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에 제작되었던 영화 <백 투더 퓨처 2>는 30년 후인 2015년으로 미래 여행을 떠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로인해 당시 사람들이 생각했던 미래의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는데 실제로 어떤 부분들이 현실화 되어 있는지 비교해 보는 재미를 주고 있다. 이처럼 영화 속에 표현된 미래는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대신해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최근에는 TV 드라마와 영화에서 AI(인공지능)에 관한 내용들을 많이 담고 있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커플들의 연애 성공률을 예측해주는 연구소에서 일하는 그녀 조(레아 세이두)는 함께 일하는 콜(이완 맥그리거)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콜과의 연애 성공률이 ‘0퍼센트’라고 나오자 결과를 믿을 수 없던 조는 콜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조는 곧 콜에게 자신이 로봇이라는 충격적인 얘기를 듣게 된다.
2013년, 목소리만 등장하는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남성의 이야기를 다룬 <그녀>라는 작품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조>는 자신이 인공지능 로봇인지 몰랐던 여성이 인간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매우 섬세하게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라이크 크레이지>라는 작품으로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던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은 인간의 결함들이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그 결함 속에서 안정감을 찾는다는 걸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느껴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다고 얘기하듯이 <조>는 독특한 관계 설정 속에서 서로의 빈 자리를 조금씩 채워 나가는 연인의 이야기를 통해 자칫 현대 사회에서 놓칠 수 있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물씬 풍기며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사실 예전에 영화 <그녀>를 보면서 현실적이라기보다는 영화적 상상력이 더 크다고 느끼기도 했는데 최근 우리 사회를 보면 인공지능이 전혀 낯설지 않은 존재가 되어 있다. 심지어 독거노인 돌봄 서비스로도 활용이 될 정도로 이미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고 볼 수 있기에 <조>를 보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감정을 가진 로봇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현실화 되는 시기가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예전 SF 영화 속에서 표현된 미래의 모습은 인간성이 결여된 사회 속에서 감정 없는 싸이보그들이 지배하는 세상, 즉 디스토피아로 그려지는 것이 대다수였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 인간등은 점차 기계에 의존하며 점점 더 공허해짐을 느끼게 되는데 바로 이런 빈 자리를 인간이 아닌 로봇들이 채워준다는 설정이 꽤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조>에서 보여지는 세상이 결코 낯설게 느껴지지만은 않다. 특히 영화 속에서 사랑을 느끼게 하는 약이 등장하는데 왠지 곧 출시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면서 국경도, 나이도 상관 없다고 하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사랑의 계절이라고 하는 여름에 잔잔한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한번쯤 볼만한 영화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