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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사건의 단서
영화읽기┃더 길티
2019년 03월 29일 () 06:44:21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갑자기 겨울이 다시 왔나 싶을 정도의 꽃샘추위가 있었지만 주변에 예쁘게 핀 꽃들을 보면서 새삼 봄을 느끼게 된다. 물론 뿌연 미세먼지가 우리를 괴롭히는 상황이라 봄을 마음 놓고 만끽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지만 이런 환절기에 입맛도 변하여 평소 먹던 것과 다른 음식을 찾는 것처럼 영화 역시 늘 보던 구성이 아닌 색다르고 독특한 작품을 한 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새로운 형식의 영화가 봄과 어울리는 신선함을 느낄 수 있지만 관객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기에 때로는 과감한 도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감독 : 구스타브 몰러

출연 : 야곱 세데르그렌

재판 중인 사건으로 경질된 채 긴급 신고 센터에서 근무 중인 경찰 아스게르(야곱 세데르그렌)는 다음 날 진행될 최종 재판에 대한 긴장감으로 좀처럼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이 때 직감적으로 전화를 건 여성이 납치되었을 것 같은 심상치 않은 신고전화를 받게 되고, 아스게르는 피해자를 구출하기 위해 모든 절차를 무시한 채 사건에 뛰어들게 된다.

<더 길티>는 평소 우리가 접하기 힘든 덴마크 영화이다. 그로 인해 전 세계의 극찬에도 불구하고, 국내 개봉은 현실적으로 불투명했다. 하지만 영화를 미리 관람한 극장 관계자들이 개봉 미션을 펼치면서 <플립>, <겟 아웃>과 마찬가지로 강제 개봉을 하게 되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부문의 덴마크 대표로 출품되기도 했던 <더 길티>는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스타일로 눈으로 듣는 소리 추격 스릴러의 짜릿하고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긴급 신고 센터에 근무 중인 경찰 아스게르가 한 여성으로부터 의문의 전화를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더 길티>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오직 소리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가는 영화이지만 기존의 영화와는 달리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은 주인공 밖에 없다. 오로지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만 들릴 뿐이고, 관객은 그 소리에 집중하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상상하면서 영화를 보게 아니 듣게 된다. 실제로 영화감독인 구스타브 몰러 감독이 1999년 미국 볼티모어 주에 사는 여고생이 살해된 실화를 다룬 논픽션 라디오 드라마를 들으면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실제 인물들의 통화음을 들으면서 마치 묘사되고 있는 이미지를 본 것처럼 느껴지는 상상은 점점 불안한 긴장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고, 직접 보이지 않고 소리로만 듣는 이야기는 관객들에 따라 생각하는 것의 차이를 주기에 영화적 상상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이 <더 길티>는 단순한 이야기 구조이지만 매우 독특한 구성으로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으며 스릴러 장르답게 점점 긴장감을 부여하면서 반전의 결말로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얘기가 있듯이 들리는 것 또한 다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영화적 시간과 상영시간이 같은 보기 드문 영화이자 주인공 혼자서 85분을 이끌어 나가는 1인극이지만 야곱 세데르그렌이라는 배우의 섬세한 감정묘사 연기로 결코 지루한 틈을 주지 않는다, 제34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 수상을 비롯하여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으로 실험적인 영화를 원하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흥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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