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논문」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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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논문」의 모순
  • 승인 2018.08.1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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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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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침 처방의 실제 내용을 떠받치는 근본적인 조건은 체질의 구분이며, 이에 따른 각 체질별 내장구조이다. 8체질이란 여덟 가지로 다른 내장구조의 구별을 의미하고1), 체질침은 이런 내장구조의 강약을 조절하는2) 것이기 때문이다.

1973년 9월에 『중앙의학』을 통해서 발표된 체질침 「2차 논문」은 8체질의학의 역사에서 큰 전환점이 되는 논문이다. 이 논문은 여러 가지 특별한 의미들을 지니고 있다. 먼저 이 논문에는 이전의 두 체질침 논문과 다르게 이제마(李濟馬)와 사상의학(四象醫學)에 관한 언급이 없다. 대신에 ‘8체질론’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한다.3) 그리고 사상의학과의 연관성에서 탈피한 ‘독자적인 8체질의 명칭’4)을 처음으로 제시하였다. 또 장체계(臟體系)를 양(陽 +) 부호로 부체계(腑體系)를 음(陰 -) 부호로 표시하였다.

체질침 처방의 영역에서 본다면 이 논문을 통해서 각 체질에 체계적으로 구축된 체질침의 계통처방이 보고되었다는 점이다. 이 계통처방은 활력방, 살균방, 마비방, 정신방, 장계염증방, 부계염증방이라고 명명되었다.5)

8체질의학의 역사 속에서 8체질의 내장구조는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크게 구별하자면 출발로부터 두 번 변화되었다. 그러므로 당연하게도 이에 따라 체질침 처방의 실제 내용도 변경될 수밖에 없었다.

『東醫壽世保元』에서 태양인과 태음인의 폐(肺)와 간(肝), 그리고 소양인과 소음인의 비(脾)와 신(腎)으로 대표되는 장기 길항구조(拮抗構造)는 정반대이다.

권도원 선생은 「62 논문」에서 태양인과 태음인의 폐와 간, 그리고 소양인과 소음인의 비와 신을 제외한 나머지 장기의 강약(强弱)를 제시하였다. 이렇게 배열된 내장구조의 서열은 태양인과 태음인, 소양인과 소음인이 모두 정반대이다. 체질침의 내장구조는 이런 조건에서 시작되었다.

첫 번째 변화가 공식적으로 보고된 것은 1965년의 「1차 논문」이다. 그런데 이보다 앞서 1963년 10월 23일에 『대한한의학회보』에 기고한 [체질침 치험례]6)에는 이미 내장구조가 변화된 상태의 침처방이 실려 있다. 그러므로 공식적인 보고 이전에 실제로 내장구조가 처음 변화된 것은 1963년 10월 23일 이전이 된다.

두 번째 변화는 1985년에 「영양학회 논문」을 통해서 보고되었다. 첫 번째로 변화된 기간과 비교하면 1963년에서 1985년까지는 너무 멀다. 오늘 이 글이 목표하고 있는 주제가, 두 번째 공식 보고 이전에 내장구조가 실제로 변화된 시기는 언제인가 하는 것이다.

「62 논문」에서는 1증(證)과 2증7)의 내장구조를 장(臟)과 부(腑)로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았으므로, 사상인(四象人) 각각에서 1증과 2증의 내장구조는 동일하다. 「62 논문」의 상태에서 내장구조가 첫 번째로 변화된 것은 금상인(金象人) 부질(腑質), 금상인 장질(臟質), 토상인(土象人) 부질, 토상인 장질, 이렇게 네 체질이다. 목상인(木象人) 장질, 목상인 부질, 수상인(水象人)8) 장질, 수상인 부질은 변화되지 않았다. 그래서 상대(相對)되는 체질의 내장구조가 정반대가 아니다. 예를 들면 금상인 부질은 강한 장기로부터 순서대로 [大腸>膀胱>胃>小腸>膽] 이렇게 배열되는데, 상대되는 목상인 부질은 약한 장기로부터 배열하면 [大腸<胃<膀胱<小腸<膽] 이렇게 된다. 두 체질에서 방광(膀胱)과 위(胃)의 자리가 다르다.

그런 후에 두 번째 변화에서 목양체질(木陽體質), 목음체질(木陰體質), 수양체질(水陽體質), 수음체질(水陰體質)의 내장구조가 변화되었다. 두 번째까지의 변화를 통해서 8체질 중 서로 상대되는 체질의 네 짝9)은 내장구조가 정반대가 되었다. 위에서 예를 든 (금상인 부질이었던) 금음체질(大腸>膀胱>胃>小腸>膽)과 (목상인 부질이었던) 목음체질(大腸<膀胱<胃<小腸<膽)은 강약순서만 반대이고 장기들의 자리는 동일하다.

「2차 논문」에서 제시한 장방(場方) 내용을 분석해 보면 각 체질의 침 처방들이 어떤 내장구조를 바탕으로 조직된 것인지 추리할 수 있다. 포인트는 각 체질의 내장구조에서 중간에 위치한 장기이다. 왜냐하면 체질침에서 각 체질의 중간장기에 포함된 장부혈은 사용(자극)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2차 논문」이 「1차 논문」의 내장구조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면, 금음체질에서는 위경(胃經), 금양체질에서는 심경(心經), 목양체질에서는 신경(腎經), 목음체질에서는 방광경(膀胱經), 토음체질에서는 소장경(小腸經), 토양체질에서는 간경(肝經), 수양체질에서는 폐경(肺經), 수음체질에서는 대장경(大腸經)의 장부혈은 해당되는 체질의 장방에서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즉 「2차 논문」의 장방 체계는 「1차 논문」의 내장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2차 논문」에서 제시한 정신방10)은 8체질에서 보이는 8종(種)의 자율신경불안정상태(自律神經不安定狀態)를 치료하는 처방이다. 2단방인 정신방에 부방(副方)으로 추가되는 정신부방은 금양체질과 목양체질에는 심포방(心包方)이, 금음체질과 목음체질에는 소장방(小腸方)이, 토양체질과 수양체질에는 심방(心方)이, 토음체질과 수음체질에는 삼초방(三焦方)이 운용되는데 각각의 쌍(雙)에서 선택된 두 장부혈은 동일하고 영수법(迎隨法)만 반대이다. 자율신경조절 처방은 심경과 소장경을 통해서는 자화(自火)를 심포경(心包經)과 삼초경(三焦經)으로는 상화(相火)를 조절한다.11) 이때 자화와 상화는 서로 길항관계이다. 예를 들면 심사(心瀉)와 심포보(心包補), 소장사(小腸瀉)와 삼초보(三焦補)는 동일한 효과라는 것이다.

위에서 제시한 상대되는 체질의 네 쌍에 운용되는 자율신경조절 처방에, 같은 두 개의 장부혈이 선택되었고 영수법만 반대라는 것은 이들 처방의 보사(補瀉)가 정반대라는 뜻이다. 이렇게 자율신경조절 처방이 정반대라는 것은 상대되는 두 체질의 자화의 조건 또한 정반대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여기에서 자화의 조건이란 바로 내장구조의 배열이다. 즉 상대되는 두 체질의 내장구조가 정반대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8체질에서 서로 상대되는 체질인 금양체질과 목양체질, 금음체질과 목음체질, 토양체질과 수양체질, 토음체질과 수음체질의 내장구조가 서로 정반대인 상태로 된 것은, 공식적으로 1985년에 「영양학회 논문」을 통해서 내장구조의 두 번째 변화가 보고된 이후이다. 그런데 그런 내용이 이미 1973년 9월에 발표한 「2차 논문」 속에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장방의 내용에서는 「1차 논문」의 내장구조를 따르고, 자율신경조절 처방은 「영양학회 논문」의 내장구조를 반영했으니, 동일한 논문 안에 두 가지의 내장구조가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2차 논문」이 지닌 중대한 모순(矛盾)이다. 「2차 논문」에 체질별 영양법을 추가하여 『명대논문집』에 다시 보고한 것이 「명대 논문」이다. 여기에는 영문(英文)과 국역문(國譯文)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국역문 내용 중에 8체질의 명칭을 개정한 이유를 설명하는 각주(脚註)가 있다. 여기에서 8체질의 독립성과 상관성을 말하면서 “금양체질과 금음체질은 선천적으로 완전히 독립된 두 체질이며, 상관성을 비교하면 이 두 사이보다 금양체질과 토음체질이, 그리고 금음체질과 수양체질이 더 가까운 내장구조로 되어 있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금음체질이 금양체질보다 수양체질과 더 가까운 내장구조를 가지려면 수양체질의 내장구조가 「영양학회 논문」에서와 같이 [腎>肺>肝>心>膵]로 되어야만 한다.

「2차 논문」 시기에 내장구조는 이미 두 번째로 변화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장방 체계에는 바뀐 내용을 적용시키지 못했던 것이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각주)

1) “8체질이란 심장, 폐장, 췌장, 간장, 신장, 소장, 대장, 위, 담낭, 방광 그리고 자율신경의 교감신경, 부교감신경의 12기관의 기능적인 강약배열의 8개 구조를 말한다.” 『빛과 소금』 <113호> 1994. 8.

“8체질이란 여덟 가지의 장기구조체들이다.” 『빛과 소금』 <120호> 1995. 3.

2) 8체질의 내장구조는 강한 장기로부터 약한 장기로 서열이 있다. 체질침은 이런 8체질의 내장구조에서 강한 장기와 약한 장기를 조절(강한 장기는 瀉法, 약한 장기는 補法)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3) 그래서 나는 이 논문을 ‘8체질의 독립선언’이라고 평가한다.

4) 금양체질, 금음체질, 토양체질, 토음체질, 목양체질, 목음체질, 수양체질, 수음체질

5) 체질침 처방 운용에서 오수혈(臟腑穴)을 이용하는 다른 침법과의 차별성을 말하자면 이른바 ‘계통적인 치료법’이다. 계통적인 치료법이란 각 체질에 공통되는 일정한 원리에 의해, 장기(臟器)를 조절하는 처방을 선택하고 이들 처방을 조합하여 치료하는 것으로, 처방을 배합하는 방법에 따라 각 체질별로 공통된 치료의 범주를 설정한 것을 말한다. 또다른 차별성은 신경방을 통한 자율신경조절법이다.

6) 『大韓漢醫學會報』 1권 7호 1963. 11.

7) 1證 : 최강장기의 과강화(過强化) / 2證 : 최약장기의 과약화(過弱化)

8) 금상인(金象人)은 금성(金星)을 닮은 사람, 토상인(土象人)은 토성(土星)을 닮은 사람, 목상인(木象人)은 목성(木星)을 닮은 사람, 수상인(水象人)은 수성(水星)을 닮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9) 금양체질과 목양체질, 토양체질과 수양체질, 금음체질과 목음체질, 토음체질과 수음체질의 네 쌍이다.

10) 기본방(基本方) + 정신부방(精神副方)

11) 물론 이런 용어(自火/相火)와 인식은 「화리(火理)」의 내용이 공개적으로 알려진 이후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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