜 분과학회인가?
2) 무엇이 문제인가?
3)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4) 인접단체는 어떻게 하나?
5) 분과학회가 발전하려면?


3)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그러면 분과학회의 발전을 위해선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발전이 뜻하는 의미가 추상적이고 다양해서 무엇이 학회발전인지 정의하기도 어렵거니와 딱히 꼬집어서 어떻게 해야 발전한다고 말하기도 곤란하다. 분과별로 추구하는 목표가 다른 점도 단일한 방법론 도출을 어렵게 만든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분과학회를 운영하는 당사자들조차 학회발전을 이상으로만 바라볼 뿐 가능한 현실로서 바라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 학문활동과 임상현실간의 괴리

학회의 설립목적은 대체로 학술, 교육, 고시, 자문, 친교기능으로 요약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학문성과의 공유와 교류’가 학회의 주목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학회는 학술대회, 연구발표회, 집담회를 개최하거나 학술잡지를 발간함으로써 연구에 대한 정보교환, 상호토론, 비판의 장을 제공한다. 어찌 보면 학회의 주요기능은 학술토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교육은 대학의 기능에 더 가깝다고 할 수도 있다. 학회가 교육의 기능을 맡아서는 안된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학술연구기능이 중요함을 뜻한다 하겠다.

따라서 학회의 기능은 일차적으로 최신의 학술정보를 상호 교환하고 공유함으로써 한의학의 발전을 도모하는 역할이 중시된다.

학회의 본래 기능에도 불구하고 한의학회 산하 분과학회는 다양한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는다.

우선 학문활동과 임상현실간의 괴리에서 오는 갈등과 그로 인한 문제가 가장 큰 것으로 지적된다. 따라서 배울 게 없는 학회라는 반감을 불식시키지 않고서는 분과학회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임상학회의 경우 기존의 한의학이론과 치료법을 실험적으로 입증하는 차원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더구나 한의학 연구방법론이 미흡하여 실험적으로 제시된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든다.

기초학회는 전통적인 한의학에 기초하고 있는 반면 임상현실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어 가입회원과 활동회원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현실이 이러함에 따라 회원가입 기피-참석률 저조-회비수납률 저조-학회운영 저해로 이어진다.

□ 전문가적 동질성 낳는 대학교육 돼야

한의학계는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다양한 개선방안을 제시한다.
우선 분과학회장의 리더십이 향상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회장의 리더십은 창립자가 회장으로 있는 분과학회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분과학회에서는 회장 개인의 개성이나 역량, 캐릭터, 카리스마적 요인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보다 이론과 치료기술 측면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회장 1인의 리더십만으로 한계가 있어 학회회원들은 대학교육의 체계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학회는 단순한 임상만을 하기보다 임상결과를 논문화해야 하기 때문에 이론적 근거가 부족한 학회는 회원숫자가 일시적으로 많아도 그 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에 따라서 이들 학회는 학회회원들이 동일한 가치관과 논의의 틀 속에서 전문가적 동질성을 가질 수 있도록 대학에서 원리 교육이 제대로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회원들도 학문의 수용자적 입장을 탈피해 스스로 학술활동에 참여하는 주인의식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막연히 어디서 배워볼까 하고 기웃거리기 보다 스스로 학술의 생산자로서 참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대학과 임상가 간의 공생, 순환 원리가 작동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 궁극적인 목표는 시스템 빚기

분과학회 활성화 책임을 대학이나 임상가 개개인에게 떠 넘기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분과학회 일을 하지 말자는 것과 다를 게 없게 된다. 그러므로 분과학회장의 리더십, 대학교육, 임상가의 자발성 등을 너무 강조하게 되면 책임성이 실종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일은 사람이 하므로 사람을 잘 기르고 많이 모이게 하면 쉽게 해결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기까지 선행조건이 필요하므로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따라서 많은 책임있는 사람들은 시스템 빚기에 눈을 돌린다. 분과학회의 중앙학회라 할 수 있는 대한한의학회는 분과별 학회 인준과 평가를 통해 분과학회의 발전을 거들고 있다. 때로는 포상제도를 도입하여 우수논문을 발굴하고 있으며, 분과별 학회의 학술지가 학술진흥재단의 등재지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러나 한의학회는 여전히 인력과 재정의 부족으로 의도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분과학회 난립을 방지할 분과학회 분류체계를 마련치 못하고 있다. 분과학회는 현실에 맞는 각종 매뉴얼과 치료 가이드를 적시에 발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인터넷이나 강의를 통해 학술정보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치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환자의 데이터를 중심으로 하는 EBM 구축도 시급한 실정이다.

분과학회 운영이 취약한 이유중의 하나가 분과학회의 발전을 고민하고 연구하고 지원하는 외곽조직이 없다는 데 있다. 양방의 경우 의학회같은 지원조직을 만들어 학문적, 조직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대한의학회는 주기적으로 학회 발전을 위한 세미나를 열어 분과학회를 체계적으로 발전시키는 노하우를 축적해나가고 있다. 한의계 스스로 지원조직을 만들지 못하면 인접단체의 연구성과라도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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