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약 처방과 봉침 시술 사례를 중점으로 살펴 본 한의사의 설명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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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약 처방과 봉침 시술 사례를 중점으로 살펴 본 한의사의 설명의무
  • 승인 2023.06.16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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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이영민

mjmedi@mjmedi.com


이영민/ 법무법인 반우 변호사
이영민
법무법인 반우 변호사

의료법은 의사ㆍ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환자(환자가 의사결정이 없는 경우 법정대리인)에게,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한 증상의 진단명, 수술 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환자에게 설명을 하는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및 수술 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성명, 수술 등에 따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수술 등 전후 환자가 준수하여야 할 사항을 설명하고 서면(전자문서 포함)으로 그 동의를 받을 것을 규정하고(수술 등이 지체되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 제외), 이를 위반할 경우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24조의2①②, 92조① 1의3).

이와 같이 의료법에서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설명의무가 발생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판례는 그 외에도 ‘침습적인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하여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한의사가 침습적 의료행위를 하면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환자에게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발생하였다면 환자로부터 손해배상청구를 당할 수도 있고, 업무상과실치사상죄(형법 268조)로 형사재판을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설명의무는 환자가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비교하여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문제된 의료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환자 스스로의 결정이 관련되지 않는 사항에 관한 것일 때에는 설명의무 위반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설령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희소하더라도 당해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이면 설명의무가 면제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설명의무는 의료행위가 행해질 때까지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행되어야 합니다. 환자가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숙고하고, 필요하다면 가족 등 주변 사람과 상의하고 결정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한의사가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의 범위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를 이유로 한 위자료에 한정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 경우 환자는 의사의 설명이 부족하여 선택의 기회를 상실하였다는 사실만을 입증하면 됩니다. 그런데 간혹 환자가 한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하였다면서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손해를 초과하여 환자에게 발생한 전체 손해를 배상할 것을 청구하는 때도 있는데, 그 때에는 발생한 결과와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할 뿐 아니라 설명의무 위반이 환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의료적 침습과정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어야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한약을 처방하고 간기능에 이상이 발생한 경우 그리고 봉침을 처방하고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발생한 경우 한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여부가 종종 문제되는데, 아래에서는 관련된 판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환자가 처방받은 한약을 먹고 간기능에 이상이 발생한 경우 한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된 사례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대구지방법원 2021. 12. 23. 선고 2020가합202985(본소), 2020가합208052(반소) 판례는 한의사가 환자에게 체중감량 목적의 마황이 포함된 테스트 한약을 처방하였고, 환자가 부작용을 보고하였지만, 이후에도 마황이 과다하게 포함된 한약재를 처방하였고, 결국 환자에게 기분부전장애가 발생하여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제기된 사례입니다. 대구지방법원은 마황을 복용할 경우 그 주성분인 에페드린으로 인하여 정신과적 부작용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한 점, 그럼에도 한의사는 환자에게 처방한 한약에 마황이 포함된 것과 마황의 부작용으로 정신과적 질환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지 않은 점, 특히 환자가 한약을 복용하는 도중 한의사에게 직접 마황 성분으로 인한 부작용을 알렸지만, 한의사는 환자에게 한약에 마황이 포함된 사실 및 마황과 부작용 사이의 관련성에 대하여 아무런 고지를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여, 한의사는 환자에게 마황의 처방 여부 및 마황의 처방으로 인한 부작용의 가능성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서울고등법원 2009. 9. 3. 선고 2008나74156 판결과 그 상고심인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다102209 판결은 한의사가 간손상을 야기할 수 있는 양약을 장기간 복용하던 환자에게 한약과 양약의 복합작용에 의한 간 손상 보고가 있던 한약(열다한소탕)을 처방하였고, 환자에게 간기능에 이상이 발생한 사례입니다. 한의사는 환자에게 한약의 복용으로 인한 간기능 손상 가능성에 관해 설명하지도 않고, 당시 환자가 복용하는 양약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도 알아보지 않아 설명의무위반이 문제되었습니다. 법원은 한의사의 설명의무위반을 인정하고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를 이유로 한 위자료를 인정하였습니다.

다음으로 봉침 시술로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를 살펴보면, 인천지방법원 2021. 10. 15. 선고 2020가단231934 판결은 과거 20회 이상 봉약침을 시술받은 환자가 사건 당일 한의사로부터 봉약침(2부위 이상)을 시술받은 후 호흡곤란, 전신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난 사안입니다. 법원은 환자가 과거에도 봉약침 시술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아나필락시스 쇼크 반응을 보인 적이 없었다는 점이나 환자가 문제된 봉약침 시술 이후 호흡곤란 등 아나필락시스 쇼크반응을 보이자 한의사가 즉시 전원조치를 한 점 등에 비추어 한의사의 업무상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의사가 환자에게 봉약침의 합병증으로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나 그로 인한 증상, 위험성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설명의무위반을 인정하였고,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유사하게, 서울남부지방법원 2021. 11. 25. 선고 2019가단253995 판결도 환자가 봉약침시술을 받은 후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사망한 사안인데, 한의사가 아나필락시스 발생의 위험성과 그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설명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인정하여 망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앞서 본 판례들은 한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환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지 여부에 관한 민사사례입니다. 간혹 설명의무 위반 자체가 업무상과실로 인정되고, 그로 인해 환자의 상해 또는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였다며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문제되어 수사 또는 형사재판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업무상 과실로 사람을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한 범죄입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유죄로 인정되면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환자의 손해배상청구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한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위자료를 배상하는 민사절차와 달리 한의사의 과실로 인해 환자에게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한 결과에 대해 처벌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설명의무위반과 환자의 상해 또는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즉, 한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하였더라도 그로 인해 환자의 상해 또는 사망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면 한의사를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한의사의 설명의무위반이 있었고,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되었으나 무죄가 선고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청주지방법원 2012. 2. 22. 선고 2011노212 판결은 한약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고, 계속 한약을 복용하게 하였는데 환자에게 전격성 간부전이 발병하고 결국 사망한 사안입니다. 한의사에 대하여 설명의무 위반과 전원의무 위반을 이유로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공소가 제기되었는데, 설명의무 위반을 위주로 살펴보면, 법원은 한의사가 한약복용 등의 치료행위를 하기 전에 환자에게 한약복용으로 인한 부작용과 그 부작용 중 간기능 손상의 가능성 및 그로 인한 위험성을 설명·고지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한의사가 처방한 한약복용의 부작용으로 인하여 환자에게 전격성 간부전이 발병하거나 사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환자가 사전에 한약복용으로 인한 간기능 손상의 가능성을 고지받았다고 하더라도 당시 간기능에 특별한 이상이 없던 환자가 반드시 한약복용을 거부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한의사의 설명의무 위반과 환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대법원 2011. 4. 14.선고 2010도10104 판결은 한의사가 봉침시술에 앞서 환자로부터 봉침을 맞은 전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봉침 시술시 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다는 정도의 설명만 한 채 다른 부작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봉침시술을 하였고, 시술 후 환자에게 아나필락시스 쇼크반응이 나타난 사례입니다. 법원은 한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의료행위를 하였고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한의사가 업무상 과실로 인한 형사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환자의 상해와 한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내지 승낙취득 과정에서의 잘못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면서, 환자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봉침시술을 받아왔었고 봉침시술로 인하여 아나필락시스 쇼크 및 면역치료가 필요한 상태에 이르는 발생빈도가 낮은 점 등에 비추어 한의사가 봉침시술에 앞서 환자에게 설명의무를 다하였다 하더라도 환자가 반드시 봉침시술을 거부하였을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한의사의 설명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상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환자가 한의사를 상대로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한의사가 설명의무를 이행하였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한의사가 설명의무를 이행하였음을 입증할 수 있는 문서를 미리 작성해 두지 않는다면 환자가 침습적 의료행위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할 경우, 이를 반박할 증거를 제시하기 어려우므로 침습적인 의료행위에 앞서서 중요한 설명을 문서화하고, 환자의 서명을 받는 등 동의서를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추후 분쟁을 예방하는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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