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수강생들 한의학 흥미↑…세계화 위해 이해 넓히고 튼튼한 관계 맺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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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수강생들 한의학 흥미↑…세계화 위해 이해 넓히고 튼튼한 관계 맺어야”
  • 승인 2021.06.10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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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인터뷰: 한국-벨기에 교류 120주년 기념 한의학 특강한 김채영 한의사.

한의사, 현지서 의료 활동 ‘불가능’…제도적으로 현지교류 막혀 있다는 점 아쉬워
◇벨기에 세종 문화 아카데미의 진행자 Karen Northshield씨와 한의학 강의를 맡은 김채영 한의사(오른쪽).
◇벨기에 세종 문화 아카데미의 진행자 Karen Northshield씨와 한의학 강의를 맡은 김채영 한의사(오른쪽).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올해로 한국과 벨기에 수교 120주년을 맞아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의학과 관련된 강의가 진행됐다. 이 강의를 맡은 김채영 한의사는 현재 벨기에에서 뇌와 관련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한의학의 기본 치료방법인 침, 뜸, 부항, 한약이 각각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소개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알렸고, 해외에서 연구를 하고있는 한의사 입장에서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벨기에로 가게 된 계기와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가천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원 생리학교실에서 석박통합과정을 시작했고, 이후 프랑스인 남편과 결혼함과 동시에 벨기에의 연구소와 공동연구를 시작하여 벨기에에 오게 되었다. 현재 벨기에의 루벤 카톨릭 대학교의 신경과학 연구실에서 뇌의 학습과 기억 능력을 주제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최근 벨기에 수교 120주년 기념으로 한의학 특강을 했다. 어떤 내용을 알렸나. 

벨기에는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발전과 투자에 관심이 많아서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의 대기업들과 많은 교류를 하고 있으며, 연구나 업무로 인해 이주한 한국인 엔지니어들도 많다. 최근 유럽에서 K-pop, K-movie, K-drama, K-food 등 한국의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 교민들이 한국의 여러 문화를 알리고자 현지인 대상으로 다양한 수업을 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한국-벨기에 수교 120주년으로 이를 기념하기 위해 벨기에한국문화교육협회 (http://koceabe.korean.net)에서 8주동안 매주 서예, 태권도, 민화, 한식, 국악 등 7가지 대표적인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유료 온라인 강의(세종 문화 아카데미)를 준비했다. 그 중 두 번째 순서로 한의학을 소개해달라는 제의를 받아서 한의학 특강을 하게 되었다.

유럽에도 침을 정기적으로 맞는 분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한의학이 한국에서처럼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에서 침을 놓는 장면을 보았거나 침이 좋다는 말을 들어본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 또 침이나 한약을 신비한 도술로 인식하는 느낌도 있다. 그래서 특강을 통해, 유럽인들에게 한의학이 도술이 아닌 의술이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을 우선 목표로 수업을 구성하였다.

주어진 2시간의 한의학 특강 중, 첫 번째 한 시간은 이론 수업으로 한의학의 기본 관점이 서양의학과 어떻게 다른지, 한의학의 주요 치료 범위는 무엇이고, 한의학의 기본 치료방법인 침, 뜸, 부항, 한약이 각각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소개하였다.

한의학은 한국뿐만 아니라 한중일 등 여러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널리 쓰이고 있고, 한국에는 독특한 체질 의학 이론인 사상의학이 있다는 점도 소개하였다. 한약도 약 500종의 다양한 본초들이 있고, 환자의 체질과 증상에 따라서 조합하여 처방한다는 점도 전달했다. 또 현지 수강생들이 흥미를 가지면서도 한의학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드라마 ‘명불허전’의 일부 장면을 소개하기도 했다.

두 번째는 침 시연 시간으로 수강생들이 매우 흥미로워 했다.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흔한 증상들(어깨, 허리통증, 소화불량, 두통 등)을 치료하는 침 시연을 하면서, 침이 인체의 여러 부위와 다양한 증상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을 보여주었다. 수업 중에 수강생들이 “몸에 침이 얼마나 깊이 들어가는가”, “침으로 신경 마비가 될 수 있는가”, “침은 보통 몇 대 맞는가”, ”침은 얼마나 두꺼운가, 또 재질은 무엇인가” 등등의 질문을 하였는데, 침 시연을 통해서 궁금증을 많이 해소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업 중 본인의 건강 문제를 질문하기도 하고, 특강이 끝난 지금에도 이메일로 건강 관련 질문을 많이 해서 답변을 해주고 있다.

 

▶벨기에 현지에서는 한의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유럽 현지에서는 한의학이 많이 알려져있지는 않다. 침술원을 이용하는 현지인들도 있고 의사들도 침을 놓을 수 있지만, 침 치료를 하는 병원은 많이 보지 못했고 부항치료를 하는 곳은 드물게 있고 뜸, 한약 치료는 들어보지 못했다.

카이로프랙틱은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하는데 한국의 추나요법처럼 한의학의 범주로 인식되지는 않다. 대부분 한의학이 생소하고, 한의학으로 어떤 병을 치료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침의 효과를 경험한 현지인들은 지속적으로 침 치료를 받고 주변에 추천하시는 경우도 보았다. 또한 드라마에서 침을 놓거나 한약을 먹는 장면을 본 사람들이 많아 이를 직접 경험해보고 싶어하는 경우도 많다.

 

▶한의학이 세계화되기 위해서 한의계가 어떤 노력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나. 

당장 벨기에에서 임상의로서 활동할 계획은 없지만 미래의 일을 대비해 한국 한의사면허를 등록 가능한지 확인해 보았다. 그 결과 놀라웠던 점은, 벨기에 침구사협회가 벨기에 이외의 다른 국가의 학위와 면허는 인정하지 않지만 중국의 중의학 학위와 면허는 추가 인증/교육 없이 벨기에에서 의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즉시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벨기에 자국의 면허 이외에 한국의 6년제 한의대 학위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중국의 5년제 학위는 바로 인정을 해준다는 것이 한국 한의사로서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알고 보니 몇 년 전에도 벨기에에 정착한 한의사가 벨기에 침구사 협회에 가입을 못했고,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통해 벨기에로부터 침구사 활동 허가를 겨우 받았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대한한의사협회에 향후 개선을 위한 도움을 요청하신 적이 있다고 들었다. 벨기에 침구사협회도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 한의사가 중국 중의사보다 부족한 점은 없다고 자부하는데, 제도적으로 현지인들과의 교류가 막혀 있다는 점은 너무 아쉽게 생각한다. 대한한의사협회 차원의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한의학을 세계화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현지 진출, 학술 교류를 포함해서 다양한 방면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처럼 한국에 대한 문화적 관심이 많아지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한의학을 접한 분들이 많이 생겨나는 적은 없었다. 이러한 시류에 발맞춰 한의사들이 외국 현지인들과의 교류를 쌓으면서 한의학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튼튼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한의사의 국외 진출과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 장기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관심있는 연구 분야는 무엇인가. 또 해당 분야에 관심을 둔 계기를 말해달라.  

현재 루벤 카톨릭 대학교의 신경과학연구소에서 뇌의 해마의 학습 능력과 기억 능력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억해야 할 중요한 정보가 주어졌을 때 이 정보들이 해마의 세포에 어떻게 배열되어 장기적으로 저장되고, 해당 세포들이 서로 어떻게 교류하는지와 그 연관성을 확인하고, 이후에 저장한 기억을 활용해야 할 때 해마 세포들이 어떻게 재활성화 되는지 확인하고, 만약 활성화를 막는 경우 기억에 미치는 영향 등을 알아보는 것이 주요한 연구 주제들이다.

처음 연구를 시작한 주제는 한의학을 배우면서 관심이 있었던 만성 신경병성 통증(Chronic Neuropathic Pain)이었는데, 사지 말단에 장기간의 신경병성 통증이 있을 때 뇌의 인지능력과 감정조절능력을 가지는 부위가 어떻게 변하고 이것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까 하는 내용이었다. 이후 뇌의 인지능력, 감정조절능력 이외에도 기억 능력에도 관심이 생겨 현재와 같은 주제로 연구를 하게 되었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우선 지금 하고 있는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싶다. 미국에는 비교적 많은 한의사들이 진출해 있는데, 유럽에는 상대적으로 미국보다는 적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회가 된다면 이번과 같은 한의학 특강을 정기적으로 진행하여 유럽 현지에 한의학을 소개하고 한의사의 저변을 확대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또한 언젠가는 연구와 임상을 병행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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